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조, “승진자 모두 주요부서 직원·투명하지 않은 모집 과정 등 허탈·분노”
인사팀, “평창올림픽조직위 요청에 따른 것…사전에 충분히 설명 못해 반성”

여수시청 공무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여수시가 최근 단행한 수시인사에 대해 여수시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홍귀수, 이하 여수시공노조)이 반발하자 시가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지만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이다.

여수시는 지난 1일 6급 4명, 7급 5명, 8급 2명 등 11명의 직원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 파견 및 전보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 가운데 감사담당관실 1명, 총무과 2명, 시민소통담당관실 1명 등 7급 직원 4명을 6급으로 승진시켜 파견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공노조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일반직 6급 승진은 7급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 돼야 하는데 이번 수시 인사에서 경력이 짧은 6급 승진은 대다수의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최악의 인사라는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여수시공노조는 “공교롭게도 승진자 모두가 주요부서 직원이란 것과 승진 등 인센티브 내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파견 희망자 모집 과정, 조직정서에 맞지 않은 승진 인사로 인해 구성원들의 허탈함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제안한 파견 모집자 자격요건인 70년생 이후 출생자 조건은 조직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우리 조직의 정서에 맞는 명분 있는 결정과 선발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수시공노조는 “인사는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할지라도 직원 대다수가 인정하고 공감하는 인사가 돼야 할 것이다”면서 “이번 인사에 따른 관련 자료와 공식적이고 투명한 해명을 요구하며 다각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지난해 5월부터 대회 조직위 등으로부터 3차례 파견 요청을 받았으나 시 인력 상황을 고려해 파견자를 모집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난 3월 조직위에서 별도 정원 승진 조건으로 5급 1명, 6급 상당 4명의 파견을 제안해 이를 수용한 것이다”고 밝혔다.

시는 “대상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우리시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위의 파견인력 나이 제한(1970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을 무시하고 승진 후보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래된 직원으로 5급 1명, 6급 4명을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 여수시청 전경.

그러나 조직위는 추천자의 연령대가 조직위의 부서장급 연령이고 전화 등으로 이들의 능력과 체력 등을 검증해 모두 부적격 의견으로 최소 70년생 이후 출생자를 다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인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도 검토했으나 한 자리라도 승진요인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파견이 어려운 5급은 제외하고 6급 승진 후보자 중에서 파견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복수로 추천해 조직위로 하여금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특히 대회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아 밤낮없이 일해야 하므로 젊고 능력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조직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광일 여수시 인사팀장은 “인사 예고 시 모든 부분을 기재할 수 없는 한계도 있지만 노조에서 지적한대로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는 보다 자세하게 배경을 설명해 직원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부서의 해명에도 자괴감을 토로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불만이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한 직원은 “파견배경이 왜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까요? 5년도 안 된 직원의 6급 승진은 많은 직원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근무의욕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이번 수시인사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도 이해가 되는 인사인지 되묻고 싶다”며 “2000여 공직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항상 잊지 말라”고 했다. “서럽네요”, “자괴감을 느낍니다”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인사 논란으로 내부 불만 반복…주철현 시장 리더십도 흔들

문제는 여수시의 인사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사 때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을 승진시키거나 요직에 앉히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직정서에 맞지 않은 승진 인사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올해 첫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을 승진 0순위로 꼽히는 시장 비서로 발탁하는가 하면 뚜렷한 업무실적이나 내세울 공적이 없고 경력이 비교적 짧은 경력의 6급 직원을 사무관으로 승진시킨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음주뺑소니로 징계를 받은 사무관을 요직으로 기용한 데 이어 국장 승진까지 시킨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시 관용차를 개인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외상값 수백만 원을 타 부서에 떠넘긴 의혹을 받은 팀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해 내부 불만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여수시는 최근 전남도의 2017년도 정기종합감사에서 음주 운전 직원을 승진에 유리한 자리로 전보하고 보건직렬 자격이 없는 보건소장 임용 등에 대한 인사 행정 부적정을 지적 받았다. 도는 여수시의 잦은 전보 인사는 업무능률과 안정적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부적정 인사 행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게 상실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여수시공노조는 지난 2014년 8월 단행한 민선6기 주철현 시장의 첫 인사에 대해 일부 인사 청탁으로 공직 사기를 저하시킨 보은 인사, 소수 직렬 배제 인사, 직류를 고려치 않은 인사, 특정 직원에 대한 하향 전보 인사였다고 혹평했다.

올해 초 인사 논란이 일었을 때도 홍귀수 여수시공노조 위원장은 “공평한 인사를 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도 직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시장이 되레 인사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사를 할 때 마다, 내부 불만이 반복되면서 주철현 시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여수시청의 한 직원은 “‘인사가 만사’라지 않나. 인사 자체가 늘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만큼 투명성 확보가 관건인데 주 시장의 인사는 매번 예측을 벗어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며 “인사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대화보다는 이미 해놓고 당위성만 강조하다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각종 의혹과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인사 논란에 대처하는 시장의 태도가 더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본다. 사실 인사 논란이 있을 때마다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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