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70주기 기념사업 여수시 예산 제로…유족회·시민사회 강력 비난

여수시 내년 여순사건 70주기 기념 사업 예산 제로
보수·안보단체 전년대비 19% 증가한 25억9000만 원
유족·시민사회 “주 시장, 과거사 해결 국정과제 역행”

여수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여순사건 70주기 기념 사업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지역의 아픈 상처와 역사를 외면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해결의지 정책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여순사건유족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철현 여수시장과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여순사건유족회와 여수지역사회연구소 등 여수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는 19일 ‘여순사건 70주기 2018년도 예산 반영 제로에 대한 유족 및 여수시민사회의 입장’ 제목의 성명을 냈다.

▲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마재일 기자

이들은 촛불항쟁에 힘입은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개혁을 토대로 100대 국정과제 중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 9월 제주4·3평화재단이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민 제주4·3사건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4·3 68.1%, 여순사건 63.9%의 높은 인지도를 보인 것은 전국민 10명 중 6명 이상 알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여수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여론조사 국민 인지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순사건 70주기 기념사업 내년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안보단체 예산은 전년대비 19.23%(4억2000만 원) 증가한 25억9000만 원을 편성했다. 단체들은 “내년이 여순사건 70주기임에도 이렇게 국정 과제에 역행하는 시정은 실로 역사의식의 부재로 인한 반시대적 소신행정(?)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단체들은 여순사건의 쌍생아와 같은 제주4·3은 제주특별자치도 예산 15억 억 정도를 확보해 차분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부럽고 한편으로는 수치와 절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여순사건에 대한 여수시의 이러한 행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며 한두 번도 아니다고 했다. 2014년 11월 17일 여수시의회 서완석 의원 등 13명이 여순사건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여수시의 완고한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또한 여순사건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성곤 전 국회의원이 법 제정이 어려워지자 2015년 2월부터 국비지원을 받아 여수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여수시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했다. 광주5·18이나 제주4·3처럼 다크투어리즘이 가능한 사업이었는데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 반군 협력자 색출 장면.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단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촬영일 1948.10.

지난 2월 6일 서완석 등 14명의 의원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관련 조례’로 수정해 다시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여수시의 이해할 수 없는 소극적인 입장과 반대로 표류했다. 특히 이번에는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의 조직적인 반대로 2년 5개월이나 관련 조례가 계속 불발되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이번 ‘여순사건 70주기 기념사업추진위원회(준)’는 여순사건유족회 등 26개 단체가 내년 여순사건 70주기를 맞아 지역민의 명예회복과 유족 지원이 담긴 25개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9월말부터 예산 9억5000만 원 중 2억5000만 원은 자부담으로 하고 6억9000만 원을 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것은 예산 반영 제로였다고 밝혔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매년 지자체 보조금 등을 지원 받아 1998년부터 개최해 온 ‘여순사건 학술토론회’는 18회를 하는 동안 100여 편 이상을 발표하는 등 전국·국제학술대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민선6기 들어 지원이 끊기면서 학술토론회는 개최되지 못하고 중단됐다.

▲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단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주 시장, 후보 시절 시가 주도해 조례 제정 약속
“민주당 공천 기준과 자격 접합한지 의문 부호”
주승용 국회의원·국민의당 시의원도 준엄한 심판

단체들은 “주철현 여수시장은 후보 시절인 지난 2014년 5월 23일, 시민사회의 여수시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우선 시가 주도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여수만이라도 진상 조사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한 약속을 상기시켰다.

단체들은 그동안 여순사건 유족들과 시민사회는 나름의 애정으로 충분한 인내를 갖고 정세가 나아지려니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기도 했으나 주철현 시장 당선 이후의 표리부동한 행위와 정황을 볼 때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주 시장과 지역공동체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한 언어유희이며 인내의 사치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순사건 유족들과 여수시민사회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인 주철현 시장의 공천 자격에 대한 의문 부호를 확실하게 달아주려 한다고 선언했다. 단체들은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도약을 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차질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국정지표를 지역에 맞는 지역의제로 재구성해 이를 잘 수행 할 수 있는 인물이 공천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검사장 출신의 소위 반공 철학을 가진 주철현 여수시장이 과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시정으로 풀어 나가고자 하는 파트너로서, 또한 공천기준에 적합한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지난 10월 19일 여수시 여서동 미관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발생 69주기 위령제에서 주철현 여수시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독자제공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단체들은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별로 책임을 못 느끼는 4선의 주승용 국회의원과 함께 반대 당론에 앞장서 온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단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주철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성명에는 여순사건유족회, 여수YMCA, 여수YWCA, 전교조여수지회, 여수시민협, 여수환경운동연합,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여수일과복지연대, 여수사랑청년회, 민주노총여수시지부, 여수산단노동자회,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민중당여수지역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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