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업체, 삼부토건 대신해 각종 인허가 민원 대행
여수시의원, “시의회 차원에서 조사 특위 구성도 검토”

택지개발업체 개입 이후 이행 조건도 완화 ‘의혹 증폭’
경찰, 여수시 공무원 불러 조사 중…수사 장기화 전망도
여수시, “매매계약서 사인 간 거래…삼부토건에 계속 요청”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상포지구 매립지 택지개발업체가 60억 원대 회삿돈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준공 인·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추가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경찰의 수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수한 뒷말을 낳아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만큼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수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여수시 공무원을 상대로 준공 이행 조건이 갑자기 변경된 이유와 근거 법령 등을 검토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포지구 매립지 분양과 관련해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에 문제가 있는 걸로 판단해 처음부터 취급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기반시설도 안 돼 있는데도 준공 인가를 미리 해 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땅을 매입한 이들이 되팔기를 하는 등 돌산 지역 공인중개소에는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련기사 : 공인중개사 “여수 상포매립지 취급 안 해…준공 인가에 의문”)

▲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여수 돌산 상포지구 매립지.

<한국일보>는 지난 14일 택지개발업체인 Y사가 원래 부지 소유주인 S토건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원래 땅 소유주인 삼부토건의 도시계획시설 설치 등 매립 공사 준공을 위한 각종 인·허가 민원을 대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추가 보도했다. 여기서 Y사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고, S토건은 삼부토건(주)이다.

매체는 이는 “모든 행정절차는 삼부토건과 해왔다”는 여수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여수시는 지난 8일 특혜 의혹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2003년부터 삼부토건에 19차례 공문을 보내 1994년 당시의 준공 조건 이행을 촉구했으며, 실시계획 승인, 도로개설 인가 등 모든 행정절차는 삼부토건과 일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 A씨가 주철현 여수시장의 인척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민원업무 처리에 개입한 뒤 준공 이행 조건도 완화돼 시의 행정처분 결정 과정 등에 특혜가 있었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와 지난 8일 여수시의 기자 간담회 등에 따르면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은 2015년 7월 20일 법인 설립과 함께 삼부토건으로부터 상포지구 매립지 전체 부지(18만8562㎡) 중 12만7330㎡를 100억 원에 매입하겠다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일보가 일부 공개한 당시 매매계약서에는 삼부토건이 해결해야 할 매립지 공사 준공 인가 조건인 매립지 내 도로포장과 배수구조물 등 도시계획시설을 매수인(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의 책임과 비용으로 설치하기로 돼 있다. 또, 삼부토건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하기로 했다. 단, 매도인의 준공의무등의 불이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해석되지 아니하며 이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은 이에 따라 여수시와 수십 차례 협의를 통해 삼부토건의 준공 인가 조건 이행은 물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10여종의 인허가 민원을 대행했고, 시는 지난해 5월 인가를 내줬다.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은 3개월 뒤 삼부토건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넘겨받았고, 이중 7만9200여㎡를 100여 명에게 160억여 원에 분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상포지구 매립지 택지개발업체인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2015년 7월 삼부토건과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4조(준공의무 등)에는 삼부토건이 이행해야 할 도로, 상하수도 등 도시계획시설을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이행하고 이후 지적 공부등록, 소유권보존등기 등 준공 인가에 필요한 일체의 행정행위를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일보 캡쳐)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관계자는 <한국일보> 기자에게 “여수시로부터 필요한 공문을 수시로 받아 삼부토건 담당자에게 우편이나 이메일로 보낸 뒤 삼부토건 측이 서류에 도장을 찍어 보내주면 우리가 공문을 시에 직접 제출했다”며 “삼부토건이 여수시와 업무 협의나 행정 처리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도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준공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해 땅을 매도했다”며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에 준공 의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여수시 공무원을 만나거나 협의한 적은 한 차례도 없고 공문을 직접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모든 인허가 관련 민원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민원업무 처리에 개입한 뒤 여수시가 준공 인가 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1994년 전남도는 삼부토건에게 대로와 중로, 소로 등 도로 7개소와 배수구조물 등 설치를 준공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시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민원을 대행하면서 중로 1개소와 일부 상하수도 시설만 설치했는데도 준공 인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시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가진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삼부토건이 전남도 조건부 승인이 난 약 20여년 후인 2015년 10월 공유수면 매립공사 준공인가 조건 이행협의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시는 이어 “업체의 조건 이행협의 요청 이후 한 달 후인 2015년 11월 상포지구에 대한 토지등록 방침을 결정하고 일부 구간에 대해 2016년 5월 조건부 준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도대체 우회도로와 연결됐고 지반 침하로 인한 침수 등 각종 문제가 야기돼 2017년 12월 31일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승인을 받고 기반시설 설치 후 여수시에 기부 채납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는 이날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의 민원 대행 및 공무원 접촉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수시가 주 시장과 조카사위인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대표 A씨와의 관계를 의식해 언급하지 않았거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을 감싸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는 상황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과 삼부토건의 매매계약서에 대해 “사인간 거래이고 시에서 확보한 매매계약서가 없어 딱히 해명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부토건이 도시계획 준공 허가 신청을 한 만큼 삼부토건에 계속 이행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공 인가에 필요한 일체의 행정행위를 매수인 업체가 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여수시로부터 제출 받은 상포지구 매립지 관련 자료가 부실했다”며 “인·허가 등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시의회 조사 특위도 구성도 검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수시는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을 최초 보도한 <한국일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으며, 주철현 여수시장은 이를 보도한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 언론중재위는 여수시의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 불성립 결정을 내렸으며, 한국일보는 반론보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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