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과 트렌드, 그리고 여수관광<중-3>근대 건축물 보존·활용책 절실

[사진 수정 2017. 3. 21. 09:57]

여수는 그동안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음식, 바다 등 비교적 무궁한 활용이 가능한 관광 자원을 보유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다른 지자체에 선점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제는 고유 콘텐츠와 다양한 특성이 곧 그 지역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에 <동부매일>은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명소와 관광지보다 여수의 역사와 정체성, 희소성 등을 간직한 ‘오래된 건물’과 ‘골목길’의 흔적을 찾아 의미를 되새겨보고 여행 트렌드와 어떻게 접목이 가능한지 사례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활용과 보존 방안도 모색해 본다.

▲ 등록문화재 제301호 여수 율촌역. 1930년 12월 25일 사설 철도회사인 남조선철도주식회가 광주와 여수를 잇는 철도 영업을 시작하면서 건축한 기차역이다. 1930년대 초기에 세워진 사설 철도회사의 역사로 희소성을 갖고 있어, 근대 철도사와 건축사에서 중요한 건물이다. 율촌역은 복선화 완료 후 폐역 됐으며, 여수시가 2015년 3억6000만 원을 들여 보수했다. 하지만 건물 인근에 폐타이어가 쌓여 있는 등 관리가 소홀하고, 활용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문화재, 도시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관광자원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강도가 세지고 있다.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령이 지난 15일부터 발효되면서 국내는 물론 제주 관광업계의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구조적으로 관광객 수와 민감하게 맞물려 있는 제주관광은 면세점, 호텔, 전세버스 등이 중국 관광객 수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이번을 계기로 제주 지역에서는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관광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주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면세점과 백화점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곤 한다. 이제는 외적인 요인에 좌우되는 관광산업보다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문화유산과 관광을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야말로 도시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관광자원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에 여수시도 문화재를 활용한 관광정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수시는 진남관, 향일암 등 일부 문화재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자원을 구체적으로 연계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에는 진남관·흥국사·석보 등 국가지정문화재 19개(보물12, 사적3, 국보1, 명승지1, 천연기념물1, 민속문화재1), 거문도뱃노래·고락산성 등 도지정문화재 16개(유형문화재6, 지방기념물5, 무형문화재3, 민속자료2), 향일암·손죽도 이대원 사당 등 문화재자료 11개, 마래 제2터널·사도추도마을 옛 담장 등 등록문화재 8개가 있다.

이 중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에 생성·건축된 유물 및 유적이 중점적으로 등재되는 등록문화재에 주목할 시점이 됐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해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여수의 등록문화재는 △제일은행 여수지점(등록문화재 제170호) 1942년 이전 △여수 구 청년회관(등록문화재 제31호) 1921년경(일제치하) △여수 마래 제2터널(등록문화재 제116호) 1926년 △여수 사도·추도마을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367호) △여수 성산교회(구 여수 애양원교회)(등록문화재 제32호) 1928년 △여수 애양원 역사박물관(구 여수 애양병원)(등록문화재 제33호) 1926년 △여수 율촌역(등록문화재 제301호) 1930년 △여수 장천교회(등록문화재 제115호) 1924년 등이 있다.

그러나 문화재로 등록됐다고 해서 파괴나 인위적인 훼손을 막을 방법은 없다. 국보, 보물, 사적 등 지정문화재와 달리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주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하며, 허가제가 아닌 신고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사유재산이고, 개발에 따른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소유주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 매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등록을 거부하거나 철거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외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를 고치거나 수선할 수 있는 정도다. 외관을 변경하려는 사람은 변경하려는 날로부터 30일 전까지 담당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최근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매각 움직임, 반대 여론 일어

최근 SC제일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 측이 여수지점을 일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를 막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2005년 등록문화재가 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말까지 조선식산은행 여수지점이었으며, 해방 후 한국저축은행, 한국산업은행, 제일은행을 거쳐 현재 SC제일은행 여수지점이 됐다.

여수가 지난 항구 도시로서의 기능과 식민지 상공업의 상황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건축물 중의 하나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간판을 붙인 벽면에는 ‘조선식산은행’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다.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장식이 없는 전면의 사각 기둥은 합리주의 건축의 전형이다. 또한 좌우 대칭의 구성으로 신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 기관의 면모를 보여 준다. 내부는 부분 2층 구조이며, 현재 막혀 있는 1층 영업장 천장 속에는 신축 당시의 난간과 기둥의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수시는 SC제일은행 측과 협의를 통해 활용 방안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SC제일은행을 여수시가 매입 또는 임대해 근대 역사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구 제일은행 여수지점. 간판 아래로 ‘조선식산은행’ 글자가 보인다.

