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관광 양적 성장에 경고음도 커진다 ② 바가지요금은 ‘나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지역경제를 좀먹는 독버섯이다. 숙박요금 정가제 정착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숙박요금 비싸고 들쑥날쑥…횡포 수준” 분통

5월 황금연휴 기간 여수 도심과 주요 도로가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어 방문객들과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부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이 불만을 가중시키며 여수 관광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3일 남편, 자녀 3명과 함께 전주에서 여수를 방문한 황모(여)씨는 숙박업소 바가지 요금 행태와 교통난 등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황씨 가족은 이날 오후 10시경 숙소를 구하기 위해 숙박업소가 많은 여수시 봉산동과 돌산 우두리 일대를 돌았다. 그런데 봉산동 A모텔의 숙박요금에 깜짝 놀랐다. 18만 원을 요구한 것. 황씨는 이미 종합숙박앱 ‘야놀자’ 등에서 이 모텔의 요금을 안 터였다. 해당 앱에는 평일 특실 기준 5~7만 원, 토요일 10~12만 원으로 나와 있었다고 했다.

황씨 가족은 더 저렴한 숙소를 찾아 이 일대를 2시간가량 돌아다니다 결국 방을 구하지 못해 12시경 다시 그 모텔로 갔다. 그런데 20만 원을 요구해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돌산 우두리의 B모텔도 15만 원을 요구했다. 이 모텔은 평일 4~7만 원, 토요일 7~12만 원을 받고 있다. 황씨는 “아무리 황금연휴라고는 하지만 이는 횡포 수준이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이들 모텔뿐만 아니라 전화로 문의한 상당수 모텔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요금을 요구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했다. 또한 숙박앱에 명시된 요금을 보고 업소에 예약 전화를 했지만 그 가격이 아니라고 해서 황당했다고도 했다. 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셀프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무인텔의 요금이 왜 이리 비싼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여수거북선축제 기간 종포해양공원 야경. (사진 여수시)

숙박업소는 보통 주중과 주말 성수기, 비성수기, 특정일 등으로 나눠 요금을 책정한다. 숙박업소 홈페이지나 모바일 숙박예약 서비스 ‘여기어때’나 ‘야놀자’ 등에 요금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소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높은 요금을 받아 여수 관광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는 실제로 ‘이용가격은 상시 변동이 있으므로 무인텔로 문의 주세요’라고 안내 했으며, 성수기와 특정일 요금 메뉴를 클릭해도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일부 업소는 요금이 수시로 바뀌기도 했다.

황씨는 “숙박업소마다 들쑥날쑥한 요금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여수 관광에 대한 신뢰도가 자꾸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며 “숙박요금이 명시되지 않거나 믿을 수 없는 업주의 입에 의존해 요금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일부 숙박업소의 경우 입실 시간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보통 오후 3시에 입실해 다음날 11~12시에 퇴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부 숙박업소는 오후 6시 또는 8시에 입실, 다음날 오전 9시에 퇴실로 변경·운영했다. 이는 손님을 더 받기 위한 편법 운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행정의 지도·단속은 사실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여수지역 숙박업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요금 정가제를 도입,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들쑥날쑥한 성수기, 특정일 숙박요금에 대한 지도와 개선책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숙박업소에 대해 비수기와 성수기, 특정일 이용가격, 가격표시 등의 현황을 파악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이력 관리를 시행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가격 안정 참여업소 장려와 이용객들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 비수기 요금 또는 지역 평균요금의 일정 퍼센트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우선 비수기, 성수기, 특정일 요금을 업소 입구는 물론이고 홈페이지, 숙박앱 등에 통일성 있는 가격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금을 처음부터 명확히 밝혀두면 숙박업소가 성수기에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거북선대교에서 바라본 여수항. ⓒ 마재일 기자

여수시, 요금 사전신고제·숙박전담팀 신설 등 검토

여수시는 숙박업소들이 관광객 등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으로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요금표 미게시나 표시된 요금보다 더 받았을 경우는 행정 처분 대상이지만 자율요금제여서 비싸게 요금을 표시해 받아도 처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무인텔 숙박요금 민원이 가장 많다. 바가지요금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숙박협회 등과 계도·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자정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박요금 사전신고제와 숙박 관련 업무를 특별 관리하는 전담팀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숙박요금 사전신고제는 숙박업자가 성수기 숙박요금을 일반실과 특실로 구분해 자진 신고하고 요금표를 피서객이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하는 제도로 현행법상 업소 자율로 맡겨진 숙박요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바가지요금을 근절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일부 무인텔의 경우 숙박요금이 수시로 바뀌어 혼동을 주거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황금연휴에 여수를 방문한 박모(남)씨는 “수십만 원이나 드는 차비나 숙박비 생각하면 차라리 비슷한 금액인 동남아시아나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신고하지 않거나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만큼 드러나지 않은 민원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며 여수시가 관광객들의 푸념을 볼멘소리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여서동의 상인 서모(남)씨는 “바가지요금은 ‘나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지역경제를 좀먹는 독버섯이다. 행정과 지역사회가 보다 강력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 이모(남)씨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숙박요금은 비수기, 성수기, 특정일 구분 없이 동일해야 한다. 투숙객이 적다고해서 요금을 내리는 것은 아니잖나. 그리고 4~7만 원짜리 방이 돈을 더 지불한다고해서 서비스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는 여수 관광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본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지속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가지요금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손님들의 심리를 이용해 주머니를 터는 것이며, 칼만 안 들었지 강도와 다를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역 숙박업소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방이 많이 비어 있다. 3~4배는 좀 과한 것 같고 평균 2배 정도는 얹어 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성수기나 연휴 등의 특정일에 숙박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손님을 한 번 받고 말 것이 아니라면 자숙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빈 방 찾기 너무 힘들어…숙박 정보 통합 안내 필요

황씨는 또 숙박업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발품을 팔아 빈 방을 찾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숙소를 구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시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숙박시설 정보도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수가 고향으로 경기도에서 왔다는 박모(여)씨는 숙소를 구하느라 새벽 3시까지 여수 곳곳을 돌아다녀도 결국 방을 구하지 못해 차 안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황씨의 언니 시어머니의 경우 소문을 듣고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엘 갔는데 숙소를 구하지 못해 생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3년 연속 관광객 1300만 명 유치를 위해 온갖 관광정책을 쏟아내면서도 당일 예약이 취소되거나 비어 있는 숙소의 정보를 공유해 투숙객들이 편리하게 숙소를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여전히 수용태세는 미흡한 상황이다. 그마나 숙박앱을 이용할 수 있는 젊은 층에 비해 노년층은 발품을 팔아서 숙소를 구하러 다니는 실정이다.

각 지자체별로 역이나 터미널 등에서 관광종합안내센터를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 방문객이 인원과 예산 규모 등의 정보를 제공하면 센터에서 즉시 공실 여부와 적정한 가격의 숙박업소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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