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진남상가에 54억 들여 공영주차장 건립 찬·반

당초 주차 100대서 70대로 축소…12억 들여 부지 추가 매입 ‘논란’
의회, 위치 부적절·주차 대수 축소·비용 과다 지적에도 ‘변경안 통과’

여수시가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차량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7700만 원이 넘어 최고급 대형세단 1대 가격과 맞먹는 황제 주차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다 위치 부적절, 추진 과정에 있어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특정인을 위한 특혜 시비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차장이 아무리 부족하다고 해도 예산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상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립이 불가피하다는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수시가 여수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진남상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교동 221 등 2필지 부지 778㎡, 지상 3층, 주차대수 100대 규모로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는 54억2000만 원으로 국비 32억5200만 원, 시비 21억1600만 원, 자부담(상인회) 5200만 원이다. 시는 지난해 24억2000만 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했으며, 올해 주차장 건립비로 중소기업청에서 30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시는 부지 1032㎡, 지상 2층, 주차대수 70대 규모로 당초 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의 ‘여수진남상가 주차장 건립사업 건립 부지 추가 매입 계획안’을 지난 5월 열린 제176회 임시회에 상정했다.

시는 변경 사유에 대해 “기본설계 용역 결과 부지 형태가 부정형으로 차량회전구간 등이 과다 소요돼 3층 건축 시 52대만 주차할 수 있다”며 “층수를 3층에서 2층으로 낮춰 기존 부지와 맞닿은 1필지 254㎡를 추가 매입해 신축하면 70대 주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원들 간 격론 끝에 결국 주차장 3층 규모의 건립비용 30억 원은 건립비(2층) 18억 원, 부지 추가 매입비 12억 원으로 변경됐다. 주차장 건립 부지 비용만 36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더욱이 부지 소유자가 동일인인 것으로 전해져 일부 의원은 추진 과정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안은 예결특위에서 의원 간 욕설과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갈렸다. 시의회 해당 상임위와 예결특위는 주차장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투입 예산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고, 위치 부적절, 당초 보고와 달리 주차 대수 축소 등의 문제점과 의문점을 제기했다.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자 시 집행부는 여수시의회 제176회 임시회 예결특위 마지막 날인 5월 23일 오후 2시에 별도로 보고회를 갖는 등 의원들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의회를 통과했다. 전면 재검토까지 요구했던 의원들이 시 집행부 안대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허수아비 의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진남상가 주차장이 들어설 부지.

여수시, 수억 더 주고 매입한 이유 의문 제기
“상인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전락할 것” 우려도

과거 여수지역 최대의 번화가였던 진남상가 일대의 주차난은 상가 침체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일대는 일방통행을 시행할 정도로 교통이 혼잡하고 상가 도로 양쪽은 주정차한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인근에 진남관 아래 주차장과 이순신광장 지하 주차장, 여수해수청이 운영하는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등이 있지만 이곳의 주차난 해소와 상권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주차장 조성 사업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의 단골메뉴이기도 했지만 비싼 땅값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5월 22·23일 예결특위에서 의원들은 당초 시 집행부가 100대 주차가 가능하다고 보고해 부지 매입비 등을 승인해 줬는데 이제 와서 53대 밖에 주차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허위 보고라고 질타했다. 특히 차량 1대 주차 공간을 조성하는데 무려 77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누가 봐도 쉽사리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시가 부지를 매입한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수시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부지 여수시 교동 221번지 대지 659㎡의 공시지가는 14억500만 원, 감정평가액은 19억1800만 원이다. 여수시는 17억 원에 매입했다. 교동 221번지 대지 119㎡의 공시지가는 2억6700만 원, 감정평가액은 4억4500만 원인데 시는 감정평가대로 매입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의회 이상우 의원은 “지난 2014년, 부지 소유자가 221번지 땅을 공시지가인 14억 원에 팔겠다며 작성한 합의서가 있다”며 “여수시가 3억 원을 더 주고 매입한 이유가 명확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는 지역구 의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며 “만일 합의서가 없다면 이건 사기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진남상가 상인회에서 중소기업청에 주차장 건립 사업을 건의할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하되 감정평가액이 19~20억 원이 나오면 17억 원에 매각하겠다고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 진남상가 주차장 위치도.

