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 등의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여수지역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와 건강권 보장 등 취약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한 시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수 학교 밖 청소년 130여명, 잠재 위기 청소년 포함하면 270여명

▲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제적 또는 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교육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으로 정의한다. 자의적 타의적으로 정규학교를 벗어난 상태에 있는 청소년을 말한다.

교육부는 학교 밖 유형을 ‘학업형’, ‘무업형(無業型)’, ‘비행형(非行型)’, ‘은둔형’, ‘직업형’으로 분류하며 전국적으로 28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해마다 6만7000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은 2015년 기준 초등학생 27명, 중학생 41명, 고등학생 117명(일반고 61, 특성화고 53, 자율고 3) 등 185명으로 집계됐다. 여수 초중등 학생 수 3만4218명의 0.54% 수준이다.

박성미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여수지역 학교 밖 청소년은 초등학생 25명, 중학생 41명, 고등학생 90명 등 15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잠재 위기 청소년을 포함하면 더 늘어난 27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은 상당수 거리를 배회하다 비행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실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실태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음주 64.3%, 흡연 55.3%, 자살생각 28.0% 등의 비행경험과 성폭행 및 성매매, 본드흡입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밖 청소년의 범죄율은 23.8%로 재학생 범죄율(0.7%)의 34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중학교 학업 중단 청소년의 범죄율은 35.9%로 고등학교(30.0%), 초등학교(0.14%)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학업 중단율은 고등학교가 중학교 보다 2배가량 높고 초등학교 보다는 3배가량 높다. 학업 중단의 주된 이유는 초·중학생의 경우 유학과 해외출국 등이 높은 반명 고등학교는 자퇴의 비중이 95.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퇴를 선택한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인 51.6%는 학교 부적응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수 학교 밖 청소년 185명도 대부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한 경우다. 이들 중 40여 명 정도만 꿈드림 청소년상담센터를 이용할 뿐이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집에 은둔하거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한 후 비행에 가담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경제적 손실은 약 12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소년의 학업중단이 한 개인의 사회적 자립과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인적자원 손실, 범죄율 증가 등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이 학교를 떠났다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인 진료 준비와 결정을 위한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교육 당국이나 여수시의 관심과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학교 밖 청소년 2명 중 1명은 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비행집단 청소년의 후회는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는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사실 학교 밖 청소년은 공교육 내에 있는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교육에 비해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투자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인당 공교육비는 중학생 445만4000원, 고등학생 592만3000원으로 약 400~6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학교 밖 청소년에게 지원되는 공적비용은 이들의 1/10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여수시 청소년지원센터. 공간이 협소하고 예산 부족 등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박성미 의원 “체계적이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절실”

전문가들은 가출이나 학교를 그만두는 원인으로 부모의 이혼과 사망, 빈곤 등으로 인한 가정해체와 가정폭력이나 불화 등 환경적 요인과 지역사회의 무관심, 각종 유해환경 노출, 입시·성적위주의 교육정책 및 학교 부적응, 건전한 놀이문화 부재 등을 꼽고 있다. 청소년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각 가정과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일시 쉼터나 청소년상담센터 등이 있지만 이들을 교육하고 선도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관내 청소년 관련 기관·단체, 시설 운영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다양한 청소년의 욕구를 고려한 시설확충은 물론 예산지원을 통해 다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투자는 청소년 개인만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미 의원은 “정규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모두 비행청소년 등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며 “제도권 학업 대신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은 만큼 지역사회가 이들을 보듬을 여건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제정된 ‘여수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지난달 15일 제177회 여수시의회 정례회에서 시정 질의를 통해 주철현 여수시장에게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계획 등 여수시의 대책과 관심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여수지역 사회와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학교를 그만 두고 떠나는 아이들, 학교에 속하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수시만큼은 학업중단 위기에 있는 고위험군 청소년의 학업중단 예방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들에 대한 전문적인 개입방법을 고민하고, 더 특별한 손길을 내밀어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에 대한 문제해결에 효과적인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 발생 시 지원 기관과의 신속한 연계를 통한 조기 개입 방안 마련과 학교 밖 청소년 데이터베이스 구축 운영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의 대학입시 기회 확대 및 장학금 지원 방안 마련, 지자체 차원의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의 역할 강화 등도 주문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은둔형 청소년들의 취업을 위한 ‘취업사관학교’ 설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취업사관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간호·헤어·특수용접·제과제빵 등 맞춤형 직업훈련을 실시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하지만 여수에 취업사관학교가 없다보니 지역 청소년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배우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여수시의 의지만 있다면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과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개입과 지원은 자칫 학교 밖 청소년들이 또 다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여수 일시 청소년 쉼터의 밤 환경. (사진=박성미 의원)

