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여만 명 관람…교통 혼잡은
일부구간 빼곤 대체로 해소 자평
불꽃축제 홈페이지에는 불만 ‘폭주’
교통 혼잡·운영 미숙·콘텐츠 미흡
축제 제대로 평가해 내실 기해야

▲ 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경 돌산대교와 해상케이블카 인근 도로. ⓒ 독자 제공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꽃의 향연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탄성을 지르게 한다. 불꽃놀이는 분명 환상적이다. 일상에서는 겪을 수 없는 미적 체험을 선사하고 음악과 레이저를 동원해 대형 야외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불꽃놀이는 과학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불린다. 로켓 추진 원리에다 화학·물리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이 조화를 이루는 첨단 분야다. 또한 불꽃놀이는 밤하늘을 무대로 불꽃이라는 배우가 펼치는 화려한 몸짓이다. 그러나 불꽃은 화려하게 완성되는 순간, 그 황홀했던 찰나는 기억으로 남은 채 곧 소멸하고 만다.

불꽃놀이가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허공에 수 억 원을 날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쇄신하려면 불꽃을 다루는 솜씨와 행사를 치르는 사람들의 치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여수밤바다 불꽃축제는 그런 면에서 화려함에 비해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여수의 밤, 그리고 별’을 주제로 한 제2회 여수밤바다 불꽃축제가 이순신광장과 장군도 해상에서 지난 11일과 12일 치러졌다. 여수시청과 축제추진위는 갑작스런 폭우로 첫날 불꽃쇼가 취소됐지만 올해 불꽃축제를 20여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 지난 12일 오후 7시경 한재터널~한재사거리 도로. ⓒ 마재일 기자

첫날 행사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쏟아진 폭우 때문에 첫날 일정이 취소된 채 둘째 날인 12일 하루만 진행됐다. 12일 오후 8시부터 낭만버스킹공연, 파이어댄스에 이어 40여 분간의 불꽃쇼가 펼쳐졌다.

다른 불꽃축제와 달리 음악과 어우러지는 불꽃공연이라는 특징을 내세워 영화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 ‘Another Day Of Sun’을 비롯해 ‘여수밤바다’, ‘오랜 날 오랜 밤’ 등 국내외 14곡의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불꽃공연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황금 빛깔의 야자수 불꽃, UFO 불꽃, 다양한 캐릭터 불꽃, 움직이는 회전불꽃, 유령 불꽃 등 다양한 모양의 불꽃이 여수의 여름밤하늘을 수놓았다.

그러나 행사 시작과 함께 관람객들이 몰려들면서 주요 도로가 교통 혼잡을 빚는 등 고질적 문제는 재현됐다. 또 미숙한 운영을 드러내며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전반적으로 불꽃 수준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 김모씨는 “새롭고 다채로운 폭죽도 아니었고, 내빈소개 등으로 예고된 시간을 넘긴 운영, 미숙한 진행 등이 이어졌다”며 “관람위치가 협소하거나 위험하고, 주차공간이 없어 그야말로 난리였다. 행사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지역 분들 대단히 실망하는 소리들이 많았다”고 행사 전반에 대해 일침을 놨다. 유모씨도 “전국에서 몇 시간을 걸려서 오는데 주차장도 협소하고 공연장도 작고 앉을자리도 없고, 공연팀도 그렇고, 여수시민만 불러 작은 축제로 하던지 정말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시작 30여분을 남겨두고 폭우로 행사를 전격 취소했지만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행사장은 혼란이 거듭됐고, 행사장으로 향하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등 적잖은 논란이 됐다. 갑작스레 폭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 지난 12일 오후 9시경 돌산대교. 도로 양쪽의 2차선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 독자 제공

여수밤바다 불꽃축제 홈페이지 ‘축제후기’에서 이모씨는 “갑작스러운 폭우지만 행사 운영진과 시청 관계자 분들 많이 실망스럽다”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먼저 안내방송이라도 해야 하는데 철수하느라 바빴다. 이런 행사라면 두 번 다시 여수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고 비난했다. 청주에서 왔다는 정모씨는 “물론 비가 오면 어쩔 수가 없다는 건 아는데 아무런 대처도 알림도 없는 여수시의 대처가 너무나 아쉽다”고 지적했다. 일부러 연차 내고 대전에서 왔다는 관람객도 “우천 때문에 취소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런 공지사항도 없이 취소되니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교통 정체에 대한 불만은 올해도 집중 제기됐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이순신광장과 해양공원, 진남관 위 소방도로, 수산물시장, 돌산대교 등 행사장 인근으로 몰려드는 차량행렬로 극심한 교통정체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다. 행사가 끝나고도 일시에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극심한 혼잡은 빚은 시내권 도로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정체가 풀렸다. 돌산대교 양쪽 2차선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길 위에서 2시간을 허비하고도 결국 행사장 근처로 가지 못하고 되돌아간 시민도 있었다.