▲ 창원시의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 헌병대 건물인 옛 마산헌병분견대’. 창원시는 일제의 가혹·탄압 행위를 보여주는 기록물과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던 취조실을 재현해 각종 고문도구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통영시의 경우 통영지역 항일운동의 정신적인 중심지였던 옛 통영청년단 건물을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통영시의회는 지난해 1월 ‘구 통영청년단 회관을 중심으로 근대건축물 보존 및 활용방안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통영청년단 건물의 제모습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창원시는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 헌병대 건물인 ‘옛 마산헌병분견대’를 역사체험장으로 조성한다. 일제의 가혹·탄압 행위를 보여주는 기록물과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던 취조실을 재현해 각종 고문도구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재 애양원 역사박물관 건물로 쓰이는 여수애양병원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율촌면 신풍리 18번지에 설립된 한센병 환자 전문치료 병원이다. 한센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근대적인 병원으로는 애양병원이 국내 최초다. 특히 애양병원은 한국 근대 의료사에 있어 소장한 의료기기와 건물은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천연 암반 터널인 마래 제2터널은 건설 당시 쇠망치와 정으로 작업했는데 미처 마감을 못해 벽과 천정이 울퉁불퉁한 상태로 남아 있다. 뚫는 과정에서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일명 꾸리)가 많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과정에서 적잖은 중국 노동자들이 죽어 철길 부근에 묻힌 것으로 전해진다. 먼 타국 땅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이름 없이 죽어간 것이다. 이에 넋을 기리는 비(碑) 또는 조형물을 세우거나 기념물로 지정해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이 터널은 여순사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터널 내에서 2차례 낙석 사고가 발생해 현재 통행이 금지된 상태로 낙석 원인과 안전진단 결과가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 등록문화재 제301호 율촌역. 1930년 12월 25일 사설 철도회사인 남조선철도주식회가 광주와 여수를 잇는 철도 영업을 시작하면서 건축한 기차역이다. 1930년대 초기에 세워진 사설 철도회사의 역사로 희소성을 갖고 있어, 근대 철도사와 건축사에서 중요한 건물이다. 율촌역은 복선화 완료 후 폐역 됐으며, 여수시가 2015년 3억6000만 원을 들여 보수했다. 하지만 건물 인근에 폐타이어가 쌓여 있는 등 관리가 소홀하고, 활용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수 애양원 역사박물관.

◇ 일본 교토 ‘도시 자체가 문화재’

외국의 경우 그리스, 캄보디아, 일본 등은 이미 문화재를 활용한 선진 관광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근대 유산의 보존과 복원, 활용은 모든 지자체의 화두가 되고 있다. 도시의 역사, 정체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구, 군산, 인천, 부산, 통영 등 오래된 도시들은 근대 유산들을 연결한 문화벨트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성공한 예도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지역성을 외면하고 다른 도시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결과다. 결국 의미를 어떻게 살리고 스토리를 만들어 어필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스 관광산업의 근간은 고대 그리스문명의 문화재다. 로마·프랑스·스페인 등도 마찬가지다. 2014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외국인 방문객은 950만 명에 달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앙코르와트’ 등 과거 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이 현재의 캄보디아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고대문명의 발생지로서 전 인류에게 엄청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나 역사 속에서 세계를 호령하던 시기 다양한 문화교류의 흔적이 남은 유산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처럼 풍부한 문화유산을 모두 갖출 수는 없지만 보존과 활용에 따라 얼마든지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은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교토다.

교토 경제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은 관광산업과 전통공업이다. 기요미즈데라(절)의 방문객만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행객에게 교토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란 말로 정의된다. 오랜 기간 열도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왕궁과 사찰 등 수많은 문화재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교토에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사찰·신사가 2000여개 남아 있다. 1994년엔 니조성과 각종 사찰, 신사 등 17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국보와 교토부·교토시 지정 문화재 등이 넘쳐난다.

여수시는 보물 문화재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타루비(보물 제1288호)와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를 제외한 10개가 흥국사에 있다. 흥국사 대웅전(보물 제396호), 동종(보물 제1556호), 목조석가여래삼존상(보물 제1550호),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보물 제1566호), 홍교(보물 제563호), 노사나불괘불탱(보물 제1331호), 대웅전 후불탱(보물 제578호), 수월관음도(보물 제1332호), 십육나한도(보물 제1333호), 대웅전관음보살벽화(보물 제1862호) 등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단순히 ‘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것이 관광지로서 교토의 매력이라고 보긴 힘들다. 사람들을 교토로 끌어들이는 힘은 그대로 간직된 옛 경관과 자연이 만나 뿜어내는 정취다. 이런 정취 속에서 문화재는 생명력을 더한다.

교토는 인구 147만 명의 대도시지만 고층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 주변과 교토역 주변 등 일부 중심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경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와 교토부·교토시가 종합적 경관관리시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1966년 일본 정부는 교토와 가마쿠라, 나라 등 문화재가 많고 경관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고도보존법을 제정했다. 교토시는 1970년대부터 도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72년에는 ‘시가지경관조례’를 제정해 미관지구 지정, 역사지구 보존, 옥외광고물 규제 등을 실시했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의 2013년 ‘교토·북경의 역사문화경관관리정책 사례 조사’에 따르면 교토시는 전체 시가지의 최고고도를 31m(약 10층 높이)로 제한한다. 주변 산과 전통가옥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주요 역사문화재와 산지 주변은 15m 이하로 제한된다.

