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민협 설문 결과, 실질재상·소득증가 미미
“숫자 늘리기보다 시민 불편 줄이는 정책 펴야”

2년 연속 여수를 찾은 관광객이 1300만 명을 넘어섰고, 1500만 명을 바라보는 여수시의 외형 중심의 관광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수를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시민들은 교통 체증, 불법 주차, 물가 상승 등 생활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여수시민협이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일까지 2주간에 걸쳐 ‘여수를 찾는 관광객 증가가 여수시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395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여수시민들은 실제 소득 증가는 미미하고, 물가 상승과 교통 정체, 불법주차 등으로 생활 불편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시민생활과 관련한 경제적 여건을 백분율로 표현한 그래프. (여수시민협 제공)

먼저, 시민들은 ‘관광객 증가가 여수시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48.1%)’, ‘매우 그렇다(10.1%)’고 답해, 시민들은 관광객 증가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산 가치가 증가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32.9%)’와 ‘전혀 아니다(16.2%)’고 답해 ‘그렇다(18.5%)’와 ‘매우 그렇다(4.6%)’라는 답변보다 훨씬 높았다.

또, 관광객 증가가 ‘가계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35.2%)’와 ‘전혀 아니다(22.8%)’라는 답변이 긍정적인 답변 ‘그렇다(18.5%)’와 ‘매우 그렇다( 2.8%)를 압도했다.

‘식료품비나 외식비, 주거비가 상승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39.2%)’와 ‘매우 그렇다(20.3%)’라는 답변이 ‘아니다(11.4%)’와 ‘전혀 아니다(2.8%)’라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관광객 증가로 여수시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문화행사 관람기회가 많아졌느냐’는 질문에는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특히 여수 시민들은 '여수밤바다'와 '낭만버스킹' 공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지 개선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50.9%)’, ‘매우 그렇다(9.9%)’라고 응답해 관광객 증가가 도시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 시민생활과 관련한 사회적 여건을 백분율로 표현한 그래프. (여수시민협 제공)

“생활환경 나빠서” 이사 가겠다는 시민들도

하지만 교통정체나 소음 등 생활불편은 크게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정체나 불법 주차 등으로 생활 불편이 증가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44.8%)’, ‘매우 그렇다(30.6%)’로 답해 시민들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또, ‘소음이나 쓰레기 등으로 생활환경이 나빠졌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44.3%)’와 ‘매우 그렇다(17.2%)’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관광객 증가 후 자연경관 훼손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매우 그렇다(13.2%)’와 ‘그렇다(32.9%)’가 ‘아니다(28.4%)’와 ‘전혀 아니다(2.3%)’보다 높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시민들 상당수는 타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이사를 가겠다’는 응답자가 4.6%에 달했고, ‘가능하면 가겠다’는 응답자도 17.2%에 달했다. 이사를 가야겠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활환경이 나빠서(16.7%)’, ‘의료·문화시설 부족(13.4%)’을 꼽았다.

여수시민협 관계자는 “여수시는 시민이 살기 좋은 곳이 관광객들도 편하게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관광지임을 인식하고, 관광객 숫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관광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한 해 2000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30만 명에 이르던 인구가 현재는 5만 명 이하로 줄었으며 한해 1400만 명이 찾는 제주도도 관광객 증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도 관광객 수의 외형적인 면에 역점을 둔 관광정책보다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들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시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한 바 있다.

▲ 여수 해양공원의 낭만포차.

누리꾼들, “인구는 줄어들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관련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 첫 화면에 실리자 3일 오전 현재 700여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여수시민이라는 한 누리꾼은 “제발 오지 마세요. 너무 불편합니다. 개발 안 되도 좋으니 오지 마시길 바랍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누리꾼은 “여수를 찾아줘 감사하지만 시민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시정 정책 잘못이다. 공무원들은 생색내기 위한 정책만 펴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한번 오면 다시는 외부인이 안 올 것이다. 물가 비싸고 교통체증 심각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누리꾼도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여수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이 무지 크다. 주말엔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고 적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여수에 거주하는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자별 거주지역은 구 여수지역이 46.3%, 구 여천지역이 46.1%, 도서지역이 7.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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