권모씨는 축제후기에서 “주차를 하기 위해 이순신광장을 시작으로 3시간 가까이 갇혀 있는 등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교통이 정말 엉망이었다”며 “멀리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정말 허무하고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해양공원 근처에 산다는 시민 이모씨는 “큰 도로만 교통을 통제하는 바람에 동네 도로는 주차 대란이 벌어졌고, 길이 막혀 보다 못한 주민들이 1시간 넘게 교통정리를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이모씨도 “불꽃의 아름다움은 잠시뿐 차가 움직일 생각도 않고 교통지옥 그 자체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곽모씨는 “한 시간째 차에 갇혔는데 두 번은 안 올 것 같다”고 했다. 김모씨는 “교통 주차 해결 전까지는 불꽃축제를 하지 말라”고 울분을 삭였다.

임모씨는 “부산에서 6시간 걸려 왔는데 차량 통제를 제대로 못해 길가에서 2시간 이상 기다리게 하고, 주차를 못해 오동도까지 밀려 나갔는데 셔틀버스 운행도 없고, 행사를 이렇게 할 거면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2일 오후 10시경 돌산 진두마을 해안가 도로. ⓒ 독자 제공

여수시청은 이번 축제에 여수시청·경찰·소방서·자원봉사자 등 1300여 명이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유지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여수시청은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해 축제 후 제기됐던 교통 혼잡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불꽃축제 홈페이지에는 불만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탓에 어느 정도의 혼잡은 불가피하다해도 지난해 집중 제기된 교통 혼잡을 올해도 되풀이 했다는 것과 운영 미숙을 드러내 화려한 불꽃은 불만과 비난에 묻히고 말았다.

축제 예산이 서울이나 부산, 포항의 불꽃축제에 비해 적다고는 하지만 불꽃 내용이 부실하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불꽃축제 홈페이지 ‘축제후기’에서 장모씨는 “지난해 불꽃축제 때 너무 멋져서 여러 지인들 초대해서 관람했는데 국내 불꽃 축제 3대 축제라고 말한 제가 부끄럽더라. 작년 왜 이리 규모가 축소된 건지 다들 실망스럽다는 말만하고 돌아갔다. 이 수준의 불꽃이라면 소문내기도 힘들겠다”고 적었다.

불꽃축제 진행 전반을 둘러싼 미숙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불꽃 발사를 연속해서 하지 않고 중간 중간 끊었다 하는 등 집중도가 떨어지는데다 수 만 명이 밀집한 관람객들 사이에서 담배를 피워 피해를 주거나 음향시설이 미비한 점 그리고 안전사고 우려를 제대로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시민 최모씨는 “홍보만 열심히 했지 정작 행사 짜임새는 엉성했다”고 질타했다.

폭우로 취소된 11일 저녁에는 비옷 값을 바가지 씌운 얄팍한 상술에 지역 이미지를 해쳤다. ‘축제후기’에서 한 시민은 “인터넷에서 340원에, 편의점에서 1000원에 각각 파는 비옷을 3000원이나 받고 파는 날강도를 단속해 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여수밤바다 불꽃축제. ⓒ 김광중 사진기자

▲ 지난 12일 오후 6시 30분경 수산시장 인근 도로. ⓒ 마재일 기자

더욱이 의전 등으로 불꽃놀이 시작이 다소 늦어지면서 모두가 평등하고 즐거워야 할 축제를 정치인이나 기관·단체장 등 지역 유지들의 얼굴 비추기, 생색내기 행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관람객들은 저녁 9시 정각에 불꽃쇼가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잔뜩 기대했지만 15분 가까이 지연됐다. 여수시장 등 기관장은 물론 여수시의회 부의장·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전남도의원 등 참석 인사들을 소개하느라 제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의전이 축제 현장에서 여전하면서 시민이나 관람객이 주인공이 돼야 할 축제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의전이 불가피하다면 관람객들이 공감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 중심, 참여자 중심이라는 지방자치제의 가치보다 위에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수십만 명이라는 관람객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적확한 관람객 산정과 경제파급효과 분석을 통한 실질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는지 살펴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난 12일 개최된 여수밤바다 불꽃축제 행사 무대에서 여수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의장,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사진 여수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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