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사업비 확보 놓고 ‘자화자찬’ 홍보 혈안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시장, 시·도의원 치적 쌓기
“숟가락 얹기 홍보” vs “현안 해결 노력” 엇갈려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정부 예산은 보건복지, 국방,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농수산, R&D, SOC, 지방행정 등 분야별로 다음해 1년간 쓸 정부 각 부처의 살림살이다. 예산편성 과정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연중 진행된다. 각 부처의 장이 연초 중기사업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이 3월말까지 예산안편성지침을 마련하면 각 부처에서 5월말까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예산요구서를 낸다. 기재부의 손질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 된다.

자치단체의 경우 각 부처의 예산에 자치단체 관련 사업들을 어떻게 반영시키느냐가 첫 관문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소관 부처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칼질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국회 예결특위 소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다. 지역 현안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량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발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비 확보를 위해 매달린 1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기라 그 어느 때보다 정·관가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장이 반기는 이도 없는 곳에서 복도에서 기다리는 수모(?)까지 당하고 지역 연고자의 연줄을 총동원하는 등 정부 예산에 지역 현안을 하나라도 반영시키기 위해 각 중앙부처와 기재부의 문턱을 두드리고,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반영 또는 증액을 위해 더욱 발품을 판다.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국비는 지역구 관리에 더할 나위없는 요소다. 때문에 저마다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예산을 따내기 위해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인다.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최종적으로 국비가 확정되면 그 공은 누구의 것일까. 여수시,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 모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현안 예산 대폭 반영은 정부의 결단과 집권당의 힘이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고, 국민의당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안을 제시해 관철시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여수시는 지난 6일 4416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지난해 4977억 원보다 561억 원 줄어든 것이다.

시에 따르면 내년도 시 주요현안의 국고 예산 확보액은 92건에 2205억 원 규모다. 확보액 중 국가(도) 직접 사업은 1619억 원, 시 추진사업은 586억 원이다. 여기에 기초연금 등 일반국고 2211억 원을 더하면 여수시의 전체 국고 예산은 4416억 원 규모다. 이 중 계속사업은 61건 1935억 원, 신규 사업은 31건 270억 원이다.

시는 주철현 시장과 최종선 부시장이 정부부처, 국회, 전남도 등을 30차례 이상 방문하며 사업 타당성을 설명하는 등 활발한 국비확보 활동을 펼쳤다고 부각시켰다. 백재현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황주홍 예결위 간사, 주승용·이용주·최도자 등 지역 국회의원과도 적극 협력했다고도 했다.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지역 국회의원들도 국비 반영 소식을 전하며 ‘내덕’이라고 홍보성 자료를 내보냈다. 주승용 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비 4415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광양·여수국가산업단지 노후관 개량사업비 9억 원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신규로 반영된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주 의원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목포~부산간 해안관광도로 사업의 일부인 화태~백야 간 연륙·연도교 건설에 대해 4차 국도건설 계획에 반영돼 있지 않다며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안에 사업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주 의원도 지난 7일 국비 확보 관련 보도자료를 내어 “여수국가산업단지 통합안전체계 구축 사업, 스포츠안전교육센터 건립, 해상기상과학관,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 예산 확보 등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밝혔다.

최도자 의원도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어 “전남권역 재활병원과 여수석유화학 안전체험교육장 설립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사업추진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재활병원의 경우 복지부가 요청한 예산이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10% 수준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지만 자신이 증액의 필요성을 적극 호소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수 주요 거리에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를 확보했다고 홍보 을 일제히 내걸었다. ‘역시 민주당!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심장입니다. 4416억 원 확보’, ‘영유아 보육료 912억 원 추가 확보, 국민의당이 해냈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거리를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수시가 통장협의회 등 단체 명의를 빌려 내건 현안사업 국비 확보 치적 홍보 현수막 수 십장이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는 실정이다.

현수막에 게재된 단체의 한 관계자는 “동사무소로부터 현수막 게시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사무소의 한 공무원도 “해당 단체가 현수막 제작비용을 지불하지만 형식적인 것이다”고 했다. 이들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지역 정치권의 ‘예산 공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자신의 ‘공’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마재일 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자화자찬 행태는 시도의원들에게서도 나온다. 자신이 확보한 예산도 아니면서 국회의원이 내건 현수막에 이름을 나란히 하거나 자신의 이름이 새긴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SOC 축소 방침 등 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 기조 탓에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여수시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은 폄하돼선 안 되지만 선거를 의식해 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예산은 지역 국회의원과 여수시의 유기적인 협력에 따른 결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공치사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지역민들이 거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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