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부영 수사 중 택지 매각과정서 혐의 포착

검찰이 택지분양 과정에서 회사 돈 1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여수시 웅천택지개발조성사업 개발대행업체 대표와 임직원들을 구속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여수 웅천지구 택지를 분양하면서 부영 측으로부터 150억 원의 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여수블루토피아(유) 이모 대표와 임직원 2명을 최근 구속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조성한 택지 중 공동주택용지 26만603㎡를 부영 측에 1100억여 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150억 원의 뒷돈을 받아 가로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수천억 원대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을 수사하던 중 부영 측과 이 대표 등 사이에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수 웅천택지지구에 들어선 부영아파트와 건립 중인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드론 심선오 기자)

여수 웅천택지개발 사업은 여수국가산업단지 확장에 따른 배후 주거단지 개발 필요성에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계획됐다. 본격적인 택지개발 사업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됐고, 2017년 7월까지 토지등록이 완료됐다. 전체 개발면적은 272만2000㎡, 총 사업비는 6578억 원이 소요됐다.

사업은 3단계로 추진됐다. 1단계는 여수시가 개발해 분양했고, 2·3단계는 민간 투자금이 투입돼 시와 여수복합신도시개발, 여수블루토피아가 공동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가 여수시가 계약을 수차례 변경하면서 시의회 의결을 받지 않게 하는 등 민간업체의 배만 불리도록 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고층 아파트 신축 인허가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불거진 특혜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한화건설과 여수블루토피아(유)는 지난 6월 7일 여수시에 하수종말처리시설 악취 최소화를 위한 공익기부금으로 각각 15억 원을 전달했다. 당시 여수시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주)한화건설은 현재 웅천택지에 공동주택을 건립하고 있고, 여수블루토피아(유)는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투자기업이다고 설명했다.

여수블루토피아는 지난해 7월 여수시 웅천지구와 소호동을 연결하는 다리 건설을 위해 150억 원을 시에 기부했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보석금 20억 내고 석방
입주민들, “그동안 악행에 면죄부 줘서 안 돼”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임대주택 사업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던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구속된 지 5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검찰과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이 회장은 석방 조건으로 법원에 보석금 20억 원을 납입했으며,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 회장은 우량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총수 일가 소유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4300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의 세금 납부를 위한 비자금을 조성하려고 부영주택이 수행한 사업을 부인 명의 업체가 수행한 것처럼 속여 155억 원을 빼돌리고 법인세 36억 원을 포탈한 혐의, 아들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등에 우량 계열사 자금 2300억 원을 부당지원한 혐의를 적용 받았다.

특히 이 회장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임대아파트 분양가를 부풀리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부영이 실제 건축비가 아닌 표준 건축비를 적용한 불법 분양을 통해 2조 원대 폭리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은 2004년 27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차명주식을 대납해 피해 회복을 하겠다”고 호소해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론 석방 후 1450억 원의 차명주식을 자기 앞으로 명의 이전한 뒤 자기 세금에 사용하고 법원에는 “주식을 양도했다”고 거짓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보석 소식에 부영 측과 갈등을 빚어온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대표 이영철 전 김해시의원)는 지난 20일 낸 ‘부영 이중근 회장 보석에 대한 부영연대의 입장’을 통해 “그동안 악행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지은 지 2년여에 불과한 여수 웅천·죽림 부영아파트에서도 욕실 타일 무너짐 등 1000여건의 부실이 발생해 입주민은 물론 지역사회로부터 큰 질타를 받았다. 임대료 과다 인상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건설원가 부풀리기로 부영 입주민들이 제기한 소송만 200건이 넘는다. 부영그룹은 서민아파트 공급으로 재계 16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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