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최근 화장동 황새등골공원 일반 매각 추진
주민들 “매각 안 될 말…공공시설로 존치해 달라”

▲ 황새등골공원. 여수시가 어린이공원으로 관리해 왔던 화장동의 황새등골공원을 최근 공원부지 지정을 해제하고 일반 매각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은 반대했다.

여수시가 공원 부지를 해제하고 일반에 매각을 추진하면서 뒤늦게 의견 수렴에 나서 주민들로부터 적잖은 눈총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공원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시가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각 추진 사실을 뒤늦게 안 주민들이 반발하자 시는 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여천동주민센터에서 주차장 등의 공공시설로 존치와 일반에 매각하는 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여수시는 무선·화장지구를 개발하면서 선사유적공원 건너편에 있는 황새등골공원 1476.5㎡(447평)을 어린이공원으로 지정·관리해 왔으며 최근까지 나무은행(묘목장)으로 활용했다. 시 공원과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1977년 4월 18일 공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11월 28일 공원 지정을 해제하고 일반에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시는 공원부지 해제 사유에 대해 공원 주변에 선사유적공원과 성산공원이 있어 소공원으로서의 존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지난해 6월 12일부터 12월 11일까지 1억3130만 원을 들여 20년 이상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자동 실효에 대비해 실시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 변경 결정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여수시가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배포한 황새등골공원 부지 매각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당 부지에 사회복지시설과 병·의원 시설을 짓겠다며 2곳이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매각에 강하게 반대하며 주민 편의를 위한 공공시설로 존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여수시가 지난 4월 26일 여천동주민센터에서 황새등골공원 부지 매각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공원 인근에서 8년째 자동차 정비 서비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여수시에 공원을 언제 조성할 것인지 계속 민원을 제기했으나 시의 답변은 ‘예산이 나오면 하겠다’, ‘예산 신청을 해 놨다’, ‘내년에 예산 나오면 공원을 조성하겠다’ 등 항상 똑같은 답변을 반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시가 묘목장으로 사용하면서 나무만 심어 놓고 사실상 방치해 둬 풀이 허리까지 자라고 모기·파리 등이 사무실과 작업장으로 들어와 5월에서 10월까지 모기향을 피워 놓고 일을 한다. 민원을 제기하면 마지못해 쓰레기와 풀을 제거해 주는 식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공원을 조성하기로 약속하고 땅을 분양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공원 해지 과정에서 어떤 정보도 들은 적이 없으며, 누가 의사를 물어 본 사람도 없었다”며 “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어 달라고 청원서를 넣었지만 묵살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이제와서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를 묻는 것은 절차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며 “그동안 방치된 공원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고, 또 어떤 용도가 주민을 위한 것인지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민 의견 수렴 부족 지적에 대해 김용우 여수시 회계과장은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 대상이 많으면 일일이 알리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고를 하는데, 지난해 10월 21일 시 홈페이지를 통해 2주간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한 열람 공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누가 얼마나 보겠냐. 일부 아는 사람들만 보지 않겠냐”며 “주민들한테는 매우 중요한 내용인데 (나는)오늘 처음 듣는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동사무소나 반상회, 하다못해 현수막이라도 게시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996년 공원 인근의 부지를 매입해 교회를 지었다는 목사 B씨는 “공원 부지를 인근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누구 마음대로 해제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공원 인근에는 교회와 어린이집이 있고, 원룸도 많다”면서 “오히려 부지를 사서 공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인데 공원 부지를 팔아서 다른 곳에 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참석 주민들은 “옳소”를 외치며 동조했다.

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C씨는 “선사유적공원 주차장은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공원에 주차를 해놓고 가는 바람에 토·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골목에 주차할 곳이 없다”며 “특히 선사유적공원 주차장을 유료주차장으로 만들면 주차난이 더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참석자 D씨는 “여수시가 산단 자연녹지를 없애고 대체녹지를 만든다면서 있는 공원을 없애는 엇박자 행정을 하고 있다”면서 “존치를 해서 주민들한테 혜택이 돌아가게끔 해야지 공원을 없애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참석자 E씨는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공원 부지를 해제하고 매각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가능하다면)공공용지로 되돌려 체육시설이나 주차장 등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용우 회계과장은 “매각을 전제 조건으로 공원을 해제한 것이 아니라 인근에 공원이 있어 해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주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이날 황새등골공원 부지 매각과 관련해 참석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각 반대(주차장 조성 등을 위한 공공시설 존치)와 ▲매각 찬성(①일반입찰 매각-사회복지시설 또는 병·의원 등 기타 상업시설 ②용도지정 매각-사회복지시설) 설문 조사를 벌였다.

설문 조사 공개 여부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공시설 존치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검토 중에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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