교토시는 건물의 높이뿐만 아니라 전통건조물보존지구, 역사경관보전수경지구, 일대경관정비지구 등을 지정해 건축물의 디자인에도 제한을 뒀다. 쿄마찌야(교토 전통가옥) 밀집지역에는 건축물의 모양과 재료, 색채 등을 정할 때 지자체와 상의하도록 했다. 교토를 관광하며 원색의 간판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보전건축물의 지정 및 개보수 지원 등을 통해 지구의 특별한 정취와 분위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보존이 정부의 하향식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토 내 기온신바시 지구는 차야(전통상점)를 운영하던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1976년 전통적건조물군보존지구로 지정됐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고층건물로 개축하는 것보다 지역 경관을 보존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선구안을 가졌던 것이다.

▲ 향토유물자료관. 옛 쌍봉면사무소로 현재는 철거됐다.

◇  쯔마고, ‘마을 보존’ 시민 운동 모범 사례

일본의 첫 번째 국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된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 ‘쯔마고(妻籠)’는 에도시대, 교토에서 도쿄를 잇는 나가센도(中山道)에 형성된 여관마을로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1601년에 조성되었다고 하니 마을의 역사는 400년을 넘어선다.

한두 시간이면 돌아볼 정도로 워낙 규모가 작아 그 이름값으로만 보자면 밀려오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법하지만 이 마을은 여전히 평화롭고 조용하다. 1971년 주민들 스스로 주민헌장을 만들어 건축물을 보존하고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총량제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지 않는다. 빌려주지 않는다. 부수지 않는다.’ 쯔마고가 내건 구호다. 주민들이 이런 구호를 만든 이유는 마을의 물리적 고유성인 전통적 경관을 단순한 물리적 경관이 아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신까지를 포함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이 마을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주민 스스로 다양한 규약을 만들어 지키며 마을을 보존해낸 사례는 일본 안에서도 시민운동의 모범으로 꼽힌다. 쯔마고는 1983년 보존재단을 설립해 더 적극적으로 마을 보존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역사(驛舍)를 복원한 마을자료관에서는 마을의 역사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흑백사진이나 민속자료는 대부분 1960년대부터의 것이지만 마을의 오랜 역사는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으로 만날 수 있다.

◇ 보존 가치 높은 건축물 인식 부족

여수는 여순사건 때 많은 건물들이 불에 타 적잖은 근대 건물들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다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해방 후 약국으로 사용되던 일본식 건물 임약국 등이 여전히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여수시 남산동에는 천재 곱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손상기 화백의 생가와 우리나라 복싱 역사상 최초로 WBA주니어 미들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기수 선수가 살았던 집이 있다. 만흥동에는 전남 최초의 서양화가 김홍식 화백의 집이 있는데 현재 빈집으로 남아 있다. 집을 철거한다해도 막을 장치가 현재로서는 없다.

최근 여수시 주삼동 여천초등학교 뒤편에 위치한 일본 해군의 지하벙커가 훼손될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제강점기 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토지 소유자가 자재창고를 짓기 위해 구조물 위의 흙과 잡목을 제거하는 중으로 훼손할 의도는 아니었으며, 소유주 동의를 얻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동산배수지는 1931년 준공된 여수시 최초의 배수지로 알려져 있다.
▲ 동산배수지는 1931년 준공된 여수시 최초의 배수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여수시가 상수도 특별회계 운영 적자로 노후관 교체 등 유수율 제고사업을 할 수 없다며 매각을 추진한 동산배수지는 현재 등록문화재 등재 여부를 따지는 작업이 진행중으로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여수공업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동산배수지는 1931년 준공된 여수시 최초의 배수지로 알려져 있다. 전국적으로 6곳의 배수지가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지만 동산배수지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시는 관련 자료 수집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주민들과 여수시의회는 휴식공간 등 주민 편익시설 설치와 역사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다며 매각 반대 의견을 냈다. 여수시의회 이상우 의원은 “동산배수지의 경우 매각하는 것보다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보존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지난해 쌍봉동사무소 옆에 위치한 향토유물자료관(옛 쌍봉면사무소)을 노후화를 이유로 철거했다. 1914년 석창사거리 여천농협 창고에 위치했던 쌍봉면사무소는 1926년 화재로 불에 타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쌍봉동사무소가 신축되면서 여수시문화원 부설 향토유물자료관으로 운영됐다.

100년 가까이 된 기와집 형태의 이 건물은 역사적 사료와 미적 형태를 갖추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보전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지역 예술인들은 이곳을 소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철거됐는데 그동안 건물이 부실하게 관리돼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KBS여수방송국 건물은 아파트 건축을 위해 철거됐다. 여수시 학동의 옛 여천시교육청은 여수시교육지원청으로 쓰이다 철거돼 현재 병원 주차장이 됐다.

▲ 여수시 만흥동에 있는 전남 최초의 서양화가 김홍식 화백의 집. (자료사진 2015)
▲ 여수시 남산동 손상기 화백 생가.

▲ 여수시 남산동 김기수 권투선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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