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해 장마는 그냥 소리도 없이 시작 되었다고 뉴스에서 전하고 있다. 그간 가뭄에 목말라 하던 차에 내리는 비이기에 고맙기 그지없는데, 특히 농부들에게는 꿀물같은 비인지라 마냥 내리는 빗줄기만 보아도 시원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산을 즐겨 찾는 마니아들에게는 때로 비가 반갑지만은 않겠으나 이 분들을 위해 안개 자욱한 산길을 우산을 벗 삼아 걸어갈 수 있는 호젓한 장소가 있어서 소개 하려고 한다.
장소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숲에 대하여 잠간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숲’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 보면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 찬 곳’이라 쓰여 있는데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많은 종류의 풀과 여러 가지 동물들과 새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숲은 여러 가지 색중에 녹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게 되는데, 이러한 녹색은 젊음과 평화와 안전을 상징하는 좋은 의미의 색이라고 한다.
푸르름, 그 이름만으로도 숲은 평화롭고 생동이 넘치는 곳이며, 또한 숲은 법률용어로 ‘산림’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있는 산이 약 4,440개 정도고, 그 산의 대부분은 숲이기 때문이다.

숲속에는 나무와 풀(생산자) ― 산짐승들과 새(소비자)― 각종 미생물과 버섯들(분해자)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기에, 숲은 살아 숨쉬는 커다란 하나의 생명체이며, 그 자체로 또한 작은 우주이기도 하다.
이젠 복잡하고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 접고서 숲 속으로 슬슬 떠나 보기로 한다.

오늘은 잘 알려진 곳보다는 평범하면서도 쉽게 원시림 같은 호젓한 곳을 선택하여 숲 여행을 함께 가보도록 하겠다.
시내방향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방죽포 방향으로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둔전을 지나 죽포 못 미쳐서 큰 고개가 눈앞에 다가 오는데, 왼편의 주유소를 뒤로하고 백여 미터를 더 지나면 오른편에 오래된 농협 창고가 하나 보이고, 그 사이로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가 나타난다.
큰 도로를 버리고 이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그야말로 숲 속으로 나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시작된다.
늘어진 다래, 머루 넝쿨이며 뽕나무에 간혹 달려있는 오디랑 숲 속의 정취를 느끼면서 20여분 걷다보면 포장된 도로가 싫증날 때 쯤 해서 비포장 산책길이 시작 된다.
길 양 옆에는 탐스런 산딸기가 수줍은 새색시처럼 빨갛게 무르익어 있기도 하고,야생화며 산야초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 무료함을 달래준다.
원시림을 걷는 듯, 깊은 산속에 있을만한 머루며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나뭇가지들 사이로 멀리 보이는 것이 대미산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각도로 아름답게 눈앞에 다가온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 하면서 빠르게 흘러가는데, 세상이란 물결에서 이탈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나를 던져 놓아보면 어떨까?

숲 속은 무질서하게 잡초가 자라고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늘어져 있는 듯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재미있는 질서와 원칙을 발견하게 된다.
강자라 하여 약한 자를 함부로 해치거나 필요이상 취하지도 않으며, 생존에 필요한 만큼씩 만 가지는 절제와 배려가 존재하기도 하고, 식물과 동물을 넘나들며 서로에게 거름과 양식이 되어주는 미덕이 함께하는 그 자체로 조화를 갖는 하나의 우주인 셈이다.
숲 속에 자신을 놓아두는 순간 우린, 나무와 풀, 곤충이나 새와 함께 자신 또한 평범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에 풍요로워 지는데, 눈으로 보는 푸르름과 아무런 대가없이 흠뻑 마시는 숲의 맑은 공기를 내 몸도 좋아하는 것만 같다.
이내 마음은 평온해지고 날카로웠던 감정들조차 부드러워짐을 느끼게 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걷는다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간 머뭇거린 소중한 고백은 이런 장소에선 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여기 저기 지저귀는 새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는지 휘파람 새소리를 들으며 함께 흉내도 내보고 마치 사춘기 소년 소녀 처럼 까르르 웃게 된다. 기분이 최고조에 달할 때 쯤이면 길은 어느새 넓은 공터를 만나고 갈림길을 마주하게 되는데, 왼편으로 접어들면 완만한 내리막이다.
20여분을 내려가다 보면 삼나무 숲도 보이고 한두 채의 민가와 죽포에서 군내리를 넘어가는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나면서 우린 현실로 돌아오는데, 다행히 숲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체리듬은 그대로 부풀어 오른 채 돌아오는 길에 오르게 된다.

비를 탓하며 집안에 있을게 아니라 떨치고 일어나 부부끼리 아니면 연인 끼리 우산을 받쳐들고 나서보자!
때론 산새들이 반겨주고, 이따금 산안개가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이 길을 함께 즐겨보시지 않으렵니까?

<숲 해설가 채영숙>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