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8월 12일까지 3개월간 개최되는 여수세계박람회. 오늘은 여수의 미래를 이 행사 하나에 통째로 걸어도 되는지 그 솔직한 생각을 말하고 싶다.

방문객 800만명, 생산유발효과 약 12조원, 부가가치 약 6조원, 고용유발 약 8만명,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찬 구호다.
그러나 이제, 보다 근원적인 문제들을 따져볼 시기가 됐다. 우선 개최기간 동안 여수를 찾게 되는 800만명의 관광객이 우리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800만명이 찾는다면 하루에 대략 10만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게 된다. 그것은 관광객들이 하루에 승용차 2만 5천대에 나눠 타고 여수를 방문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위에서는 박람회를 찾는 관광객이 많으면 그것을 박람회 성공으로 간주 할 수 있겠으나 여수시민의 입장은 그와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여수시민은 박람회장만 휭하니 둘러보고 되돌아가는 800만명의 관광객이 박람회의 성공이고 여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관광객들이 박람회장뿐만 아니라 여수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고, 맛보고 갈 수 있어야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곽도로를 타고 여수에 와서 박람회장만 둘러보고 다시 외곽도로를 타고 빠져나가는 800만명의 관광객에게 우리 시민은 마냥 환호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왕 여수에 왔으니 여수의 음식도 맛보고, 여수의 섬도 둘러보고, 여수의 특산물도 구입하고, 여수의 수산시장과 재래시장도 둘러보면서 더 많은 여수를 느끼고 가게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여수, “이 도시가 대단한 도시구나”하는 생각을 갖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 여수의 성공이고, 박람회의 성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박람회 개최가 확정된 이후 2년여가 넘도록 이를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해 왔는지를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람회장 외에 여수의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또 박람회를 통해 여수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우리는 이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여수에 와서 먹고 자고 즐길 것은 무엇이고,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외곽지역의 환승주차장 말고, 시내에 주차장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여수를 느낄 수 있는 특색 있는 볼거리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성공적인 박람회를 위한다’는 구호로 사용한 수천억원의 돈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준비했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박람회 공사가 시작되면 지역에 있는 건설업자나 중소기업들이 그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10여년이 넘도록 이 도시에는 오로지 박람회 하나에 매몰되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또 한 해가 대충 흘러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이 도시의 정치인 누구도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없다. 자녀교육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도 없다. 죽으나 사나 오로지 박람회 하나만을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시민들은 박람회가 개최된다고 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하여,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제 박람회를 그만 우려먹기를 당부한다.

그 시간과 열정으로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지역을 위해 제대로 된 일 좀 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일하는 정치인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나는 여수시민의 저력을 믿는다. 모아지면 큰 힘을 발휘하는 우리 시민들의 저력을 믿는다. 문제는 이러한 저력을 한 마음으로 묶을 수 있는 ‘착한 지도력’이다.

나를 앞세우지 않고 도시의 미래를 앞세우는 그런 ‘착한 지도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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