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민 앞세운 선심·선거용 예산 시의회 ‘매의 눈’으로 가려내야

“상임위에서 심사숙고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데 시 집행부가 단련이 돼 가지고 상임위에서 삭감되는 것에 대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결위에 가서 살리면 되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바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임위의 결정이 100% 맞는다고 볼 수도 없다. 그 중에는 정보가 잘못 전달되거나 시 집행부가 설명을 잘 못해서 상임위 결정이 잘못된 경우도 분명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 대다수의 경우는 예결위원들을 구워삶는다. 시 집행부 공무원들이 온갖 인맥을 동원한다. (의원들이)누구하고 친한지 파악해서 귀찮도록 만나자고 하거나 계속 전화를 하는 등 심사 기간 5~6일 동안 끊임없이 못살게(?) 군다. 그러면 의원들은 끝내 그 사람들의 체면을 보고 심사를 하게 되고 투표까지 간다. 그러나 집행부는 이미 표를 세고 있다. 11명 중 6명만 구워삶으면 되기 때문에 온갖 로비를 동원해 통과시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사람(의원)을 어디로 못 가게 할 수도 없고, 가둬 놓고 예산 심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의원들이 시민의 입장에서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 마재일 대표기자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이 지난달 14일 여수YMCA 강당에서 열린 ‘여수지방자치,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소모성, 전시성 예산이 시의회 상임위 심사에서 삭감됐다가 예결위에서 살아난다는 지적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여수시는 역대 최대 수준인 1조730억 원 규모의 2018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해 여수시의회에 제출했다. 시는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 확대, 정주여건 개선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개선사업 위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2017년도 본예산 대비 1206억 원(12.67%)이 증가했다. 자체수입도 658억 원(21.26%) 늘었다. 일반회계의 경우 지난해보다 975억 원이 증가한 9272억 원, 특별회계는 231억 원이 증가한 1458억 원으로 편성됐다. 시는 재정여건 개선 이유로 여수국가산단의 경기회복, 관광 활성화, 국·도비 등 의존재원 확보 증가 등을 꼽았다. 세입이 늘어나면서 형편이 좋아진 내년 예산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주요 사업을 보면 △청소년 해양교육원 건립 △공공체육시설 내진보강·보수 △웅천~소호 간 도로개설 △박람회장 정문 앞 교차로 개선 △돌산읍 임포~죽포 도로확장 △재가노인 및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공공근로·노인일자리·복지코디네이터 등 일자리창출 사업 등이다.

시는 국비 추가 확보와 지방세 징수 등을 고려할 때 2018년도 연말 최종 예산규모는 1조30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수시의 예산규모는 2014년 9778억 원, 2015년 1조275억 원, 2016년 1조720억 원, 2017년 1조2376억 원으로 증가해 왔다.

이제 공은 예산심의권을 쥔 시의회로 넘어갔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여수시의회 각 상임위는 5일부터 12일까지 심사하며, 상임위 예비심사를 마친 예산안은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대의기관인 시의회는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쓰일 곳에 제대로 편성됐는지 꼼꼼히 살필 의무가 있다. 각종 사업의 실효성과 적정성은 물론이고 예산배분의 적절성과 선심성 등을 냉철히 분석해 예산낭비 요소를 미연에 걸러내야 한다.

특히 내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숙원 사업을 해결한다며 표심을 겨낭한 ‘선심성’ 예산을 많이 편성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목조목 살펴야 한다. 평상시에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사업들이 선거가 다가오고 지역에서 요구하니까 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시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확보에 혈안이 돼선 안 된다. 선거 때문에 지역구 예산을 챙기다보면 정상적인 예산심의가 어려워진다.

전창곤 의원의 토로가 맞는다면 시 집행부와 의원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예산을 나눠먹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예산 편성 전과 계수조정을 통해 뒷거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시의원이라면 특정지역의 대변자이기 이전에 ‘여수 발전’과 ‘시민 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개선사업 위주로 편성했다는 예산이 교묘하게 포장된 선거용이 아닌지 들춰봐야 한다. 숙원 사업 위주로 예산이 집행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진정 시민중심, 현장중심으로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여수의 미래를 위한 정책에 재정투입이 강화되는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며칠 만에 심사하기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임위와 예결위가 사심 없이 꼼꼼히 예산을 들여다본다면 낭비성·선심성 예산을 하나라도 더 막을 수 있다. 타당한 사유가 있는 사업은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예산삭감, 규모 축소 등 사업별 재검토까지 요구, 졸속 배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부실재정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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