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 상포지구 매립지 인·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이 지역사회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여수시의회는 침묵하고 있다.

경찰, 전·현직 여수시 공무원 등 30여명 조사
언론보도·시민단체 진상 규명 촉구·압색 등에도
2달 가까이 아무런 입장 없이 침묵 ‘역할’ 실종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상포지구 매립지 인·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여수시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여수시의회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의회 안팎에서는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행정 절차상 잘못이 없었는지, 실제로 특혜가 있었는지 등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 시의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수시의회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조위 구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시 집행부가 경찰 수사 중이라며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허탕·맹물 특조위였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 지역구 예산 확보와 지역 내 여론 등을 감안해 굳이 시 집행부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한 몫하고 있다.

전·현직 공무원 등 30여명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시민단체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데도 정작 여수시의회는 2달이 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

▲ 여수 돌산 상포지구 매립지 전경.

지난 6월 4일, 상포지구 매립지 개발업체 대표의 회삿돈 수십억 원 횡령 의혹과 준공 인·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여수시의 특혜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여수시의 해명 기자회견과 후속 언론보도, 시민단체의 철저한 수사 촉구 성명, 여수시청 압수수색 등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여수시의회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상포지구 매립지 인·허가 관련 부서인 여수시 도시계획과, 해양항만레저과, 정보통신과, 광림동사무소, 김재신 정무 비서실장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해 각종 문서와 컴퓨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SNS활동, 문자메시지 확인, 삭제된 메시지 복구에 주력하는 등 면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전·현직 공무원과 도시계획 전문가, 사건 관계자 등 30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7월말까지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인 중 일부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포지구 매립지는 1986년 삼부토건이 택지개발 용도로 바다를 매립해 1994년 2월 전남도로부터 조건부 준공인가를 받았지만 20여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기반시설이 거의 설치되지 않아 일반 분양을 할 수 없었던 상포지구 매립지는 2015년 7월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이 매입한 후 급속도로 개발이 진행됐고, 업체는 매립지의 일부를 160억 원에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의 회삿돈 횡령 의혹과 인·허가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은 분양 대금 중 60억 원의 흐름과 특혜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특히 분양사 대표 김모씨가 주철현 여수시장의 조카사위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지난 6월 28일 시 상황실에서 가진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해상케이블카도 임시 운행할 때 수많은 의혹이 있었고 해양레일바이크와 웅천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는데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시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상포지구 매립지 의혹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김재신 실장도 지난 6월 8일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삼부토건의 회사 사정에 따라 개발을 못해왔던 것인데 여수시의 인·허가 특혜로 갑자기 20년 만에 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의혹이 내년 시장선거를 1년 앞둔 현 시점에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수시민협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등 여수지역의 7개 단체로 구성된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어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의혹에 휩싸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여수시의회는 침묵하고 있어 시의회가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여수 돌산 상포지구 매립지.

“당의 이해관계 떠나 시의회의 당연한 역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문준용 씨 제보 조작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쟁탈전’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조작 사건 이후 여론조사 결과 5%로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국민의당으로서는 특조위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경우 여수지역에서만큼은 여론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여수시의회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조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특조위 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 등을 놓고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거론 되는 한 의원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특조위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은 당의 유불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는 당에 상관없이 바로 잡는 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철현 여수시장과 당이 같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국민의당 측에서 특조위를 구성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부 의원은 특조위 설치가 의회에 상정될 경우 반대해 달라는 요청을 더민주당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더민주당의 특조위 설치 저지 움직임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의혹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같은 당 소속 시장을 감싼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주철현 시장과 당이 같은 더민주당 의원들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물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당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여수시 행정’과 관련한 의혹이기 때문에 당을 초월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은 당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시민이 갖고 있는 의혹 해소 차원에서 시의회가 당연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경찰 조사 결과 공무원 비리나 위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의회도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개회한 제178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사진=여수시의회)

여수시민협도 24일 성명을 내어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공무원 30여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여수시의회가 먼 산 불 보듯 하고 있어 시의회가 또 다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시민협은 “필요하다면 조사특위를 하루속히 구성해 상포지구 매립지의 각종 인·허가가 합법적이었는지, 절차는 정상적이었는지, 특혜는 없었는지 조사해 시민들에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여수시의회 역할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가 은밀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시장을 실질적으로 견제한다는 것은 이론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10분발언과 시정질의 등을 건수 채우기,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것은 물론 핵심은 건드리지 않은 채 수박 겉핥기식의 수준 이하의 발언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시 집행부가 추진하는 특정 사업에 대해 의원들이 통과시켜주면 시 집행부가 지역구 민원을 챙겨주는 식의 뒷거래(?)를 한다는 의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수시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의혹과 의원 간 성추행·폭력 사건 등으로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게 남아있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는 실정이다.

시의회의 가장 큰 책무가 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인데 과연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포지구 매립지 특혜 의혹 특조위 설치 여부는 민선 6기 여수시의회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의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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