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 민주당이 6·13지방선거 시·도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했지만 시장 선거는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면서 당원명부 유출 의혹, 금품살포 등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 공식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지난 12일 권오봉 후보가 돌산해양조선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권오봉 SNS)

당 지지도·조직 우위에도 무소속 후보에게 패 ‘충격’
추미애 대표·중앙 정치인 총력 지원 유세 효과 없어

6·13지방선거 여수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 지지도나 조직 면에서 막강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긴 가운데 당락을 가른 표심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평화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도 숙제를 남겼다. 민주당은 여수지역 도의원 6명과 시의원 19명(비례대표 3명 포함)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높아 정치 환경이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수시장 선거에서 패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 여수시장 선거 패인은 권세도 후보의 잇따른 정책토론회 불참과 인물론 열세를 극복할 대책 미흡 등 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 부재, 시장 캠프와 갑·을 지역선대위의 불통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정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수지역 6개 전남도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현역인 민주평화당 후보들을 큰 득표차로 앞서며 전원 당선됐다. 여수시의원도 26명 중 19명(비례대표 3명)이 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졌다.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6·13지방선거 여수시장 득표 현황에 따르면 무소속 권오봉 후보는 7만8834표(52.19%)를 얻어 6만9074표(45.72%)에 그친 민주당 권세도 후보를 9760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 권오봉 여수시장 당선자와 부인. (사진 = 권오봉 선거사무실)

높은 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수MBC와 순천KBS가 공동으로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5월 28일과 29일 2일간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77.2%로 정의당(3.4%), 바른미래당(2.4%), 민주평화당(2.2%), 자유한국당(1.8%), 민중당(1.8%)을 압도했다.

일주일 뒤 남도일보와 전남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6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68.3%로 정의당(7.7%), 민주평화당(5.5%), 민중당(4.8%), 바른미래당(4.2%), 자유한국당(1.2%)을 크게 앞섰다.

실제로 이번 선거 개표 결과에서도 여수지역 민주당이 77.83%로 민주평화당 9.12%, 민중당 7.17%, 바른미래당 5.86%를 압도했다.

그러나 당 지지도와는 달리 시장 지지도는 불안한 변화를 보였다. 여수MBC·순천KBS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권세도 후보는 46.7%, 무소속 권오봉 후보 27.8%로 조사돼 18.9%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남도일보·전남CBS 여론조사에서는 권세도 후보 45.8%, 권오봉 후보 43.0%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여수시민은 무소속 시장을 선택했다. 높은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정당 지지율, 중앙당의 스타 국회의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여수를 찾아 전폭적인 지원 유세를 펼쳤다는 점, 시장 후보 캠프는 물론 여수 갑·을 지역위, 도의원 후보 6명, 시의원 후보 22명 등 무소속 후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당 조직을 갖고도 패배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표창원·송영길·강기정·이재정·박주민·이인영·김태년·이종걸·박범계 등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추미애 당 대표까지 지원사격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선거 패배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8일 여수를 방문해 권세도 여수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곽준호 뉴스타임즈 기자)

추미애 대표는 지난 8일 여수 서시장과 교동시장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수 없고 당선되더라도 앞으로도 절대 입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권세도 후보는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치안과 안전을 책임졌고 시민과 함께 날밤을 지샌 현장 전문 행정가”라며 “여수를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힘 있는 도시로 만들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3일 여수를 방문한 송영길 국회의원은 “권세도 후보가 시장이 돼 국회를 찾아오면 버선발로 맞이하겠다”며 “장관 앞에서 지역 현안문제를 브리핑하고 지원을 호소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여수를 찾은 표창원 국회의원은 “혈세가 들어간 엑스포장이 텅텅 비어 사람 흔적이 드물다”며 “이곳이 활성화 되고 관광객이 넘치게 하려면 여당 소속인 권세도 후보가 대안”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표 의원은 “권 후보가 김영록 도지사 후보와 함께 전남과 여수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개호 국회의원도 “여당 시장만이 문재인 정부의 예산과 지원을 가져올 수 있고 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며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앙 정치인들의 약속은 시민들에게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 이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더 이상 중앙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중앙 정치인들의 지역 선거 지원 유세에 대해 풀뿌리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중앙당 깃발 정치라며 유세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지역의 정세와 정서를 모르는 중앙 정치인들의 얼간이 같은 선거 지원 유세로 선거가 더욱 혼미해지고 있으니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특히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주민의·주민에 의한·주민을 위한’ 정치 지도자는 여수시민 스스로 선출할 것이니 이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
 

▲ 권오봉 후보는 ‘행정혁신’, ‘경제혁신’, ‘복지·교육혁신’, ‘문화·예술·관광혁신’을 주제로 4주간 생방송 정책라이브를 진행했다. (사진=권오봉 선거사무소)

‘정당보다는 인물’…권오봉 행정·경제 전문가 내세우며 민심 파고들어
권세도 후보, 잇따른 토론회 불참으로 여론 악화…승기 꺾이는 분수령

이번 여수시장 선거는 정당보다는 인물 본위의 투표가 당락을 갈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권세도 후보가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표심 얻기에 나섰지만 민주당 경선 토론회와 KBS토론회, 공보물 등을 통해 두 후보의 면면을 살펴본 여수시민들이 행정·경제 전문가를 내세운 권오봉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와 오피니언 리더층에서는 이미 역량을 검증 받았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 낯선 인지도는 선거 초반 관건으로 대두됐다. 권세도 후보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밀리기도 했지만 권오봉 후보는 35년 행정 경험과 경제전문가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인물로 민심 곳곳을 파고들었다

권오봉 후보는 권세도 후보와 달리 그동안 언론사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낮았던 인지도를 TV와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 끌어 올렸다. 특히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 정책을 제시하는 등 정책 중심 선거 캠페인도 한몫 했다.

