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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창원·부산시, 근대 건축물 보존해 새로운 콘텐츠로오래된 건물과 트렌드, 그리고 여수관광<중-4>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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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11: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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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이중섭이 기거하면서 나전칠기 교습생에게 도안을 가르쳤던 경남도립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의 현재 모습. (사진 통영시의회)

통영시, 중요 근대 건축물 보전·활용 조례 제정

개발 등으로 근대 건축물이 철거돼 역사와 추억이 사라져버리게 되면 다음 세대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보전하고 관광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자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역사적, 건축적, 산업적 또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근대 건축물과 일제 강점기 유적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영시는 지난해 산업화와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요 근대 건축물을 보전할 장치를 마련했다. 통영시의회가 지난해 10월 ‘통영시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것.

이 조례는 방치되고 있는 통영지역의 주요 근대 건축물을 발굴해 보전 방안을 찾고 이를 역사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근대 건축물은 19세기 개항기부터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접어든 1960년대 이전에 건립된 역사적, 건축적, 산업적 또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포함한다.

통영은 일찍이 근대화 바람이 불었던 일본과 교류가 활발했다. 이 때문에 통영은 서구 문물이 일본을 거쳐 경남지역으로 전파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당시 근대적인 문화, 건축, 생활양식 등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통영에는 다양한 근대 건축물이 속속 들어섰다. 통영은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제201호)과 옛 통영군청(현 시립박물관, 제149호), 사회계몽운동을 펼쳤던 옛 통영청년단회관(제36호), 문화동 배수시설(제150호)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본인이 집단 거주했던 항남동과 도남동에는 지금도 적산가옥이 늘어서 있다.

또한 1910년 세워진 통영 근대 문화와 교육의 산실이었던 ‘호주 선교사의 집’을 비롯해 통영에 거주하던 일본인 40명이 당시 화폐로 5000원을 모아 1914년 개관한 ‘극장 봉래좌(봉래극장)’, 지역 최고의 일식요릿집으로 명성을 떨친 ‘삼학식당’, 지역 최초의 사진관 ‘제등사진관’ 등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제대로 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이들 건축물은 대부분 철거됐다. 천재 화가 이중섭이 통영 명품인 나전칠기 교습생에게 도안을 가르친 항남동 ‘경남도립 나전칠기기술원 양성소’, 일제 강점기 일본식 간장을 만들던 서호동 ‘장공장’도 철거 위기에 처했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과 ‘토지’의 배경이 되는 ‘하동집’은 통영지역에 남은 마지막 조선식 기와집이지만, 가치 인식이나 보전 노력은 요원한 실정이었다.

조례 제정에 따라 통영시장은 근대 건조물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 및 활용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해야 한다. 공무원들도 매년 근대 건축물 현황과 실태를 의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가치 있는 건축물을 근대 건조물로 지정하고 건축물 소유자나 관련 기관, 단체에 건축물 유지, 보수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또 가치 있는 건축물을 근대 건조물로 지정하고 주변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창원시의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 헌병대 건물인 옛 마산헌병분견대’. 창원시는 일제의 가혹·탄압 행위를 보여주는 기록물과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던 취조실을 재현해 각종 고문도구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창원·부산시도 근대 건조물 보전·활용 조례 제정

창원시는 2013년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근대 건조물 전수조사 및 보전·활용에 관한 기본방향과 사업계획, 지원 근거 등을 추진했다. 2015년 ‘창원시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상 건물은 1899년 개항기부터 1960년대 이전 시기의 근대 건조물이다.

창원시는 2015년 1호 충무공 이순신 동상, 2호 백범 김구 선생 시비, 3호 진해탑, 4호 흑백다방 등 근대 건조물 4개소를 국가지정문화재인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보존·관리 필요성이 있는 ‘근대 건조물’로 지정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은 이순신 장군 동상으로는 195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립됐다. 지난해에는 여좌천 제방과 마산 3·15의거 기념탑, 마산 충혼탑, 마산 월남동 절충식 가옥, 옛 진해만 요새사령부 본관 등을 추가 지정했다.

창원시는 또 2013년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개발 이전의 마을 풍경과 일상의 흔적을 발굴·복원·보전하기 위해 ‘옛 모습 찾기 마을흔적 보전지침’도 마련했다. 마을흔적 보전자원 유형으로는 △근대 건축물(교회, 산업시설, 주택, 공공기관), 전통건축물(사찰, 가옥), 조형물(불상, 장승, 석탑, 기념조형물) 등의 ‘건조물’ △특이한 공간구조나 먹자골목과 같은 ‘가로’ △역사적 인물의 생가와 오래된 맛집 등의 ‘장소’로 구분된다. 수변, 녹지, 수목 등의 자연생태와 유적, 마을 변천사 및 마을 유래 등도 포함됐다.

2015년 근대 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부산시는 앞서 2012년 현존하는 지역의 근대 건조물을 보호하고, 문화·관광 인프라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근대 건조물 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에는 근대 건조물 보호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정비 및 재해석, 추가 발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근대 건조물을 활용한 특화거리 조성 등 문화·관광 인프라 활용방안도 담았다. 부산시는 근대 건조물 외에 1960년 이후 건조물 중 보전가치가 있는 역사적, 상징적 현대 건조물도 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주시는 1997년 화가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 단칸방을 복원하기도 했다.

여수시의회 이상우 의원이 지난 2월 ‘여수시 근대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으나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심사 보류됐다. 이 의원은 조례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에 따르면 여수시장은 19세기부터 1960년대 이전에 설치돼 역사·학술·예술·기술 분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 중 ‘여수시근대건조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근대 건조물로 지정할 수 있다. 시장은 근대 건조물의 체계적인 보전·활용 사업 추진 및 문화·관광 자원화 등을 위해 근대 건조물 주변지역을 특화거리로 지정할 수 있다.

시장은 근대 건조물 보전·활용 방안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근대 건조물의 가치유형별 보전·활용 방안과 범위를 마련해 근대 건조물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근대 건조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근대 건조물의 관리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근대 유산 보호 위한 현실적인 제도·지원도 필요

근대 유산은 지역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약해 훼손 위기에 처하거나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생성연도가 짧아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문화재도 먼 훗날 지금의 지정문화재 만큼이나 값진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존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은 건설·제작·형성되고 50년 이상이 지난 것을 원칙으로 하나 그렇지 않더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각에서는 문화재 보존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유주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등록문화재 덕분에 이익이 생긴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관광 잇는 콘텐츠 개발과 주무부서 역할 강화 필요

여수시 문화예술과 문화재팀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재팀은 문화재 보수 및 관리, 문화재지정, 학술용역, 문화재시설물관리, 무형문화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문화시설과 유물구입 및 수장고관리는 문화시설팀이 맡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문화재 보존·관리를 넘어 관광과 문화재를 연계해 육성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문화재 콘텐츠를 ‘관광’과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속담을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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