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차 운영권 소송에서 법원 ‘상인 의견 수용’…시, ‘이의신청’
신규 운영자 6명 계약 무기한 연기…당분간 12개 업소만 운영

현재 여수시와 낭만포차 제1기 탈락 상인 5명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여수시를 상대로 내부 평가 기준이 당초 계약과 달리 매출액 등이 포함됐다며 평가표의 투명한 공개와 탈락 철회, 2차 운영자 모집 즉각 중단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탈락 상인들은 “낭만포차는 1년 단위로 계약하되 최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여수시와 상인들이 서로 협의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이 1년도 안 돼 탈락시켰다”며 “일반 상가 임대차 계약과 유사한 상황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 맞고, 탈락한 상인들이 여수시에 대해 재계약 체결 요구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탈락한 사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공정하게 평가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3월 18일 2차 운영자 모집을 위한 음식품평회를 강행했으며 5월 4일부터 새로운 상인들을 참여시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탈락 상인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동이 걸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4민사부(재판장 강성훈·법관 정수영·원용준)는 4월 20일 탈락한 낭만포차 운영 상인 5명이 제기한 운영권 부여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관련 소송비용을 여수시가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 낭만포차 탈락 상인들이 지난 3월 6일 여수시청 앞에서 여수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주철현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초 운영자 교체 통보 철회, 2차 운영자 모집 공고 전면 백지화, 낭만포차 운영 조례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낭만포차 평가위원회의 평가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채무자인 여수시가 구성한 평가위가 낭만포차 운영 시작일로부터 8개월이 흐른 올해 2월에야 뒤늦게 구성(여수시의원·시민사회단체·SNS 서포터즈 등)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평가위가 운영자 17명 가운데 30%를 일률적으로 탈락시키기로 방침을 정하고 애초 평가기준에 없던 ‘매출액’을 갑자기 평가 지표로 추가해 심사한 끝에 탈락자들을 정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낭만포차가 언론의 조명을 받게 돼 관광객이 늘어나고 매출액도 늘자 여수시가 관리 필요성 등에 따라 매출액을 평가 기준으로 추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관광객 증가 등은 이미 운영자와 여수시의 협약 체결 및 평가 기준 설정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여수시가 ‘매출액’을 추가하는 등 평가 기준 변경이나 탈락자 비율의 일률적 설정 등에 대해 낭만포차 운영 상인들과 별도 협의한 적이 없는 점도 가처분 수용의 근거로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평가위의 이 같은 평가가 “여수시와 낭만포차 운영 상인들 간에 묵시적으로 합의된 기존 평가 기준을 위배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계약 연장 거부 통지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낭만포차 운영 상인 입장에서는 “평가기준에 따라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에 의해 심사를 받을 경우 계약 기간이 연장될 여지가 있다”며 “상인들이 여수시를 상대로 향후 낭만포차에 대한 운영권 확인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낭만포차도 일반 상가 임대차와 유사한 계약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낭만포차 영업에 따른 매출액 가운데 3%를 여수시에 기부한다고 해서 이 기부금을 임대차보호법으로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며 상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에 앞서 재판부는 여수시가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사건으로 행정소송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계약의 연장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은 행정소송법상 ‘당사자 소송’에 속하기 때문에 민사집행법상 가처분 규정이 준용된다”며 가처분 신청이 부적법하다는 여수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 낭만포차 탈락 상인들이 지난 3월 6일 여수시청 1층 로비에서 주철현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탈락 상인들, 계약기간도 끝나도 영업 계속…물리적 충돌 우려
생존권 위협하는 결정, 관료중심의 행정이 빚어낸 결과 ‘비판’

여수시는 5월 4일부터 제2기 낭만포차 운영을 앞두고 신규 운영자 6명과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시는 기존 탈락자 5명과 신규 운영자 6명을 모두 배제한 채 우선 12개 업소만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변호사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향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음달 3일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탈락 상인들은 장사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는 4월 25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이의 신청을 제출했으며, 5월 12일 오전 10시40분 제205호 법정에서 심문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탈락한 상인들은 “여수시가 졸속 행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탈락 상인들은 여수시와 계약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3일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한 탈락 상인은 “그동안 시와 탈락 상인 간 대화도 없었다. 여수시가 타협점도 없이 5월 3일까지만 장사하고 나가라고만 한다”며 “재계약을 해 주든지, 일정 기간 연장을 해서라도 빚은 안 남기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법적 다툼에다 대화까지 단절돼 낭만포차 파행 운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가 탈락한 상인들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탈락한 상인들이 재판에서 승소해 여수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파행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여수시가 배상을 해야 하거나 여수시가 승소하더라도 새 운영자 6명이 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는 피해 등 낭만포차로 인한 후유증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여수시가 이긴다해도 운영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법적 다툼까지 초래한 것은 불통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석연찮은 이유로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 것은 관료중심의 행정이 빚어낸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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