반면 ‘시민과 마음이 통하는 첫 번째 맘통 시장’이 되겠다고 한 권세도 후보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뒤 열린 토론회에 수차례 불참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경선에서 현역 시장을 누르고 집권당의 후보가 되면서 잡은 승기가 잇따른 토론회 불참 이후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서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권 후보의 토론회 불참에 대해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유권자의 알권리를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토론회 불참으로 일부 시민들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당선에는 지장이 없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시민단체와의 ‘맘통’이 아닌 ‘먹통’을 택한 권세도 후보가 혹여 당선도 되기 전에 세도(?)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권 후보의 토론회 불참을 놓고 여수시민을 무시한 행태라는 여론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이 반영된 듯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전(여수MBC·순천KBS)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권오봉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던 권세도 후보는 이후(남도일보·전남CBS)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결과가 나왔다. 불안해진 권세도 후보 캠프는 중앙당에 지원 요청을 하는 한편 막판 총력전을 펼쳤지만 기울어가는 바닥 여론을 돌리지는 못했다.

▲ 권오봉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2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마재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여수 갑·을지역 선대위가 지난 7일 오후 2시30분 여수시청 현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시장 후보 캠프와 지역선대위간 소통 부족도 ‘주요 패인’
시장 선거 패배·당원명부 유출·금품살포 ‘지도부 책임론’

권세도 시장 후보 캠프와 민주당 여수 갑·을 지역선대위 간 소통 부족도 패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서로 긴밀하게 협조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유세 현장에서 시장 후보 캠프와 시의원 캠프간 언쟁도 벌어지는 등 불협화음도 있었다. 옷만 같은 파란색일 뿐 최대 장점인 당의 조직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등 결국 ‘불통’이 주요 패인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번 선거 지원에 나선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장 후보 캠프가 민주당의 조직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 후보 캠프와 선대위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시장 후보 캠프가 경선 승리 이후 자만하는 분위기로 지역 선대위 위에 군림하려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수 갑·을지역위가 시장 후보 조직보다 훨씬 큰 조직이다. 시장 캠프 쪽에 갑·을 지역선대위와 협조해 선거를 하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는 지역선대위도 마찬가지였다. 갑·을지역위도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마치 시장이 된 것처럼 시장 캠프가 지역 선대위에 지시하는 모양새는 기존 당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실제로 일부 시·도의원 캠프에서는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당원들 사이에서도 맘통 시장이 되겠다고 해놓고선 토론회에 불참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다른 한 관계자는 “일부 민주당 도의원 후보의 경우 현역인 민주평화당 후보보다 사실 열세인 곳도 있었지만 2~3배 차이로 이겼다. 특히 여수시의원 비례대표 3명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높은 당 지지도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시장 선거만 패배했다. 이는 결국 민주당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해 최적의 후보를 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수시장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당원명부 유출, 금품살포 등에 따른 파문에도 당 차원의 안일한 대응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갑·을 지역위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권세도·권오봉 후보 모두 선거는 처음이지만 선거 캠프 구성원들의 선거 경험 부족 차이도 패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 선거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권세도 후보 캠프에는 시장·국회의원 선거 등 큰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권오봉 후보 캠프에는 시장·국회의원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권세도·권오봉 후보 선거 공보물.

선거 공보물서도 차이 드러내

선관위가 각 가정에 보낸 선거 공보를 통해 유권자들이 자세한 경력과 구체적인 공약을 파악하면서 인물론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후보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지방선거의 특성상 인물과 자질을 평가하는데 공보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두 후보의 공보물을 비교해 보면 권세도 후보는 1면에 ‘시민이 승리하는 새로운 여수’, ‘시민 앞에 겸손한 시장’, 권오봉 후보는 ‘경제도 행정도 전문가가 답이다!’, ‘35년 경제통·행정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선거 슬로건은 후보의 핵심 선거 전략을 집약한 단 하나의 문장이다. 슬로건은 후보가 원하는 선거 구도를 제시하며 후보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공급자(후보) 입장이 아닌 수요자(유권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쉬워야 한다. 또 선거 슬로건은 10여 일의 전투 상황에서 제시되는 슬로건이기 때문에 후보에게 적합한 최적의 전투 논리를 최대한 간결하게 압축해야 한다.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해 빨간신호등 파란신호등처럼 유권자의 머릿속에 실시간으로 침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봉 후보의 슬로건이 권세도 후보의 슬로건보다 훨씬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됐고 시장 후보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권세도 후보의 슬로건은 친근감이 있지만 다소 상투적이고 밋밋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보물은 대선 같은 큰 선거에 비해 지방선거 같은 작은 선거로 갈수록 후보에 대한 인물과 정책공약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공보물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몇몇 선거 사후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면에서 권세도 후보의 공보물은 정책공약이 나열식이어서 주목도가 떨어져 설득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권오봉 후보는 공약에 따른 목표 및 우선순위, 이행절차 및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대략이라도 제시한 반면 권세도 후보는 이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권세도 후보는 대신 추미애 대표, 우원식 전 원내대표, 이개호 국회의원 등의 사진과 멘트를 실어 여당 시장 후보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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