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벽면 타일 ‘와르르’ 최근 하자보수 늘고 있는데 늑장 보수
“아이들 사고 나면 누가 책임 질 거냐”…5차아파트도 부실 의심

부영주택 측, “시멘트 배합이 잘못된 것 같다…조속히 하자보수”
타일 업자, “타일 일부에만 시멘트를 발라 부착, 명백한 부실시공”


지은 지 2년 밖에 안 된 여수 웅천 부영2차아파트에서 욕실 타일이 와르르 무너지는 등 부실공사 징후가 나타나면서 입주민들이 큰 불편과 함께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세대에서는 안전 위협까지 받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여건의 욕실 등의 하자 보수가 접수되고 있으나 부영주택 측의 늑장 보수로 입주민들의 불편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 욕실 타일 벽면 전체가 무너져 내린 여수 웅천 부영 2차아파트의 한 세대. (사진 입주민 제공)

24일 부영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1080세대가 거주하는 22개동 전반에 걸쳐 욕실 벽면 타일의 금이 가거나 타일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현관 통로 타일 들림 현상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작년 9월에 입주한 A씨의 경우 최근 신생아 욕조가 있는 욕실 벽면 타일 전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아찔한 순간을 당해 하자 보수를 신청했으나 테이핑 작업만 이뤄진 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오늘 아침에서야 하자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다른 집도 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파트 공사 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A씨는 “2개월 전부터 아이 욕실 벽면에서 빈소리가 나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결국 욕실 2개다 벽면 타일이 모두 떨어져 목욕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며 “워낙 많은 집에서 타일이 떨어지다 보니까 하자보수를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관리사무소는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과 겨울철이 되면서 벽면 팽창과 수축으로 하자가 늘고 있다는데 10년, 20년 된 다른 아파트는 멀쩡하다. 세상에 지은 지 2년 밖에 안 된 아파트가 이렇게 된다는 것은 부실공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짓고 있는 부영5차도 부실공사가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특히 웅천 부영아파트는 아이들이 많은 곳인데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욕실 타일 벽면 전체가 무너져 내린 여수 웅천 부영 2차아파트의 한 세대. (사진 입주민 제공)

입주민 B씨의 경우는 목욕 중에 욕실 벽면 전체가 갑자기 금이 가 현재 벽면 전체를 테이핑을 한 상태지만 하자보수 순번조차 받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B씨는 “최근 하자 보수 접수를 관리사무소에 하니까 신청자가 400명 가까이 대 순번을 잡을 수 없다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했다”며 “3살짜리 아이가 목욕하다 욕실 벽면 타일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으니 얼마나 놀랬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의 경우는 승강기와 현관문을 잇는 복도의 타일이 금이 가고 들림 현상이 심해 현관문을 열 수 없을 정도다.

부영주택 측은 “시멘트와 모래의 배합이 잘못된 것 같다”고 부실시공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하자 접수가 늘고 있다. 현재 15명을 투입했으며 다음주에는 30명 정도를 투입해 하자보수를 조속히 하겠다”고 밝혔다.

타일 시공 전문가는 명백한 부실시공이라고 진단했다. 지역의 한 시공 업체 관계자는 “타일 탈락 현상은 동절기 낮은 기온으로 콘크리트가 수축되면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시멘트와 모래의 배합이 제대로 안 돼 접착력이 떨어져 발생한 것 같다. 이는 부실시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을 흡수하지 않는 자기질 타일을 시공할 때 부착 부분에 시멘트를 꽉 채워 고정해야 하지만 해당 타일은 일명 ‘떠붙이기’로 타일 일부에만 시멘트를 발라 부착했다는 것이다. 이 업자는 “원칙적으로는 타일 떠붙이기를 하면 안 되지만 시간 부족과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를 지은 지 2년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이런 식의 하자는 말이 안 된다며 부실 공사 의혹을 강력 제기하고 있다.

여수시는 24일 오전 부영아파트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 욕실 타일 벽면을 청 테이프로 막아 놨다. (사진 입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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