의원들은 또 위치 부적절과 부지 매입이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우 의원은 부지 매입비 36억 원이 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것은 특정인을 위한 주차장 건립 사업이 될 수 있고, 주차 1대당 7700만 원이 넘는다고 하면 어느 누가 이해를 하겠느냐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송하진 의원은 “진남상가는 상가 밀집지역으로 평소에도 혼잡해 일방통행을 시행하고 있다”며 “주차장 예정 부지 일대는 구조상 교차 통행이 쉽지 않는 등 위치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주차장이 과연 누굴 위한 주차장인가”라며 “결국 일부 상인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전락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특히 “사업 추진이 중단되면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의회를 압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시의 과업지시서에 따라 전문가들이 용역을 했을 텐데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이해가 안 간다. 손해를 보더라도 더 좋은 방안을 찾는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그동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주차장 조성에 회의적이던 주철현 시장이 1대당 7700만 원짜리 주차장을 조성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김유화 의원도 “주차장 부지 인근은 차량 통행이 빈번한 곳으로 교통 흐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상인들 차량이 주차 공간을 차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진남관 아래 주차장의 경우 상인들 주차 차량으로 인해 정작 시민이나 관광객이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래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주차장이 정작 상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시 지역경제과는 교통과, 상인회와 충분히 상의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남관 아래 폐가 매입해 주차장 조성 대안도
의원들 격론, 일부 의원들 욕설과 고성 ‘싸움’
타당성 검증 부실…지역구 이익 챙기기 몰두

현 부지에 주차장이 조성된다해도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립 예정인 주차장은 대형 관광버스가 들어갈 수 없다. 특히 진남상가 침체가 단순히 주차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신도심 형성에 따른 상권 이동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온라인 쇼핑몰, 순천·광양에 입점한 백화점 등의 대형쇼핑시설과의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소비자들을 유인할 다양한 콘텐츠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가 골목형시장 육성 사업비를 통해 진남상가에 공동판매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상권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예결특위 의원들은 여수시가 당초부터 다른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질타했다. 시는 5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린 보고회에서 의원들의 요구에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그러나 이미 24억2000만 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 상황이고 변경 예산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현실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과 여수시의 이 같은 답변은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교동오거리 진남상가 뒤에는 십수년째 방치된 빈집들이 수두룩하다. (사진 2016년 5월)

강재헌 의원은 “주차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효용성”이라며 “아는 분들한테 꼭 저곳으로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인근에 (현 부지보다)싸고 좋은 땅 많다는 말을 들었다.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곳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다른 주차장 부지를 물색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또 일부 의원은 진남관 아래 주차장 인근의 빈집을 매입해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수시민협도 성명을 통해 “54억2000만 원을 들여 70대의 주차장을 만드는데 주차 1대당 7800만원이 소요된다”며 “구도심 정비와 주차장 확보를 위해 진남관 아래 쪽 폐가를 매입해 주차장화 하고 입구를 넓혀 관광버스 주차시설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추후 5층까지 주차장을 올리자는 안도 나왔지만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김유화 의원은 “여수시가 처음엔 뒤에 진남관이 있어 높은 층수를 지을 수 없다고 했지 않냐. 고도제한이 없다할지라도 진남관에서 바라보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층수를 올리면 안 된다.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여수시는 “예산을 세워만 준다면 좋은 방안을 연구해서 완벽한 주차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른 대상 부지를 찾아서 의원들한테 보고하고 동의 얻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12억 원을 들여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는 계획안은 통과됐다. 오홍우, 김순빈, 박성미, 김유화, 김종길, 강재헌, 박옥심, 원용규 의원은 찬성했다. 김재영, 송하진, 이상우 의원은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각종 문제점과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경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비판이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5월 22일 예결특위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같은 지역구인 박옥심·이상우 의원은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오홍우 예결위원장은 성급히 휴회했다. 박옥심 의원은 “중앙시장, 진남상가 등 원도심 상권이 죽어 가고 있다. 주민과 상인들이 상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의원들이 따지면 주차장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이상우 의원은 “사업 추진 과정과 예산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다. 자신의 지역구 사업이라고 무작정 통과시켜야 한다고 떼를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수시민협은 성명에서 “시의원이 지역구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과 시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며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여수시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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