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삼삼오오 술판·흡연 ‘눈살’
음식물·깨진 술병 등 쓰레기장 방불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여기가 공원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르겠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야경이 아름다운 밤바다를 볼 수 있고, 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인파로 북적이는 여수 해양공원이 밤마다 거대한 야외 술집으로 변하면서 술판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일에 이어 12일 오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그리고 15일 오전 5시부터 7시 20분까지 해양공원을 다시 둘러봤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해양공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종포밤빛누리 벤치에는 쓰레기를 담는 파란색 비닐봉투가 설치됐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지난 12일 오전 5시 24분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에서 취객들이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있다.

▲지난 15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날이 밝았는데도 삼삼오오 모여 공원 벤치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원 쓰레기통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8억 원을 들여 설치한 종포밤빛누리 조형물 벤치에는 먹다 남은 치킨 조각부터 컵라면, 나무젓가락, 술병, 맥주캔, 음식 찌꺼기,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나뒹굴었다. 곳곳에는 깨진 술병도 보였다. 특히 취객들이 담배를 피워대는 바람에 ‘흡연 무법지대’로 변했으며, 일부 취객은 비틀거리며 넘어지기도 했다.

15일 오전 공원 주변을 청소하던 미화원 1명이 6시 55분경 종포밤빛누리의 청소를 시작했으나 힘에 부쳐 보였고 더디게 진행됐다.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시민들은 쓰레기 더미 옆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아침 일찍 운동과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물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5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쓰레기.

쓰레기가 널린 벤치 옆을 지나는 이들마다 혀를 찼다. 시민 A씨는 “공원에다 포차를 만들어 술을 마시게 한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라며 “상쾌해야 할 아침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나 쓰레기로 인해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운동을 나온다는 시민 B씨는 “(혀를 차며)아주 개판이다”고 비난했다.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는 것은 양심의 문제로 시민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민 C씨는 “자기들이 먹은 것은 치워야 하는데 시민 의식이 실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D씨는 “밤에는 해양공원이 너무 무질서한 탓에 아이들의 교육에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공원을 술 마시는 장소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원에서 음주를 삼가해 어른들의 술판이 아닌 시민들과 가족의 힐링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양공원은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많아 시민의식만 강조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적절한 쓰레기통 배치와 쓰레기 투기에 대한 단속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낭만포차 영업 마감 이후 야간 이용객이 머무는 새벽 시간대에 청소 공백이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쓰레기.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무엇보다 공원 한가운데에 포차를 만들어 술을 마시게 한 것 자체가 무질서의 근원으로 여수시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인파가 많이 몰리는 일부 공원에 대해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건 물론, 술병의 마개를 열어서도 안 된다. 캐나다 역시 공공장소에서 술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예 밤 10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공공장소에서 술을 파는 것조차 불법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거나 입법 예고하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고, 강제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공원이 매일 밤 술과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지난 15일 여수 해양공원 쓰레기.

여수시의회에서는 지난해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부결됐다. 이 조례안은 금연과 달리 음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알코올중독자의 지속적인 증가를 막고,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에 따른 폐해와 청소년 보호, 각종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한편 여수시의회 박정채 의장은 “현재 낭만포차는 해양공원 중심부 도로, 인도, 공원을 점용하고 있으며 포차 이용자들의 불법주정차, 쓰레기, 음주고성, 흡연, 과도한 취객, 지정된 시간외 영업행위 등으로 인해 공원에 낭만은 없고 술판만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 집행부에 인근으로 이동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2차례나 요청한 바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지난 15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지난 12일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 쓰레기.
▲지난 12일 오전 5시 24분 여수 해양공원 종포밤빛누리에서 취객들이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옆에 운동을 나온 한 시민이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