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낭만포차인가] 낭만포차가 이번에는 운영기간을 놓고 여수시와 운영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과 분쟁 반복으로 행정은 신뢰를 잃고 돈벌이가 되면서 운영자들은 상생 공동체 정신을 잃고 있다.

여수시 갑자기 일정 변경…운영자들 “정치적 의도 의심” 반발

운영 초기부터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낭만포차 문제가 여수시와 운영자들이 이번에는 운영기간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민선6기 마지막까지 반복되고 있다.

민선7기 권오봉 여수시장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낭만포차 이전을 공약한 가운데 시민단체는 여수시가 낭만포차 ‘존치’, ‘이전’에 대한 여론조사를 깜깜이로 해 시민 여론을 왜곡했다며 반발하는 등 말썽이 일고 있다.

특히 낭만포차가 갈등과 분쟁이 반복되면서 행정은 신뢰를 잃고, 돈벌이가 되면서 운영자들 간 다툼으로 고소까지 벌어지는 등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잃어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운영 초기부터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낭만포차 문제가 여수시와 운영자들이 이번에는 운영기간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민선6기 마지막까지 반복되고 있다.마재일 기자

27일 낭만포차 운영자들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공원 한복판에 문을 연 낭만포차는 여수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찾고 싶어 하는 여수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원도심 관광활성화의 주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청년, 시민들이 포차를 운영하면서 돈을 벌었다. 포차 운영자들에 따르면 가장 매출이 많은 포차의 경우 년 매출 10억 원 정도이고, 대부분의 포차도 순이익이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공유해야 할 공원 한복판에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극심한 교통체증, 음주, 무분별한 쓰레기, 소음, 무질서 등 부작용이 속출하며 ‘없애거나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지난해 2기 운영자 선정과정에서는 평가 기준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일면서 일부 운영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3기 운영을 앞두고 지난 19일에는 낭만포차 운영 기간을 두고 여수시와 운영자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포차 운영이 하루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가 6월 25일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업주들이 이에 항의해 하루 동안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시는 협의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운영 기간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시는 최근 열린 낭만포차 운영위원회에서 2기 낭만포차의 운영 기간을 7월 25일까지 한 달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운영자들과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낭만포차의 전기와 수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운영자들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 영업 허가증을 근거로 포차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낭만포차 운영 기간은 1년으로,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에 신규 운영자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고 5월에 다음 운영자를 결정한다.

시는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낭만포차 이전’ 문제가 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운영자 선정 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2기 운영자들의 영업허가는 6월 25일 끝나기 때문에 여수시는 기존 운영자들의 가건물 건축허가나 도로점용 등 영업허가를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시가 지난 4월 10일 포차 운영자들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도로점용허가, 가설건축물신고, 영업(음식)신고 기간이 1기 운영자 4월 25일, 2기 운영자 6월 25일이던 것을 1·2기 모두 12월 31일까지 연장하라고 통보했다. 단, ‘6·13지방선거 후 시민 여론 등을 수렴해 재검토할 경우에는 기간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 운영 초기부터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낭만포차 문제가 여수시와 운영자들이 이번에는 운영기간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민선6기 마지막까지 반복되고 있다.마재일 기자

하지만 여수시는 지난 5월 25일 갑작스럽게 모집 공고를 내고 6월 1일 신청자를 접수 받았다. 주철현 여수시장이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하자 지방선거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탈락한 운영자들은 여수시가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 무리하게 3기 모집에 나선 배경에 대해 최고위층의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는 지난 16일 2차 평가인 음식품평회를 열어 3기 운영자 18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오는 26일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3기 포차 운영자는 사회적 약자 3명, 인근 지역단체 회원 2명, 청년층 9명, 일반시민 4명 등 18명이다. 시는 음식품평회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평가위원을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차 운영자들은 운영을 하루 중단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포차 운영자 A씨는 “12월 31일까지 운영을 할 것이라고 믿고 도로 점용료, 포차 보관료 등을 일시불로 냈는데 준비 기간도 안 주고 갑자기 나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여수시에 항의하니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맞다. 시장님의 특별 지시사항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치 등 수천만 원치의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둔 일부 운영자들은 최종 심사에서 탈락해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수시는 “선거가 끝나고 7월 초에 3기 모집을 할 것인지. 이전·폐지를 결정할 것인지 방침을 정하려고 했는데 5월 말에 갑자기 하다 보니 그러는(반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영 기간 관련 공문도 보냈고, 운영자 간담회 때 회의자료에 넣어서 선거 이후 계약 기간이 변경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고 했다.

포차 제작과 영업 신고 같은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3기 낭만포차 운영은 한 달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운영 초기부터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낭만포차 문제가 여수시와 운영자들이 이번에는 운영기간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민선6기 마지막까지 반복되고 있다.마재일 기자

탈락 운영자들 “평가위원 등 불신…불공정·불투명”
행정은 신뢰, 운영자들은 상생 공동체 정신 잃어

포차 운영자 B씨는 평가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내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여수시의 일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고 불투명해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여수시는 지난 1일 3기 운영자 신청자 164명을 대상으로 1차로 서류를 평가해 34명을 선정했다. 시는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평가방법을 채택하고 평가위원은 외부 민간위원 5명, 시 공무원 5명 등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평가는 거주기간, 가족 수 등 정량평가와 메뉴, 위생·복장관리, 관광홍보, 운영관리, 친절 등 정성평가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 5명, 청년층 14명, 인근 지역단체 회원 3명, 일반시민 12명 등 34명이 선정됐다. 지난 16일 음식품평회를 통해 최종 18명을 선정했다.

그는 “주민자치위원장 등 낭만포차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민간위원과 공무원인 평가위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심사에서 탈락 등 불이익을 받을까봐 할 얘기도 제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서류에 포차 명을 쓰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했다.

B씨는 또 “해물삼합이 인기가 좋아 매출이 높아지니까 너도나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누구는 취급을 허용하고 누구는 불허하고, 그 이유도 말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정이 운영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고 투명하다면 탈락해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석연찮은 이유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운영자들이 많다”고 했다.

포차 운영자 C씨는 “낭만포차를 통해 운영자들이 돈을 벌고 행정은 성과 내기에 좋을지 몰라도 시민은 불편하다는 민원에 우리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탈락한 포차 운영자들은 해당 동장이 기존 운영자 포함 2배수 이상 추천하는 ‘인근 지역단체’ 포차 선정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낭만포차가 노다지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포차 운영자간 경쟁과 시기가 심해지고, 심지어 싸움도 벌어져 고소하는 등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한 운영자들간 약점잡기와 불신이 쌓여 비난의 소리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원도심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낭만포차가 운영 초기부터 논란과 갈등·분쟁을 거듭하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행정과 운영자들은 신뢰와 상생 공동체 정신을 망가뜨리는 공공의 적이 돼 가고 있어 본래 취지를 살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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