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현 시장, 관광 부작용 대책 마련 촉구하는 의원 답변 논란
“아주 위험한 발상…사업하는 분들이 할 말, 시장이 할 말 아냐”
시민협, “바가지요금을 정당화한 발언…통탄스럽고 부끄러운 일”

“민간 부분은 행정 지도 한계가 있다. 먼저 숙박업소 요금과 관련해서는 바가지요금 바가지 요금 그러는데 국제적인 룰이 있다. 성수기에는 10배 이상 올라간다. 그런데 그걸 이해 못하는 분이 계세요. 아니 여수 같은 곳에 올 때는 사전에 예약해서 오셔야 되고 예약 안하고 올 때는 바가지요금 낼 각오가 돼 있어야 됩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관광객들이 이상한 관광객들인 것이죠.”

바가지요금 등 관광객 급증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시의원의 질의에 주철현 여수시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의장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하며 속기록 삭제를 제안하는 등 바가지요금은 당연하다는 식의 시장의 이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관광객 급증으로 물가상승, 교통정체, 쓰레기 발생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여수시의회는 지난 24일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여수시 관광정책 추진현황 및 시민불편 해소 대책’ 관련 시정현안업무 보고를 받았다.

▲ 지난 24일 제181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주철현 시장이 시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먼저 김광중 관광문화교육사업단장의 업무 보고 직후 시의원들의 질의·답변이 이어졌고, 낭만포차 대책 촉구 등 일부 다른 부서 업무로 쟁점이 확대되자 주철현 시장이 직접 답변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바가지요금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김행기 의원의 질의에 주 시장은 “민간 부분은 행정 지도 한계가 있다”며 “먼저 숙박업소 요금과 관련해서는 바가지요금 바가지요금 그러는데 국제적인 룰이 있다. 성수기에는 10배 이상 올라간다”고 했다. 주 시장은 이어 “그런데 그걸 이해 못하는 분이 계세요. 아니 여수 같은 곳에 올 때는 사전에 예약해서 오셔야 되고 예약 안하고 올 때는 바가지요금 낼 각오가 돼 있어야 됩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관광객들이 이상한 관광객들인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도 평시요금의 5~10배까지 올려 받아도 예약이 벌써 끝났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주 시장은 “이런 걸 이해하셔야 하는데 평시에는 5만 원 받던 것을 왜 10만 원 받느냐고 눈을 부릅뜨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민간 영역 법칙에 따라 비싼 것이라면서 그럴 때는 당당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 여수에 성수기 때 오면 숙박료가 2배, 3배 올라간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요금 신고제 도입을 위해 설득하고 있는데 본인이 동의를 안 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불편이 신고되면 즉시 단속하고 있다”며 “한꺼번에 와서 수용한계를 넘어 시장으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시 공무원만으로는 안 된다. 시민이 참여한 음식·숙박업소평가단을 구성했고 의원들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숙박업소, 협회와 협의해서 예약포털시스템 구축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 시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채 의장은 “시장이 아주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사업하는 분들이 사업적으로 할 말이지,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장이 답변할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시장 발언이)나가면 어찌 되겠느냐.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며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박 의장은 주 시장의 발언에 대해 속기록 삭제를 제안했지만 주 시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거부했다.

여수시민협은 이번 임시회에 대한 논평을 통해 “공직자로서 적절한 언사라고 보기 힘들다”며 “지역의 지도자라면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게 하고,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함에도 바가지요금을 정당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통탄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고 비판했다. 시민협은 또 “시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의장이 우려한 것은 이해는 하지만 속기록 삭제를 제안한 것은 더 신중했어야 할 일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평창올림픽은 일회성 국제 이벤트 행사이고, 여수의 경우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재방문이 중요한데 올림픽 특수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평창과 강릉 일대의 숙박 시설들이 대회기간 바가지 요금을 책정해 물의를 빚으면서 보다 못한 대한숙박업중앙회 강원도지회가 지난 9월 결의대회를 열어 부당 요금 징수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 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8월 12일 오후 7시 30분경 여수 돌산대교와 해상케이블카 인근 도로에 밀려드는 차량들 때문에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

