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신도 등 1400여명 “수행환경 침해, 종교적 기능 상실 우려” 강력 반발
여수시, “법적 문제 없고 불허할 경우 재산권 과도규제로 법적 다툼” 강제 못해

▲ 여수 돌산 지장대사 바로 옆에 숙박시설(노란선 안) 건축 공사가 추진되자 해당 사찰과 신도들이 강력 반발하며 공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원 제기로 현재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드론=심선오 기자

여수의 관광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난개발, 물가상승, 교통정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한 사찰 바로 옆에 숙박시설 건축 공사가 추진되자 해당 사찰과 신도들이 반발하며 공사 철회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시는 해당 숙박시설 건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사업자가 자진 철회를 하지 않는 이상 강제 공사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사업자와 사찰, 신도들의 물리적 마찰도 우려된다.

13일 여수시와 돌산 지장대사(주지 정현 스님) 측에 따르면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산319-31번지 1179㎡(부지 769㎡, 도로 383㎡)에 1층 규모로 3개동의 단독주택 건축 공사가 추진 중이다. 사찰과 인접한 숙박시설은 각 동마다 개설되는 진출입로와 축대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여수시가 지난해 7월 1일 건축신고를 수리한 이후 7월 8일 공사 착공 신고 후 진출입로 조성공사가 진행됐으나 민원이 제기되면서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이다.

사찰 측과 신도 등 1400여명은 숙박시설 건축 부지가 사찰과 직선거리로 10여m에 불과해 밤새 술을 마시거나 흡연, 고성방가, 고기 굽는 냄새 등으로 수행 환경 침해, 사찰로서의 품위와 기능이 크게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숙박시설 건축으로 인한 산림과 사찰 주변 경관의 훼손이 불가피하고, 특히 지금은 3개동만 짓지만 향후 숙박시설이 점차 늘어나 펜션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여수 돌산 지장대사 바로 옆에 숙박시설 건축 공사가 추진되자 해당 사찰과 신도들이 강력 반발하며 공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원 제기로 현재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 마재일 기자
▲ 여수 돌산 지장대사 바로 옆에 숙박시설 건축 공사가 추진되자 해당 사찰과 신도들이 강력 반발하며 공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원 제기로 현재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 마재일 기자

국도17호선 향일암 가는 길목인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위치한 지장대사는 1990년 창건된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사찰이다. 사찰은 경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앞에 두고 반달 모양의 산이 사찰을 감싸 안고 있는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장대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지장보살 본찰 성지 도량으로 위상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진신사리는 1993년 스리랑카 국보사리 3과 중 1과를 자국 대통령이 허가해 스리랑카 대표 종단의 종정스님이 직접 이운(옮겨 모심) 했다.

국내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찰은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통도사 금강계단 5곳뿐이다. 지장대사는 남해안 최대 해수관음보살(바다를 향한 관음보살)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성지순례 코스로 각광 받으며 전국에서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찾는다.

▲ 여수 돌산 지장대사. 드론=심선오 기자

사찰 측과 신도들은 청정도량 바로 옆에 펜션 단지를 짓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향후 사찰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장대사 서정기 사무장은 “사찰은 입지 선정부터 풍수지리와 주변 경관 등을 고려해 짓는다. 그런데 무분별한 개발 행위로 사찰 경관 훼손은 물론 스님들의 수행환경 침해, 신도들의 종교 생활 불편, 사찰 고유의 문화·종교적 기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스님들이 수행하는 사찰과 10여m에 불과한 곳에 펜션 단지가 들어서면 고기 굽는 냄새나 음주와 각종 소음 등으로 수행환경 침해가 불 보듯 뻔한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자기 돈 내고 자유롭게 놀기를 원하는 투숙객들 또한 사찰에서 나는 염불과 염송, 목탁소리에 불편할 수 있어 사찰 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장대사 정현 주지 스님은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종교도 국가와 지역사회에 보이지 않게 다양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지 스님은 “앞뒤로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지세가 좋고 청량한 기운이 샘솟아 정신수양에 좋은 도량인 이곳은 지역사회의 종교적 자산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사찰 고유의 기능을 위협하는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지장대사 여성신도회 이윤자 부회장은 “펜션에 놀러온 사람들이 사찰 바로 옆에서 술과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부회장은 “사업자의 사유재산권도 중요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서 “신도들은 발 벗고 나서 막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 돌산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경관 훼손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장대사 진입도로 중간 지점에 추진 중인 숙박시설 조성 공사. 드론=심선오 기자
▲ 돌산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경관 훼손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장대사 진입도로 중간 지점에 추진 중인 숙박시설 조성 공사. ⓒ 마재일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도 지난 9월 여수시에 ‘지장대사 인근 난개발에 따른 입장’을 전달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환경 및 경관 관리는 물론 지역 주민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수행의 공간인 종교 환경에도 심각한 위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지장대사 인접지 건축 예정 건물은 단독주택 목적이며, 개발행위 허가기준에 적합해 건축 제한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해를 해 달라”고 회신했다. 시는 건축주와 면담을 통해 사찰과의 이격 거리 유지, 완충공간 확보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사찰 측이 과거 해당 부지를 신도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행정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행하는 곳임을 감안해 건축주에게 이격 거리 등을 제안했으며, 건축주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는 사찰 측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도 “최근 지장대사 진입도로 인근 산림이 개발행위 급증으로 훼손 우려가 있으나, 환경보호 등의 이유로 개발행위 불허가 처분할 경우 사유재산권 행사의 과도한 규제 등으로 법적 다툼이 발생한다”며 공사 철회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찰 측과 신도들은 숙박시설 건축 공사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사업자가 자진 철회를 하지 않는 이상 향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돌산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경관 훼손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숙박시설 건축 과정에서 나무가 잘려나가고 산이 군데군데 절개되는 등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다. 지장대사 초입과 진입도로 중간 지점에도 펜션 등의 숙박시설이 들어섰거나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터 닦기 작업으로 파헤쳐지는 등 개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돌산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경관 훼손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장대사 진입도로 중간 지점에 추진 중인 숙박시설 조성 공사. ⓒ 마재일 기자
▲ 돌산지역이 무분별한 개발로 경관 훼손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장대사 진입도로 중간 지점에 추진 중인 숙박시설 조성 공사. ⓒ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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