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경제건설위 12일 공청회, 명칭 변경 회의적인 의견 많아
여수시 지명위원회의 전문가 의견 수렴 안해 부실 추진 ‘논란’도

▲ 웅천공원 전경.

여수시가 추진하는 웅천공원 등 관내 5개 공원에 대한 명칭 변경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명칭 변경으로 인해 시민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지명의 일반적 제정 원칙인 역사성·보편성·편의성 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수시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는 여수시지명위원회에 이같은 안을 상정해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추진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해부터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의미와 대표공원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도록 ▲웅천공원을 이순신공원으로 ▲청소년문화공원을 웅천청소년문화공원으로 ▲해변문화공원을 웅천해양공원으로 ▲친수공원을 웅천친수공원으로 ▲이순신장군공원을 중앙동해양공원으로 각각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공원 명칭 변경안은 지난달 12일 제179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회기 중 경제건설위원회 의안 심사 과정에서 시의회와 여수시의 견해차로 유보됐다. 이날 의원들은 다양한 여론 수렴이 부족하고 SNS여론조사 방식 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경제건설위는 일부 지역구 의원들의 명칭 변경 반대와 시민의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사를 뒤로 미뤘다.

이와 관련해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전창곤)는 지난 12일 오후 2시 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여수시 도시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전창곤 경제건설위원장이 좌장을, 김병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여수시지명위원회 위원장)과 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지역사문화위원회 위원장, 김학섭 여수시 공원과장, 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박성주 여수시민협 사무처장이 패널로, 시의회 경제건설위 위원들이 참석했다.

김학섭 여수시 공원과장은 공원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웅천지구에 있는 우리시 대표공원을 인근 이순신장군 관련 유적지와 연계해 우리시와 이순신장군의 역사적 의미 및 대표공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고 웅천지구 내 기존 공원마다 명칭이 다양하게 불리고 있어 통일된 명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웅천공원을 이순신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 이순신장군공원과 혼선을 야기할 수 있어 지역과 주제를 넣어 인근 종포해양공원과 연계해 이순신장군공원을 중앙동해양공원으로 변경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과 7월, 8월에 이순신공원 명칭 변경 등에 대해 SNS의견 수렴과 시의회 전체 간담회, 시민위원회, ARS전화여론조사, 지난 7월 시도시공원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패널 대부분과 위원들은 공원 명칭 변경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지난 12일 오후 2시 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여수시 도시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웅천공원, 이순신과의 연결고리 없어…테마관 등 관련 시설 필요”
“아무런 준비 없이 명칭만 가져오는 계획은 시민 호응 얻지 못해”

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지역사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웅천공원을 이순신공원으로’ 변경하는 여수시의 계획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몇 가지 선행 조건을 달았다.

박 위원장은 먼저 “지명의 변경과 조사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지자체별로 지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공원 명칭 변경과 관련한 의견 검토에 여수시지명위원회의 참여나 의견 개진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시지명위원회 위원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 조성된 웅천공원에는 이순신과 관련한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다. 주변의 이충무공 어머니 사시던 곳과 오충사가 있긴 하지만 공원 내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며, 이순신공원이 되려면 지역의 역사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공원에 이순신 관련 시설물 또는 상징물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이순신 관련 박물관이나 일대기를 엮어놓은 테마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 건립 중인 이순신도서관의 경우 이름만 ‘이순신도서관’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전국에서 이순신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도서관으로 계획이 필요하다. 이름만 이순신인 알맹이 없는 시설은 시민과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청소년문화공원을 웅천청소년문화공원으로’, ‘해변문화공원을 웅천해양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은 찬성하지만 ‘친수공원을 웅천친수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은 반대했다. 그는 “웅천해양공원이나 웅천친수공원은 해양을 끼고 있는 공원으로 이름만 들었을 때 알 수 있는 지명의 차별성에 반해 혼란스럽다”며 “구항지역의 해양공원이 하나의 이름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이순신광장으로 알려진 이순신장군공원이 정식 명칭인지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이라는 명칭부터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인물지명의 경우 벼슬이나 직위는 왕을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으며 이순신의 경우 장군이라는 호칭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순신은 한산대첩 이후 정2품 ‘대감’이 됐으며 1613년 영의정으로 추증됐다. 당시에도 좌수사·통제사 영감으로 불렸으며 해군의 경우 장군보다 제독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지명 제정 원칙은 역사성, 보편성, 편의성에 바탕을 두고 만든다”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명칭만 가져오는 계획은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 할뿐만 아니라 위인의 생애를 욕되게 할 뿐이다”고 말했다.