일시 청소년 쉼터 환경 취약·처우 열악
일하는 청소년들 ‘무시·인권침해’ 다반사
시,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서비스 확대”

박성미 의원에 따르면 YWCA 건물 일부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여수시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는 공간이 협소하고, 예산 부족 등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연간 사업비는 2015년 1183만 원, 2016년 1437만 원, 올해 1832만 원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여수시가 가출 청소년을 위해 운영하는 일시(봉산동) 및 중·장기(신기동) 청소년 쉼터 2곳 가운데 일시 청소년 쉼터의 취약점도 지적했다. 일시 청소년 쉼터의 경우 일주일간 남녀 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방만 구분되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특히 “일시 청소년 쉼터 주변 환경이 밤에 음주자의 고성 등으로 열악하다”며 주 시장이 현장에 가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학교 밖 청소년들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증상이 발견되더라도 치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는 치료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24시간 운영되는 쉼터 종사자들의 처우가 약해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여수지역에는 지난 6월 기준 다문화 학생 539명, 발달장애 학생 381명, 새터민 학생 16명 등이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프로그램 준비 미흡 등으로 특수한 조건에 놓인 청소년들의 보호가 어려운 상태”라며 “아이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며 여수시에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남 유일의 공립형 대안학교로 지난 2012년 설립된 곡성의 한울고등학교를 사례로 들면서 벤치마킹을 제안했다. 올해 건립한 꿈공작소 ‘해봄센터’는 샌드아트실, 3D프린팅 창의공작실, 한식과 양식을 모두 실습할 수 있는 조리실과 제과제빵실, 공예실, 패션디자인실, 미용·헤어·네일아트 수업이 가능한 토털미용실, 바리스타실, 건축·목공실 등 9개의 전문실습실을 갖췄다. 일부 여수지역 아이들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여수 일시 청소년 쉼터의 낮 환경. (사진=박성미 의원)

여수에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남동부지부(지부장 송정권, 이하 청예단)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두리셋청소년학교’가 있으며 현재 6명이 몸담고 있다. 하지만 비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도교육청 예산 400만 원이 전부다. 올해 예산이 이미 바닥났지만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일하는 청소년들의 처우와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김재영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의 62% 가량이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직업형’ 아이들의 경우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도 2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찍혀 어른들한테 무시당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철현 시장은 “일반 학생에 대한 실태조사는 2년 주기로 여수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실시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 자료는 매년 전라남도 청소년 미래재단 주관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에 여수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이용한 청소년 270여 명 중 검정고시 합격 47명, 상급학교 진학 3명, 학업복귀 23명, 취업연계 6명, 자격증 취득 53명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학업 단절 청소년에게 검정고시 학습지원, 보호자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 하는 어려운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 225명에게 생활, 건강, 학업, 법률, 자립지원 등 특별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상당수 아이들이 학교와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시 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주 시장은 “유관기관·단체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 운영위원회와 청소년유해업소 단속망을 통해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청소년들을 찾아가 만나는 상담을 강화하고 필요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제 청소년 문제가 더 이상 가정이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요구된다. 이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정확한 실태조사와 심도 있는 원인 분석, 그리고 이에 맞는 맞춤형 지원 대책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문제에 대해 본질을 성인의 눈높이가 아닌 청소년들 눈높이에서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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