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종고회, “29억 사업, 공론화 과정 배제된 밀실 행정의 소산”
시 “공정률 44% 위치 변경 난색…명칭은 의견 수렴해 변경 가능”

여수시가 29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여수 상징의 문’ 설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수지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여수종고회’(회장 성해석)는 지난 20일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 상징의 문’ 설치 공사의 위치와 명칭 등이 부적절 하므로 전면 재검토 및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여수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소라면 대포리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 쉼터에 시비 29억 원을 들여 ‘여수 상징의 문’을 건설 중이다. 한옥 모양의 육교 형태로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7월 현재 공정률은 44%로 10월 완공된다.

여수시는 2016년 3월 용역을 거쳐 ‘여수 상징의 문’ 후보지 5곳을 선정했고, 의견 수렴을 거쳐 외지인의 통행이 잦은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 정했다. 명칭은 거북선을 만들어 왜군에 대항했던 역사성을 살린다는 의미로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정했으나 통영시와 겹친다는 이유로 ‘이순신 구국 도시 여수’로 변경했다.

▲ 여수시가 29억 원을 들여 여수-순천간 자동차 전용도로에 설치 중인 여수 상징의 문. ‘여수종고회’(회장 성해석)는 20일 ‘여수 상징의 문’ 설치의 전면 재검토와 공론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수종고회는 “여수시가 시민 공감대 없이 여수-순천 간 자동차전용도로 대포 쉼터 부근에 ‘이순신 구국 도시 여수 문 설치사업’을 29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적 공감대가 없고 공론화 과정이 배제된 채 추진된 밀실 행정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종고회는 이어 “위험한 자동차 전용도로에 설치하는 위치도 문제지만 ‘삼도수군통제영’이 빠진 명칭도 매우 부적절 하므로 공사 중단 및 원점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효주 여수종고회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장은 “시가 여수시문화유산위원회와 시민 패널 대상 설문조사로 이미 선정된 ‘삼도수군통제영 여수’라는 기념물 명칭을 시정조정위원회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순신 구국 도시 여수’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변경하는 등 부적절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특히 “29억 원의 시민 세금이 드는 시 상징물이 엉뚱한 지점에, 이상한 이름으로 건립되고 있는 것은 관련 전문가의 참여와 시민적 공론화 과정이 완전히 배제된 가운데 잘못 추진됐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돼 종고회의 명예를 걸고 끝까지 장소 변경과 이름 변경을 관철할 각오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당초 여수 문 설치 사업 목표대로 ‘거북선을 만든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여수의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데도 의도적으로 삼도수군통제영을 빼고 다른 명칭을 선정한 것은 여수의 역사적 정체성을 망각하고 시민적 자긍심을 훼손하는 것이다”고 했다.
여수 진남관 일대는 1479년 전라좌수영으로 설치돼, 1895년 폐지될 때까지 417년 동안 남해안을 방어하는 조선수군의 주진이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1593~1601년 8년 동안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으로 격상돼 초대 통제사인 이순신 장군이 집무를 했다. 여수시는 2022년까지 150억 원을 들여 임진왜란 당시 경상·전라·충청 등 삼도의 수군을 지휘했던 통제영을 복원하고 있다.

성해석 회장은 “상징문을 전임 시장이 추진했으나 다양한 의견을 물어서 추진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면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수의 역사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공사 중단 및 위치, 명칭 변경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수시는 여수를 찾는 많은 관광객에게 이순신 장군의 역사를 알릴 수 있고 쉼터 역할도 할 수 있어 위치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구국 도시라는 명칭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명칭과 관련해서는 변경해야 한다면 지역내 여론수렴을 통해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위치 변경의 경우 현재 44%의 공정이 진행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관련 공사는 공사를 위한 자동차전용도로 우회도로 개설 문제를 익산청과 논의키 위해 일시 중단한 상태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