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사립외고설립추진위 24일 만장일치로 해산 결정
추진과정서 소통부재로 지역사회 갈등 등 적잖은 상흔
외고 설립됐다해도 새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아

▲ 지난 2015년 10월 15일 여도초등학교 5학년 학생 10여명이 여수시청 앞에서 여수시의 사립외고 설립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선6기 주철현 시장의 핵심공약으로 그동안 지역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사립외고 설립이 결국 무산됐다.

여수사립외고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정웅길, 명민장학회 이사장)는 24일 오후 4시 여수시보건소 3층 회의실에서 마지막 회의를 갖고 추진위 해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날 추진위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위원은 회의가 끝난 후 전화통화에서 “목표가 사라졌으니 추진위를 해산하는 것이 맞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철현 시장의 부족했던 소통이 결국 무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뜻으로 추진위에 참여했던 위원들도 출범 이후 활동이 흐지부지 되면서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추진위 이상률 집행위원장(여수 아름다운 가게 운영위원장)은 회의에서 “사립외고 안 되는 것은 일찍이 결론이 나 있었다”며 “사립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따라서도 해체한다”고 밝혔다.

공개모집을 통해 총54명이 참여한 추진위는 2015년 9월 14일 첫 회의를 열어 지난달 25일까지 2년간 세 차례 회의에 그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1월 21일 ‘여수행복교육 민·관협의체’가 구성된 후에는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협의체에 위탁했다. 추진위는 운영예산 차원에서 9명에게 받은 기탁금 5450만 원을 기탁자에게 전액 돌려주기로 했다.

▲ 여수시 사립외고설립추진위원회 위원들이 2015년 9월 14일 출범식을 갖고 첫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여수사립외고설립추진위원회는 24일 여수시보건소 회의실에서 마지막 회의를 갖고 추진위 해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주 시장은 이날 해산 회의에 참석해 “추진위 해산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며 끝나버렸다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 시장은 3가지 성과로 ▲현실에 안주했던 여수교육에 큰 경종을 울리고 교육도 지역발전의 핵심과제라는 공감대 형성 ▲사립외고 설립을 위해 여수산단과 업무 협약 체결 ▲여수행복교육 민·관협의체를 발족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앞서 지난 6월 28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명문고 육성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임기 내 마무리 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민선 7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고 준비하겠다”며 사실상 임기 내 사립외고 설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 시장의 자평과는 달리 사립외고 설립 추진과정에서 일방적 추진과 소통 부재 등으로 갈등과 논란이 일면서 지역사회에서 적잖은 상흔을 남겼다.

민선6기는 여수시청은 여수국가산단 기업들의 기금으로 운영하는 여도학원 2개 학교 중 여도초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고, 여도중을 폐교한 뒤 그 자리에 사립외고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고교 서열화와 교육 양극화 등 때문에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여도학원(여도초·중) 학부모, 학생, 교직원, 동문회의 반발이 거셌다.

▲ 지난 2015년 10월 22일 여도초·중학교 학부모와 교직원 200여명이 여수시청 앞에서 ‘여도초·중학교 공립화 반대’, ‘사립외고 설립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갖고 있다.

2015년 10월 15일 여도초등학교 5학년 학생 10여명이 학교와 여수시청 앞에서 여수시의 사립외고 설립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시위는 (사)여수시민협은 시민투표를 통해 실시한 올해 10대 사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살려주세요! 사립외고 건설 반대!’, ‘저희도 저희가 원하는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2015년 10월 22일에는 여도초·중학교 학부모회 200여명이 여수시청 앞에서 ‘여도초·중교 공립전환 및 폐교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들은 학부모와 시민 등 3000여명으로부터 받은 ‘여도초·중 폐교 및 공립전환 반대’ 서명지를 여수시장에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사립외고는 시장의 선거공약 실천을 위한 무리한 정치적 제스처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소통방식을 일방적으로 생략하고 여론몰이로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여수시의회 박정채 의장은 2015년 11월 16일 열린 제165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집행부가 2017년 개교 계획으로 추진하다 보니 시민의견 수렴을 촉박하게 실시하는 등 잘못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주 시장이 여러 가지 이유로 여수의 교육을 살리는 길은 사립외고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들인 학생, 학부모들의 피해는 얼마나 컸겠느냐”고 비판했다.

주 시장은 그러나 이날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에서 “여수산단 25개 중요기업들이 연간 40억 원의 학교운영비를 지원해 주기로 하는 등 이제는 여수에 명문고가 설립돼야 한다는 범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교육전문가, 단체, 시민, 교육청 등이 함께 참여하는 ‘명문고 설립 범시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주민과 여도학원 종사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최종 수렴해 이를 바탕으로 광주·전남에서 제일가는 명문고 설립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사립외고 설립 추진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후 사립외고 설립 추진은 소강상태에 빠져 들었고 지역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논의한 끝에 행복교육지원센터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지난 3월 개원한 행복교육지원센터의 정체성과 역할이 정립되지 못해 벌써부터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설령 사립외고가 설립됐다해도 문재인 정부가 입시명문고가 돼버린 외고·자사고·국제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경쟁보다는 협력과 교육 평등권 중시하는 새 정부 교육의 패러다임과도 맞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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