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우레탄트랙 등 유해성 결과’ 공개
진남·망마·게이트볼장 등 안전기준 수십 배 초과
홍보 등 조치 미흡…시, “올해 안에 전면 교체”

▲ 망마경기장 입구에 부착된 안내문. ⓒ 마재일 기자

중금속과 발암물질에 오염된 운동 시설 때문에 건강 챙기려다 오히려 건강을 잃을지도 모른다.

여수시 진남·망마경기장과 망마육상경기 준비운동장의 우레탄트랙과 진남체육공원 게이트볼장 인조잔디에서 중금속 안전기준을 수십 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분당을)은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제출받은 ‘지자체 우레탄트랙 조사 결과’와 ‘지자체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성 점검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우레탄과 인조잔디의 중금속 오염이 사회문제가 되자 정확한 실태 조사를 거쳐 대책을 세우기 위해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인증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지자체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3월 환경부의 ‘우레탄 트랙 위해성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제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위해성 평가를 거쳐 위해우려수준(HQ)에 따라 ‘즉시교체’와 ‘순차교체’가 필요한 363개소를 선별해 개보수에 들어갔다.

우레탄트랙 유해성 조사 결과 여수시가 운영하는 체육시설 4곳에서 한국산업표준(KS)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망마경기장 우레탄트랙에서는 납 성분이 허용 기준치 90㎎/㎏의 31배가 넘는 2853㎎/㎏이 검출됐다. 뿐만 아니라 진남경기장 트랙 1660㎎/㎏, 망마육상경기 준비운동장 1180㎎/㎏ 등이 검출돼 허용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납은 인체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혈액, 신장, 신경 위통 및 기타 조직에 영향을 끼쳐 심각한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뇌와 신장이 손상돼 사망할 수도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납 성분 조사에서는 진남체육공원 게이트볼장 6315㎎/㎏이 검출돼 기준치를 70배 이상 초과했다. 이곳에서는 6가크롬(Cr6+, 기준치 25이하)도 기준치(25㎎/㎏ 이하) 5배를 초과한 135㎎/㎏이 검출됐다. 6가크롬은 기관지나 폐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졌다.

▲ 지난 13~14일 진남경기장에서 열린 ‘2017 여수시민의 날’행사. ⓒ 여수시

그러나 이들 경기장에서는 지난 4월 전남도민체전이 개최됐으며 5월 진남경기장에서는 어린이날 기념행사, 지난 13~14일에는 ‘2017 여수시민의 날’ 등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운동이나 산책, 여가 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홍보가 미흡한 탓에 시민들은 중금속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상태이다. 최근 경기장을 돌아본 결과 유해성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난해 진남·망마경기장 입구 등 7곳에 안내문을 부착했으나 훼손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의 지적에 따라 시는 며칠 전 ‘우레탄 트랙 유해성 최종 판정시까지 사용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경기장 입구 등에 재부착했다. 그러나 18일 오전 망마경기장에서 운동 중이던 한 시민은 납 검출 사실을 알거나 안내문을 본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몰랐으며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용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정부에서 유해성에 대한 최종 검증 결과와 명확한 방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납 등이 검출된 게이트볼장 인조잔디는 오래 전에 설치된 것이며, 최근에 설치한 인조잔디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수시는 유해성 물질이 검출된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31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당초에는 우레탄 표면만 교체키로 했으나 관련 규정이 바뀌어 전면 교체키로 했다”며 “이달 중으로 공사를 발주해 올해 안에 교체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납 허용 기준치를 70배 초과하고 1급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기준치 5배 초과 검출된 여수시 진남체육공원 게이트볼장. 여수시는 납과 6가크롬이 검출된 게이트볼장 인조잔디는 오래 전에 설치된 것이며, 최근에 설치한 인조잔디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마재일 기자

하지만 운동장 개보수와는 별도로 유해성 성분이 검출된 만큼 곧바로 시민들의 중금속과 발암물질 위험 노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내문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각종 행사를 열고 시민들이 이용토록 한 것은 여전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여수시가 오염 사실을 주민에게 적극 알려 주민들에게 이용 여부에 대해 판단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대구시는 농구장 등에서 납 기준치(90㎎/㎏ 이하) 보다 130배와 100배를 초과한 납이 검출되자 공공체육시설 14곳에 대해 즉각 사용중지(접근차단) 조치를 내렸다.

반면 정부의 예산 등의 문제로 교체가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안전기준을 초과한 우레탄트랙과 인조잔디를 1년이 넘도록 방치한 탓에 시민 안전이 위협 받고 있는데도 그동안 검출 사실을 적극 알리지 않거나 출입통제, 안내 등의 조치가 미흡하고 이미 예정된 행사 계획을 변경하고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체육시설 관련 업계는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은 사실과 다르며 현재 공급된 우레탄 트랙은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험 측정방법에 논란의 소지가 있고, 환경부의 애매한 잣대와 지나친 기준 강화, 섣부른 발표로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무조건 우레탄 트랙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명확한 유해성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망마경기장. ⓒ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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