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종호 베타니아복지재단 이사장

▲ 김종호 베타니아복지재단 이사장
나는 만2세에 소아마비를 앓아 60여 년을 지체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복지라는 개념도 없는 시대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장애인복지 수준까지의 그 변화의 중심에서 살아온 장애인 당사자인 셈이다.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얘기할 때에 자주 거론되는 ‘당사자주의(consumerism)’라는 말의 배경에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자신의 결정에 타인의 개입 또는 보호를 최소화하고 모든 과정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 여수 지역사회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이용시설이나 편의제도’가 어느 수준일까?

여수시의 통계(2017년 4월)에 따르면 시설 입소와 기관 이용 장애인은 840여 명으로, 여수시 등록장애인(1만8012명) 대비 5% 이하, 중증장애인(3,678명) 대비 23% 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13~25세 미만의 장애 청소년의 경우 여수시에 356명(2012년 여수시 발표자료)이 살고 있지만 특수학교를 졸업한 18세 이상의 장애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는 실정이다.

현재의 장애인 이용시설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여수시의 현실이고, 소수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어서 복지 사각지대의 대다수 장애인은 누가 보살펴야 하는가!

이런 고통은 오로지 장애인 가족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사람 중심의 상생과 공존’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제는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가족들의 그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나는 가정 먼저 ‘장애인 단기거주시설’ 설치와 운영을 제안한다.

장애인도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고 바람이며,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이에 장애인 가정에서 애경사나 휴가 시, 긴급할 때, 폭력으로 인한 위기 시 장애인을 단기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올해에는 여수시의 행정가, 정치가, 전문가들이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고 지역사회의 통합과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단기거주시설’ 설치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은 장애인을 둔 모든 가정에 가장 시급하고 제1순위로 요구되는 시설이다. 이미 여수시 지역사회복지계획 제2기 계획수립(2010년) 시 장애인 분야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아울러 2013년 12월 4일, 여수시장애인연합회와 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가 가진 간담회에서도 당시 다수의 시의원이 ‘장애인 단기거주시설’ 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014년 5월 29일 여수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주최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여수시장 후보 사회복지정책토론회에서도 장애인복지영역 패널이 ‘장애인 단기거주시설’ 설치를 건의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2016년 1월)에 따르면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은 이미 전국 108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 14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남에도 목포시·순천시·담양군 등에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전남 제1의 도시 여수시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을 운영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많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도와주고 위기와 필요시에만 이용할 수 있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장애인 가정에서 애경사, 휴가, 긴급 시 장애인을 단기 보호 서비스 이용 장치는 장애인 가정에 돌봄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피난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장애인 가족의 갈등과 해체위기에 있는 장애인 가정에 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다.

넷째, 여수시의 사회적 문제 해결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장애인 단기거주시설’ 설치·운영이 여수지역사회에서 어떤 이유와 논리로 더 지연되고 미뤄져야 하는가! 예산 때문인가? 정치 논리인가? 지역사회 혐오시설이어서인가?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의 ‘당사자주의’는 결국 ‘장애인에게 사회통합의 정신을 어떻게 서비스로 구체화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 가족 구성원의 자립 생활 증진과 질 향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해결해야 할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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