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지방선거도 여느 선거와 다름없이 막판으로 갈수록 네거티브(Negative)전으로 치달으면서 정책공약 선거는 물 건너가는 양상이다. 급기야 마타도어(흑색선전)와 낭설까지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후보는 물론 가족들까지 상처를 입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책공약 선거를 외면하고 네거티브·흑색선전을 일삼는 후보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권세도 여수시장 후보 아내 정철진 씨와 장녀 권수진 씨가 9일 선거 캠프에서 “악의적인 네거티브를 중단하라”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캠프 관계자가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세도선거사무소 제공)

권세도 후보 가족, “네거티브로 정신적 고통 심각”

무소속 권오봉 여수시장 후보가 지난 7일 TV토론회에서 제기한 의혹이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왜곡돼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권세도 여수시장 후보 캠프가 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조모씨는 지난 7일 오전 11시 39분 자신의 SNS에 “권세도 후보 영등포경찰서장 근무시 초등생 성폭행도 있군요. 에이 더러운 여수 시민인게 부끄럽다^^^”라는 글과 함께 권오봉 후보의 TV토론회 사진을 캡처해 올렸다. 김모씨가 이를 캡처해 자신의 SNS에 “이런 사람을 여수시장으로 모셔야 겠습니까?”라는 글을 썼다. 현재 해당 글들은 조씨·김씨 SNS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에 권세도 후보의 아내 정철진씨와 장녀 권수진씨는 9일 오후 3시 30분 권 후보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0만 여수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권오봉 후보 측의 악의적인 네거티브 선거로 가족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가족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유언비어에 말문이 막힌다”며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후보의 거짓조작과 음해로 권 후보가 성폭행범으로 몰리고 있다”며 “30년 공직생활의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조 세력들이 ‘권세도가 성폭행을 했다더라’는 막무가내식 유언비어를 대량 살포해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성폭행범이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작금에 권오봉 후보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는냐”고 했다.

가족은 “최근 TV토론회에서 권오봉 후보가 주장한 초등학생 성폭행사건 은폐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데 대해 수사기관은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로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
 

▲ 여수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권세도 후보와 무소속 권오봉 후보.

권세도·권오봉, 고소·맞고소로 네거티브 선거

여수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권세도 후보와 무소속 권오봉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는 고소·맞고소로 이어지면서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권세도 후보의 허위경력·비리 의혹, 권오봉 후보의 부실행정 논란 등을 서로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권오봉 후보는 지난 5일 권세도 후보가 자신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재직 당시 부실행정을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권 후보는 “권세도 후보가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 내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시절 직원들과 함께 외유성 출장을 떠나는 등 부실행정을 한 것처럼 교묘하게 날조하고 광범위하게 유포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세도 후보는 “권오봉 후보가 광양경제청장으로 재직 시에 부실 행정으로 지적받은 내용은 ‘국무총리실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며 “어떻게 국무총리실 보도자료를 허위사실로 주장할 수 있는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권오봉 후보는 지난 7일 TV토론회에서 권세도 후보에 대해 광명경찰서장 시절 금품살포 직위해제, 해남경찰서장 시절 복지기금 유용과 영등포경찰서장 시절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은폐 의혹, 국민의당 입당과 허위경력기재 박사논문표절 의혹 등을 제기하며 네거티브전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권세도 후보는 7일 권오봉 후보를 ‘허위 사실 유포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권 후보는 “이미 허위 사실로 밝혀진 것을 들고 나와 지방선거를 상대방에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 진흙탕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을 망치는 악의적 네거티브 선거를 보고 있을 수 없어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에 근거한 네거티브 검증 필요…흑색선전은 절대 지양

정책과 비전을 놓고 대결하는 포지티브 선거와 반대되는 개념인 네거티브 선거는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비리를 폭로해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선거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거티브는 도덕성 검증을 빌미로 상대 후보의 실수, 과오, 약점 등을 부각시켜 공격한다. 포지티브 전략에 비해 효과가 즉각적이고 강력하다.

네거티브는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검증하는 데 필요하다. 객관성을 담보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다면 후보를 검증하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탈법적이고 지나칠 경우는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네거티브가 과하면 후보의 주요 정책과 공약, 비전 제시는 부각되지 못하고 지역의 중요한 현안 또한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특히 유권자의 눈을 가려 판단을 흐리게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네거티브를 넘어 사실상 마타도어(Matador 흑색선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마타도어가 네거티브의 일종이기는 하나 근거에 기반을 둔 네거티브 전략과 근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 상대를 깎아 내리는 마타도어는 구분돼야 한다. 특히 ‘아니면 말고 식’의 마타토어는 상대 후보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절대 지양해야 한다.

흑색선전 일삼는 후보, 유권자가 심판해야

후보가 공약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정책 대결을 할 시간도 모자랄 판이지만 지금까지 펼쳐지는 선거전 양상은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겉으로는 정책선거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나 흑색선전 등의 정치 공세, 세몰이와 같은 구태 정치 행태만 보이고 있다.

여수시장 선거에 있어 고소·맞고소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세몰이식 집단적 지지선언도 우려스러운 시선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편 가르기로 선거 이후 지역사회의 갈등이 증폭되는 후유증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누가 더 나은 정책을 내놓는지, 누가 더 깨끗하고 능력 있는 후보인지를 두고 건전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수동 이 모(남)씨는 “시민들이 후보자들로부터 듣고 싶은 것은 의미 없는 정치 공방이 아니라 여수의 미래 청사진은 물론 경제와 일자리, 복지, 환경 등 공약과 정책이다”며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네거티브·흑색선전 선거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선거를 외면하고 끝까지 네거티브·흑색선전만 일삼는 후보에 대해서는 시민이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투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