여수시의회에 대한 불신은 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더 이상 시민을 배반하는 행위로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여수의 힘든 경제에 대한 대안, 시민의 팍팍한 삶과 함께하며 희망이 담긴 대안,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약자들의 삶을 보듬어 주는 포용력 있는 대안, 아이들의 어두운 미래를 밝혀주는 대안을 제시해 그동안 싸우느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의원들이 못하면 시민들이 나서 기존 체제를 견제하고 경각심을 울려야 한다. 이를 위해 본지는 여수시의회 의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한다. 전화번호로 자기 지역구 의원과 소통하면서 고충·비판·칭찬·격려를 직접 전달해 보자.

▲ 제6대 여수시의회 개원식.

◇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 되지 않으려면 늘 위기의식 가져야

권력과 자본의 독과점, 정경 유착, 가진 자들의 갑질, 소득과 평균수명의 비례 등 다수의 사회·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극심한 불평등과 불균형은 수십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고질적인 병폐로,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대통령과 측근, 비선 실세가 ‘국민의 권력’을 훔쳐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그 누구도 그들을 견제하지 못했다. 광장에 모인 국민이 촛불을 들어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칠 때도 대안이 없는 정치권은 머뭇거리고 또 머뭇거렸다. 국민의 요구에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3월 10일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은 파면됐다. 하지만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 국론 분열과 소모적인 논쟁으로 나라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국내 배치를 놓고도 심각한 갈등과 반목이 거듭됐다. 이 역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른바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설 대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국산 불매운동을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결국 지난 6일 저녁 기습적으로 사드 포대가 오산 미공군기지에 도착해 또다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일련의 상황들이 비판과 견제, 대안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고,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 사회를 위한 적잖은 화두들이 쏟아질 것인데 지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수시는 관광객 2년 연속 1300만 명이 왔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시민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말은 쉽사리 들리지 않는다. 물론 국내외 경기 침체가 원인일 수 있지만 관광 진흥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온 민선6기 주철현 시정의 재점검과 대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주 시장은 그동안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석연치 않은 행정으로 지역사회의 반발과 의혹을 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립외고 설립 추진, 인사 논란과 공무원들의 각종 비위 행위, 국제교육원 유치에 따른 돌산청사 직원 재배치 문제, 웅천 꿈에그린 아파트 고분양가·특혜 의혹, 돌산공원 빛·맛촌 테마단지 조성 사업 등은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관광객 증가의 마중물 역할을 한 해상케이블카와 낭만포차는 시작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이후 지금도 논란이 여전하다.

원도심 해안 경관과 돌산지역 등의 난개발과 창고형 대형할인마트 입점 논란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늦었다. 향일암 군 생활관 신축 과정에서 보여준 협상 능력은 실망스러웠다. 전남도립미술관·창의예술고·전남공무원교육원의 잇따른 유치 실패는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년 연속 1300만 명을 넘어서고 경도에 1조 원대 투자도 추진되면서 도시에 투자·개발 광풍이 불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당장 시민단체는 여수시의 관광객 부풀리기를 지적하며 자화자찬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관광 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여수시는 다른 지자체들도 같은 방법으로 관광객 통계를 작성하고 있고 외부 방문객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관광객 숫자와 일치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민선6기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불필요한 논란과 잡음을 없애는 차원에서 사실상 관리모드에 들어간 분위기다.

개구리는 냄비 속에 뜨거운 물에 넣으면 펄쩍 뛰어 나온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자기도 모르게 죽는다. 살아 남으려면 누군가가 건져 주거나 스스로 깨닫고 뛰쳐나와야 하는데 여수시가 그럴 역량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깊히 생각해볼 문제다. 관광객 수에 취해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늘 위기의식이 요구된다.

▲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수시의회 의원들.

◇ 의회 권위, 의원들 스스로 무너뜨려

시 집행부의 모든 정책 추진 과정에 있어 시의회의 견제와 감시, 비판, 대안 기능 작동은 필수적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남용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오래된 명제 앞에서 그 누구보다 최일선에 서서 역할을 해야 할 집단은 여수시의회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의혹과 의원 간 성추행·폭력 사건 등으로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더욱이 선거가 다가오자 지역구 행사와 민원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시 집행부를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 이미 마음은 내년 선거 콩밭에 가 있는데 올해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정활동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7월 여수시민협이 발표한 제6대 여수시의회 전반기 의정활동 현황과 평가 결과를 보면 조례 26건(일부 개정 7건 포함) 중 단 한 건도 대표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전체 26명 의원 중 14명으로 나타났다. 시정의 견제나 정책개선 요구를 위해 실시하는 시정 질의나 5분 자유 발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들도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26명 의원 중 조례 대표발의를 포함해 시정 질의와 5분 자유발언 등 3가지를 한 건도 하지 않은 의원도 5명에 달했다. 물론 제 기능이 완전히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시민의 기대치를 충족한 것도 아니었다.

시 집행부와 상대하려면 무너진 시의회의 권위부터 다시 세워 나가야 한다. 그럼 그 권위는 누가 세울까. 의원들 자신이다. 안팎에서 비판과 조롱, 경시를 받는 것은 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시의원들은 지난해 주철현 시장으로부터 경시를 당한 적이 있다.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은 지난해 9월 제171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웅천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가 애초 7층 제한에서 29층으로 도시관리계획이 변경된 과정과 분양가에 지반 공사비를 포함한 경위 등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과 주 시장의 질의 답변 과정에서 시의회를 경시하는 발언이 나왔다. 주 시장은 의혹 제기를 일축하며 “국회가 아닌 지방의회 자리에서는 면책 특권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동료 의원 면전에 대고 이 같은 경시성·윽박성 발언을 했는데도 의원들의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다.