박성주 여수시민협 사무처장은 “웅천공원에 이순신 이름을 붙이면 기존의 이순신광장과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시민이 편하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명칭 변경에 따른 불편함을 줄이고 특히 비용 부담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지적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이순신공원으로 표기된 웅천공원의 안내 표지판.

“여수에 이순신·거북선만 있는 것 아니다”
구도심 도넛현상 우려…도시 확대 비판

김병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여수에 인물이 이순신만 있고, 이순신이 중심인 호국의 성지라는 이미지 외에 다른 영역은 의미가 없는 것이냐”며 “임란 승리의 주역은 이순신이 아닌 조선 수군이며, 임란 승리의 주력함은 거북선이 아닌 판옥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웅천은 이순신의 마을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순국한 정철·정린·정춘·정대수·정언신 등 압해정씨 5명의 위대한 충절이 숨 쉬고 있는 마을로, 이순신공원보다 웅천공원이라는 명칭이 타당하다”고 공원 명칭 변경을 반대했다. 또 이순신광장과 이순신장군공원 명칭을 분리하면 되레 혼란스러울 것이다고 했다. 전창곤 위원장도 “공원 일원이 이미 일반화돼 있는 이순신광장으로 명명해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여수에는 이순신광장, 이순신대교, 이순신대로, 이순신마리나요트, 이순신학교, 이순신자당기거지, 이순신짬뽕, 이순신수제버거, 이제 이순신도서관까지, 이순신 관련 지명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여수시가 현재 웅천, 죽림 등으로 도시를 확대하는 것을 비판하며 여수시는 도시조성에 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도심권의 도넛현상을 고려한 도시계획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넛현상은 도심의 땅값이 오르고 생활환경이 나빠지면서 도심의 인구는 감소하고 주변 인구는 증가해 인구 배치가 도넛 모양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 이순신광장. 정식 명칭은 이순신장군공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변경이나 폐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

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막고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지명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변경이나 폐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명을 정할 때 그 명칭을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우선으로 한다. 특히 현존 지명 불변성 원칙에 따라 한번 정해진 현존 지명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변경 또는 폐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변경 또는 폐지 시에는 관련 규정이 정한 절차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타 지자체와의 중복성을 고려할 때 지명위 등의 절차를 거쳐 공신력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지역간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명 변경은 신중을 기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수공원을 웅천친수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서는 “아무리 변경해도 사람들은 이곳을 텐트촌, 야영장으로만 부를 수 있어 의미가 없다. 굳이 변경을 해야 한다면 온전히 특색 있는 명칭을 새로 정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이는 여수시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관리 중심으로만 생각한 명명이다”고 지적했다.

▲ 웅천의 친수공원.

“전문가 의견 수렴 않고 시의회 의견도 무시하며 몰아붙여”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수시가 공원 명칭 변경을 추진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여수시지명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시의원들조차도 시지명위원회의 존재를 모르는 등 추진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전창곤 경제건설위원장은 “시지명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며 “이순신 이름을 이용해 여수시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의 생각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 애초에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면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역사적 인물을 명칭으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 이순신공원의 경우 역사성이나 관련성이 빈약하다”며 “시 계획대로 변경한다면 추후 역사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현행대로 갈 것을 주문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경제건설위 위원들도 명칭 변경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서완석 위원은 “1977년에 웅천공원으로 고시됐는데 변경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 특히 시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도 않고 시의회의 의견도 무시하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우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명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다”고 지적했다.

김행기 위원은 “지명을 변경하려면 역사성, 보편성, 고유성, 시민의 지지 등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간 분란을 초래하고 엄청난 질타를 받는 것은 물론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며 공원 명칭 변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지명위원회 조례는 ‘지명의 제정 변경 또는 조정’을 심의·결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부터 명칭변경을 추진하면서 SNS의견수렴과 시민위원회 의견수렴, 전화설문조사, 도시공원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지명 변경시 심의 결정토록 하고 있는 지명위원회는 거치지 않았다.

여수시는 도시공원위원회 등 그동안 나름의 의견 수렴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이날 논의된 의견들을 정리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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