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통합사업 이행 않아…학생 감소·대학 진학률 추락
위상회복추진위, 최근 교육부 항의 방문해 대책 마련 촉구
교육부·전남대, 여수캠 장기발전방향 수립해 시민과 대화

▲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교육부를 방문해 전남대-여수대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지역 교육환경이 붕괴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

전남대와 여수대가 통합된 지 12년이 됐지만 여수캠퍼스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되레 지역 교육환경이 붕괴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의 역할이 미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 시민으로 구성된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위원장 배석중, 이하 위상회복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캠퍼스에 진학한 지역 학생은 69명으로 입학정원 746명의 9.2%에 그쳤다. 2005년 통합 이후 2008년 240명이 입학해 전체 정원(1002명)의 24%를 차지했으나 10여년 만에 진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수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90.4%는 외지 대학으로 진학했다. 지난해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은 3598명으로, 이 중 대학 진학생은 2393명이었다. 전남대 69명, 한영대 160명을 제외하면 2164명이 외지로 대학을 간 것이다.

통합 당시 4개 단과대에 12학부 27개 전공이었으나 올해는 3개 단과대 7학부 20개 전공으로 축소됐고 입학정원은 1219명에서 746명으로 감소했다. 전임 교수도 176명에서 168명으로, 직원은 180명에서 137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대학 규모와 수는 지역 교육 환경의 부실도 불러오고 있다. 2005년 여수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대학 진학률은 81.22%에서 지난해 66.5%로 낮아졌다. 순천시 72.4%, 목포시 74.0%, 도 평균 70.3%보다 낮아 도내 22개 시군 중 15위로 나타났다.

학생수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여수시 소재 대학에 재적중인 총학생수는 6193명, 순천시 1만8195명, 목포시 2만8671명이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교육부를 방문해 전남대-여수대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지역 교육환경이 붕괴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

이와 관련 위상회복추진위는 지난달 29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년간 지지부진한 전남대-여수대 통합 후속 사업의 조속한 이행과 붕괴된 여수교육의 복원을 촉구했다. 추진위 소속 200여명은 이날 회견을 마치고 세종시 교육부를 항의 방문했다.

추진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 제고, 경쟁력 강화, 지역발전 선도, 한의대 설립 등의 명분으로 추진한 통합 약속은 12년이 지나도록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학생 수는 감소하고 관외 유출은 늘어나 여수 교육환경은 붕괴했고 지역경제는 파탄 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수의 대학진학률은 전남 22개 시·군 중 15위에 불과하고 대학생 수도 목포, 순천과 비교하면 25∼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수의 교육환경을 복원하고 지역 거점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석중 위상회복추진위원장은 “일방적인 캠퍼스 축소와 학생 수 감소로 1500억여 원의 지역경제 손실을 불러왔다”며 “통합 양해각서 이행과 입학정원 복원, 붕괴한 여수교육 복원 대책 등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교육부와 전남대가 7월까지 여수캠퍼스의 장기 발전 방향을 수립해 여수 시민들과 대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전경. (드론 심선오 영상부장)

민주당 여수 시도의원 후보들 ‘여수캠퍼스 위상회복’ 공약

지역사회에서는 그동안 전남대와 정부에 통합양해각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여수대 복원 운동 등도 추진해왔으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시민들이 응집된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여수지역 후보들이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말뿐인 공약으로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여수 갑·을 지역 공동선거대책본부는 최근 “시·도의원 후보 27명은 여수지역의 경쟁력과 지역특성에 맞는 대학을 살리기 위해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본부는 “최근 대학과 도시의 협력모델인 유니버시티(Univer City)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의 제조업 몰락으로 유령도시가 된 지역에 지역대학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미국의 도시재생에 성공한 예를 사례로 삼아 국내에서도 대학과도 협력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우리지역에 이 모델을 도입해 추진해 나간다면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교육부를 방문해 전남대-여수대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지역 교육환경이 붕괴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추진위원회)

특히 “여수의 자존심이었던 여수대학교가 해양·수산분야의 특성이 많이 상실된 채 전남대로 흡수통합됐다”며 “이로 인해 지역의 교육환경과 도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과 도시의 협력 관계가 활성화 돼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수지역은 오히려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여수지역 후보들은 여수시 해양·수산분야와 관광 그리고 여수국가산단과 연계된 학과 등을 개설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전남대와 여수대는 2005년 여수캠퍼스에 한의대 설립, 학과 신설과 개편 등을 위해 통합했다. 당시 체결된 여수대-전남대 통합양해각서는 ▲여수캠퍼스의 특성화는 여수대학교의 기존 특성을 살려 광주캠퍼스와 차별화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학과 및 대학의 재구성 ▲한의대(한방병원 포함) 설립을 인가받아 여수캠퍼스에 설치 ▲현행 캠퍼스 유지 및 지역 특성화로 공동 발전 도모 등 12개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되레 지역 교육의 위축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대가 광주캠퍼스 토목공학과와 여수캠퍼스 해양토목공학과의 통폐합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수캠퍼스가 지역 대학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등 지역민들의 불신을 받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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