되레 시민단체가 나서서 “(주 시장의 발언은)시민의 뜻에 따라 뽑힌 시의원직을 존중하지 못하고 민의 대변을 위한 시의원들의 소신 발언을 강압하는 것이다”고 주 시장을 나무랐다. 이는 의회 스스로가 권위를 세우지 못한 결과다. 의회가 위상을 곧추세우는 것은 집행부 견제기관의 임무를 충실히 할 때에만 가능한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의회 경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소극적이고 저자세의 태도는 시민의 대변기관의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시의원들이 스스로 정치행위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집행부에 협조하면서 의존적인 의정활동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의회는 시민이 갖고 있는 의혹을 해소시킬 의무가 있다. 그리고 주민이 선출한 시의원은 시 집행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비판과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의혹 제기에 대해 시장은 모든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의문이 없게 하면 된다.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면 거기에 맞게 법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물론 의원들도 사실에 기초해 신중하게 발언을 해야 한다.

시장이 하는 일에 대해 시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행정 절차상 적법하게 추진됐고 투자자에게 아무런 특혜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모두 까발릴 테니 철저히 검사해 보라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 면책특권이 없다고 시의원을 윽박지를 일이 아니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면 된다.

입주 예정자들이 고분양가에 대해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하고 아파트 용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이 애초 7층 제한에서 29층으로 변경된 경위에 대해 전남도에 주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이 왜 그러는지’ 행정의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시장이 무엇보다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여수시의회 의원 휴대전화번호.

◇ 지역구 의원 찾아 휴대전화번호로 고충·비판·칭찬·격려 직접 전달해 보자

검찰이 뇌물 공여 의혹 및 성추행·폭력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의원들에게 지난 3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그동안 파행을 거듭한 여수시의회가 정상화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첨예한 감정적 대립으로 치달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간 감정의 골이 회복 불능 수준에 이르러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 집행부 견제·감시, 비판 등 의원 본연의 역할에 소홀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제 시민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 언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 모두가 나서 기존 체제를 견제하고 경각심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지는 여수시의회 의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한다. 휴대전화번호는 시의회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다.

우리는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겪으며 대의민주주의를 뛰어넘은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매주 광장에 모인 수백만 시민은 스스로 의사결정의 주체가 돼 헌법에 명시된 권력을 직접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한 네티즌에 의해 공개되면서 처음엔 부작용이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다. 국정조사 청문회 때 국민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등 SNS로 실시간 제보를 했다. 휴대전화가 의원과 의견·정보를 교환하고, 시민의 정치 참여 길을 여는 수단이 된 것이다.

청문회 때 더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시민의 실시간 제보 영상을 근거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위증을 잡아낸 것은 압권이었다.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새누리당 장제원·하태경 의원도 마찬가지다. 장 의원은 국민의 문자메시지에 일일이 답하면서 ‘소통 왕’으로 화제가 됐고, 하 의원 역시 이화여대 학생들 제보를 통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을 압박했다. 시민의 실시간 제보를 토대로 즉석에서 특검 수사를 요청하는 일도 있었으며, 청문회장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의원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자진해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의원도 있었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당일엔 생경한 일도 벌어졌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이날 지역 주민 등 3만5000여 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위대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탄핵 찬반 의견을 물었다. 5000여 건의 답장이 도착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되면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들이다.

이처럼 우리 지역도 휴대전화로 자기 지역구 시의원과 소통하고, 비리와 고충, 비판, 칭찬, 격려를 제보하는 것에서부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를 시작해보자.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전화번호로 가차 없이 전화해 항의하자. 물론 잘 하는 의원은 칭찬을 보내자. 시의원 한 명이 수많은 주민의 전화를 다 받을 순 없으니 문자메시지나 SNS를 활용하자. 생활 속 다양한 고민을 든든한 ‘시의원 친구’와 나눌 수도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읍·면·동 시의원이 누구인지 확인한 후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거나 카카오톡에 들어가 친구 목록을 ‘새로 고침’하면 카카오톡 친구가 된다. 페이스북 친구도 가능하다.

SNS를 하지 않는다면 의회 일정을 챙겨 인터넷 생방송을 보자. 그리고 5분 발언, 시정질의, 조례 발의 등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자. 올해 시의회 회의 일정은 시의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넷방송(council.yeosu.go.kr/source/korean/cast/cast_live.html)을 통해 그때그때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욕설과 원색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가야 한다. 상습적이거나 정도가 심하면 형사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동네 의원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민의 문자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던 좋은 예로 본다면 시의원과 온라인상의 친구를 맺는 것은 시민 참여 정치의 첫발을 내딛는 것일 수도 있다. 시 집행부와 의원들이 하지 못하면 시민들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 여수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 싸우느라 잃어버린 신뢰 되찾기를

시민을 대신해 시정 운영에 참여하는 의원에게 소통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의원들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은 정책의 방향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제시해 말 뿐이 아닌 열린 시정이 실현돼야 한다.

파당 이익주의로 비춰지는 시의회의 장기간 파행은 볼썽사납다. 의회에 대한 불신은 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큰 만큼 의회는 더 이상 시민을 배반하는 행위로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수의 힘든 경제에 대한 대안, 시민의 팍팍한 삶과 함께하며 희망이 담긴 대안,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약자들의 삶을 보듬어 주는 포용력 있는 대안, 아이들의 어두운 미래를 밝혀주는 대안을 제시해 그동안 싸우느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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