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남산동 어시장을 찾아서ㅡ



여행를 떠나는 것은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설렘을 안고 피곤도 모른 체 준비를 하고 목적지에 대한 정보수집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가 옆 사람에게 은근슬쩍 자랑도 할겸 슬며시 내비춰 보이면 그들은 자기들이 여행가는 양 수많은 이야기를 거미줄 풀듯이 풀어놓는 자리가 마련된다.



고향을 오랫동안 비우면서 바뀌는 게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먹는 것이 아닐까, 바닷가에서 살면서 육류에서 어류로 바뀌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닷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는 먹는 것부터 바뀌어야 되는 것도 있지만,아마도 내 몸에는 이미 바다가 스미여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없을뿐더러 입안이 개운한 것이 정말 육류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하나의 맛이 있음을 서서히 익히고 있을 때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가기로 했다.



매번 갈 때마다 손에 무엇을 들고 갈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가지고 갈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퍼트리는 순간 연로하시고 식욕이 당기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전복이 좋다고 무용담까지 곁들여 늘어놓는 동료들의 소리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 좋다는 소리에 남산동 어시장을 찾기로 했다.



37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모습에는 삶의 애환이기보다는 활기찬 아주머니들의 행동에서 나의 효도심에 불을 붙였다



활어를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의 덕담이 내 소매를 붙잡고 열심히 손님과 흥정하는 모습이보면서 팔딱팔딱 뛰는 고기들에게서 내 시선이 멈추기를 여러 번 하는 사이 내가 사고자하는 전복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찾지를 못하고 쩔쩔맨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물어보니 친절하게 고르는 요령까지 가르쳐주시며 어디로 가라는 위치까지 얘기해 주고, 계속 이어지는 손님들과 흥정을 하신다.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번거러 울 수 있겠다 싶어 다음에 기회에 인연을 맺기로 하고 가르쳐주신 곳으로 향했다.

주황색 다라니 속에 붙어 있는 전복을 보는 순간 내 머리에는 이미 부모님의 건강이 보였다



수더분한 아주머니께 사정이야기를 드리고 전복 살이 많은 큰 놈으로 부탁과 함께 드시기에 편하게 손질도 아울러 부탁을 하고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운 마음에 시장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아주머니께로 오니 살과 내장을 따로 넣었다 하신다.

나는 굳이 필요 없다고 우기는데도 기필코 넣어주시는 아주머니의 정성을 뿌리치고 고향으로 향하는 길은 부모님 생각과 전복, 그리고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남산동 어시장의 아주머니들 말씀에?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주 못 보는 아들과 귀한 것을 사가지고 왔다고 반기시는 어머니와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야 창자는 어딧냐?" 머어 창자?" 응 그것 버렸어!" 하고 왜 그 딴것을 찾느냐는 듯이 헐겁게 대답하니 부엌에서 또다시 들리는 말 "앙꼬 없는 찐빵을 드시것구먼 " 한다.



나는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하고 어머니를 쳐다보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전복죽은 내장이 있어야 제 맛이란다" 하시며 "그래도 우리 셋째가 효도를 했응께 다 먹은 거나 다름없다" 하시며 부엌을 향하여 핀잔을 하신다.

수더분한 아주머니가 걱정스레 하시는 모습이 지나간다.

지금도 남산동 어시장은 정이 많은 시장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