시의원들, 여러 문제점 지적…대책 마련 주문
주 시장, 선제적 대응 부족…시 행정으론 한계

이날 관광객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 시장은 김유화 의원의 여수시의 관광객 수용능력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계산을 안 해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우리가 관광객 수치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적게 오더라도 돈을 많이 쓰고 갈 수 있는 콘텐츠로 유도하자라고 끊임없이 얘기해 왔고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었는데 느닷없이 1300만 명이 와서 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당장의 여러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2년 연속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왔는데 연휴나 성수기, 휴가 때 한꺼번에 와서 문제지, 1500만 명이 와도 분산돼서 오면 지금도 수용태세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주 시장은 “난개발의 경우 시가 준비 없이 관광객이 폭증하니까 돌산대교와 장군도 옆, 거북선대교 인근 호텔 등 옛날에는 전혀 집을 짓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곳에 갑자기 집이 지어 지는 사례가 생겼다”며 “정비를 한다고 했지만 선제적으로 미리 예측을 하고 대응을 해야 되는데 부족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했다.

▲ 지난 2월 여수시 돌산에 펜션을 짓기 위해 터 닦기를 하고 있다.

강재헌 의원은 주 시장에게 “엑스포역에서 소호동 끝까지 해안의 불법 건축물 현황을 파악해 봤느냐”며 “손을 대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손을 안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10년, 20년 불법 건축물을 가진 사람들이 그동안 받은 혜택은 생각하지 않고 불법 건축물이면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돈 다 냈다고, 더 큰 소리를 친다”면서 “해안가의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리를 하는 것이 여수가 살 수 있는 미래 비전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 시장은 “관련부서에서 정기적으로 법에 따라 단속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답변했다. 주 시장은 “아시다시피 해안 주변으로 어업과 수산업 관련 불법적 시설물이나 건축물이 상당히 있다. 하다 오래돼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주 시장은 “시에서도 문제점을 알고 있고 의지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라든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는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구체적으로 (불법 건축물)현황 파악을 우선 할 것”을 주문했다.

박성미 의원은 “주말이 두려운 사람 중 한명이다”고 운을 뗀 뒤 “돌산대교 성능개선 사업이 곧 추진된다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 전면통제하고 주말만 개방하는 걸로 아는데 대책이 뭐냐”고 물었다. 주 시장은 “당초 익산청에서 교통통제를 안 해도 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익산청이 근래에 말을 바꿔서 당혹스럽다”며 “가급적이면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은 피해 가니까 불편하겠지만 같이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여수시가 지금까지 추진하는 모든 것들이 지역민에 대한 불편에 대해서는 먼저 다가서지 않은 것 같다”며 “전면통제를 했을 경우 지역민들이 어떤 방법으로 돌산을 나갈 수 있는지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장에 백포, 진모 주민들은 어찌 오가라는 것인지 말이 많다”며 “지역민이 겪을 교통대란이 불 보듯 뻔한데 홍보도 하고 시장이 체크해 달라”고 주문했다. 돌산대교 성능개선 공사로 11월 6일부터 12월 17일까지 교통이 통제된다. 금요일 오후 1시부터 일요일 자정까지는 통행을 허용키로 했다.

▲ 여수시 고소동에서 바라본 해양공원 앞 바다 전경. 상가 건물에 막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 마재일 기자

송하진 의원은 “관광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자주 바뀌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잦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 시장은 “시 행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광공사 등 별도의 전문기관을 설립해 전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곤 의원은 “관광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주말이나 야간에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공무원들도 주말에 쉬고 온전한 정신으로 근무하는 것이 시민에게 좋은 것이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전 의원은 “교통정체, 물가·지가 상승 등 부정적 얘기가 많은데 관광으로 인한 긍정적 측면도 많다”며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 시장은 말미에 “관광객 긍정적 효과가 100이라고 한다면 부작용은 10도 아니다.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목적, 이해관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시의 잘 나가는 정책에 대해 너무 폄훼하거나 일방적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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