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부산·여수 등 부영 소재 22개 지자체 협의회 구성
“2년에 5% 법개정”…공정위에 임대료 직권조사 요청

▲ 웅천부영아파트.

전국 단위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주택(회장 이중근)의 과다한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곪아 있던 갈등이 결국 터졌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해마다 임대료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면서 전국 지자체 22곳이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주시와 포항시, 여수시를 비롯한 전국 22개 기초자치단체는 최근 전주시청에서 ‘임대아파트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지자체는 성명을 통해 “부영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간절한 희망을 발판삼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경제사정과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매년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까지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영을 비롯한 민간임대사업자는 하자보수를 즉각 해결하고 임대주택 건설 개발 이익이 서민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임대료 인상을 연 2.5%의 적정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에 참여한 지역은 여수시를 비롯해 부산 강서구, 광주 북구·광산구, 경기 화성시·평택시, 강원 강릉시, 충북 청주시·진천군,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익산시·남원시·김제시, 전남 목포시·여수시·나주시·화순군, 경북 경산시, 경남 양산시, 제주 제주시·서귀포시, 경북 포항시 등이다. 하지만 전남 동부지역 지자체 가운데 순천시와 광양시는 공동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앞으로 22개 지자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49조 1항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영의 관련법 위반 사항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등 업주가 과다하게 임대료를 올릴 수 없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민간임대주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한 의미”라며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2.5% 또는 물가 인상수준 등을 반영해 상식선에서 정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서 주거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임대주택법’에는 임대료 증액 청구 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5% 범위 내에서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고려토록 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는 실정이다.

부영 측은 “연 5%의 임대료 인상은 법에서 인정한 사항이며, 아파트 유지관리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부영은 “임대주택법에 따라 법적 규정대로 임대조건을 변경·준수하고 있음에도 지자체가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무리하게 인상률을 강제하고 고발 및 신고조치 등으로 압박하는 것은 권한을 남용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공동대응에 나선 지차제 중 일부가 지역 여론 몰이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전주시는 부영 측에 수차례 하자보수를 신청하고 임대료 인상 시 반드시 협의를 통해 적정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5% 상한선으로 인상하자 부영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부영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 여서동 부영아파트.

임대료 인상 과다·시설 노후 불만 ‘갑질 횡포’
여수시민협, “여수시민을 대상으로 폭리” 비판

그동안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은 임대료 인상이 과다하다는 점과 노후 시설물 보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여수는 지난해부터 시의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임대료 인하요구가 쏟아졌고 부영은 지역 사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올해부터 건축 후 20년 이상 된 여서·문수지구 부영 아파트 임대료 인상률을 3%로 인하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료가 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5% 임대료 인상으로 진행하고 있어 시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웅천부영의 경우 보증금에 따라 임대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59㎡의 경우 당초 보증금 6720만원에 임대료 38만8500이던 것이 지난 5월 변경하면서 7056만원에 임대료 40만7900원으로 5% 인상됐다. 웅천부영아파트 입주민 주모씨는 “세이브 되기는 하지만 매년 600만 원을 챙겨야 하는 것이 부담스렵다”고 말했다. 여수시의회 김행기 의원은 "부영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에 대해 입주민들이 여전히 비싸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아파트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기본적인 유지보수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매년 임대료만 올리고 있어 갑질 횡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수시의회 김행기 의원에 따르면 내부 베란다 천장이 크랙(균열)이 가서 철근이 노출돼 있는가 하면, 창문은 금이 가서 테이프로 붙여놓고 있고, 싱크대가 고장이 나도 보수가 안 되고, 도배도 10년 이상 오래돼 누추해도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부영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문지구 등 일부 아파트에 CCTV를 한 대도 설치하지 않아 범죄 발생 우려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미 철거된 부지를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돌산 우두리 아파트 부지를 이런저런 핑계로 개발을 미루면서 웅천, 죽림 등 돈 되는 신도심에만 아파트를 짓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 지난해 여수시의회 김행기 의원이 공개한 여서·문수지역 부영아파트 내부 모습.

여수시민협도 소비자 물가 수준으로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협은 “지난 2015년 12월 6일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2017년 물가상승률은 1.4%로 그동안 부영아파트는 여수시민에게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로 잇속을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수시민에게 임대료 3%로 인하가 마치 대단한 선심 쓰듯 하는 부영은 임대료를 더 낮춰야 하고, 물가인상률 수준에서 임대료를 인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수시민협은 2015년 4월에도 웅천 부영아파트 공공임대가격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시민협은 웅천복합단지개발사업 시행사인 여수블루토피아로부터 비싸게 땅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국고보조금을 챙기고 입주민에게는 비싼 땅 값을 이유로 공공임대라는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비싼 임대료로 여수시민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부영이 여수시민에게 얻은 수익으로 부영아파트도 없는 경남 창원에 진해글로벌테마파크에 5조 원을 투자하고,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5800억에 매입하는 등 부의 축적을 이뤄가고 있으나, 여수시에 인색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여건을 고려해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입주민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인상률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17일 현재 여수시의 부영 임대아파트의 규모는 12개 단지 1만1359세대다. 이는 전체 공동주택 6만5847세대의 1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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