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에 걸린 현수막 바람에 넘어져 횡단보도 덮쳐 ‘아찔’
거리에 우후죽순 걸린 정치인·아파트 분양 현수막 ‘시민 불만’

▲ 거리에 걸린 현수막. ⓒ 마재일 기자

가로수나 횡단보도, 도로 등에 이중 삼중으로 내걸어 보행을 방해하거나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현수막이 온통 판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으면서 시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일 오후에는 여수시 서교로터리 횡단보도 앞 전봇대와 신호등 사이에 걸린 현수막이 바람에 못 이겨 신호등과 함께 넘어지면서 횡단보도를 덮쳤다.

다행히 지나가는 보행자나 차량이 없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바로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시장 상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 상인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정확한 내용은 기억할 수 없지만 국민의당 관련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었다고 전했다.

▲ 지난 4일 오후 여수시 서교로터리 횡단보도 앞 전봇대와 신호등 사이에 걸린 현수막이 바람에 못이겨 신호등과 함께 넘어지면서 횡단보도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독자제공)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금지광고물 등) 1항은 ‘교통수단의 안전과 이용자의 통행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 등’은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숙박시설과 각종 단체, 아파트 분양 등의 불법 현수막은 물론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들이 게시되면서 도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지난 1~3일 주말에도 여수 시내에는 숙박시설 예약접수를 알리는 불법 현수막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정치인들, 국민의당 등에서 내건 현수막이 게시됐다.

정당 현수막에는 ‘2018년 기초연금예산 통과시 어르신들 월 25만원 받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지원예산(3조원) 사장님과 종업원 모두 행복해집니다’, ‘2018년 서민경제예산, 일자리는 팍팍! 가계소득은 쑥쑥!’ 문구와 정당,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 현수막은 지난 3일 오후에 대부분 숙박시설 불법 현수막과 함께 철거됐지만 도심 거리에는 여전히 걸려 있다. 지난달 23일 대입 수능을 즈음에서는 수험생 격려를 명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정치인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와 함께 행정기관이나 주민자치위 등에서 내건 현수막은 묵인해 철거 단속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여수시 신기동의 한 삼거리에는 ‘2017년 제10회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 여수시장! 대한민국 소통 CEO 대상! 여수시, 공공부문 종합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불법 현수막이 수일 째 걸려 있지만 철거되지 않고 있다. ⓒ 마재일 기자

여수시 신기동의 한 삼거리에는 ‘2017년 제10회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 여수시장! 대한민국 소통 CEO 대상! 여수시, 공공부문 종합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불법 현수막이 수일 째 걸려 있지만 철거되지 않고 있다.

‘돌산대교 보수공사로 인한 주중 통행금지 안내’, ‘돌산대교 통행금지에 따른 돌산방면 시내버스 우회 노선 안내’ 등의 교통안내, ‘안전사고 예방’ 등 공익성이나 긴급성을 요하는 현수막 이외에는 여수시가 철거 원칙을 명확히 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수시의 철거 기준이 명확치 않다보니 읍면동이나 기관, 각종 단체에서도 무분별하게 현수막을 내거는 실정이다.

정당 현수막 게시·철거와 관련해서는 정당과 지장체간 입장이 다르다. 정당들은 현수막을 이용한 홍보 행위를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하는 정당법 제37조(활동의 자유)를 들고 있다. 반면 지자체는 현행 지정게시대가 아닌 장소에 설치한 현수막은 불법이라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을 들어 예외 대상 외에는 모두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정 게시대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시에서 철거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 불법 현수막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동의 주민 A씨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도 아닌데 현수막을 너도나도 내걸어 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시민한테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 B씨는 “돈 내고 지정게시대에 현수막을 거는 사람은 뭐고, 돈 안 내고 거리에다 거는 사람은 뭐냐”며 “우후죽순 걸리는 현수막 때문에 운전에도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 거리에 걸린 현수막. ⓒ 마재일 기자
▲ 육교에 걸린 현수막. ⓒ 마재일 기자

▲ 거리에 걸린 현수막. ⓒ 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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