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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도성마을 아이들은 태생적 숙명을 극복할 수 있을까여수 도성마을 아이들은 쾌활하고 표정이 밝았다. 순수함이 전해지는 영락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빈집과 폐축사와 친해지는 법부터 배운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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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5  0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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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마을 입구 표지판.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아이들이 축사 악취와 1급 발암물질인 노후 석면 슬레이트, 주변 산업단지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건강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여수시, 교육청 등 관계 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비가 내린 지난 1일 도성마을 복지회관 2층에서는 10여명의 아이들이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빗물이 새는 천장을 보수하지 못해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자칫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도 우려됐다. 심지어 천장에서 버섯이 자라는 모습도 목격됐다. 빗물이 고인 바닥은 덮개로 덮어놨고 태극기는 빗물에 얼룩이 졌다.

   
▲ 도성복지회관 2층 모습. 천장에서 빗물이 새 곰팡이가 피고 심지어 버섯이 자라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도성복지회관 2층 모습. 아이들은 이곳에서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 (사진=마재일 기자)

복지회관 2층에서는 도성마을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으로 구성된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아이들이 임시방편으로 연습을 한다. 마을에는 아이들이 활동할 문화·교육시설이 전무해 복지회관에서 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이 지난해 복지회관을 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시에 제출했지만 리모델링 가능 연한인 20년이 안 됐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회관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공동체사무실과 오케스트라 연주홀, 연습실, 공부방 등을 만들 계획이었다. 특히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는 등 공동체 공간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마을 아이들은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상처 아닌 상처를 마음에 안고 살아간다. 좋은 추억만 가져도 모자랄 학창 시절은 평생 트라우마로 내재된다. ‘이 마을에 살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 멀쩡하게 살아계신 부모님을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아이, 친구를 마을에 데리고 오지 않는 아이’로.

   
▲ 도성마을 아이들. (사진=여수신문 박성태 기자)

이날 만난 아이들은 쾌활하고 표정이 밝았다. 다소 서툴고 투박한 표현 속에서도 순수함이 전해지는 영락없는 아이들이었다.

담양과 도성마을을 왔다 갔다 한다는 A(14)양은 “옷에서 냄새가 난다고 담양 친구들한테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담양에서는 밤에 별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별을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B(18)양은 “날씨가 흐리면 악취가 더 심해지고, 오래된 석면 슬레이트는 건강에 매우 안 좋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매일 마신다. 그리고 비염이 잘 낫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사 바로 앞에 사는 C(12)양은 “마을 앞 공단에서 갑자기 ‘펑’하고 사고가 나면 창문이 흔들리고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설에 마을에 화재가 나 소방차가 왔는데 도로 폭이 좁아 진입하지 못해 헬기까지 떴다”고 했다.

D(12)양은 “마을 옆에 있는 손양원목사기념관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그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밤에 공단에서 날아오는 연기와 가스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했다.

마을 아이들은 시내에 사는 또래 친구들이 몇 개씩 다니는 학원과 학습지 교육은 엄두도 못낸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나이지만 주변엔 온통 빈집과 폐축사 뿐이다.

   
▲ 도성마을 아이들. (사진=여수신문 박성태 기자)

E(11)군은 “주변에 빈집과 버려진 축사가 많아 놀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다”며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F(14)군도 “마을에 놀이공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 흔한 PC방도 없고 편의점도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시에 놀이터와 공부방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G(11)군은 “사람들은 우리 마을을 ‘환자마을’이라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마을에 가로등이 거의 없어 밤에는 어두컴컴해 무섭다”고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을 통해 꿈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여수 최초의 마을 자체 오케스트라인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FROM’이다. 2015년 3월 41명으로 창단한 오케스트라는 마을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이곳을 떠나는 가정이 늘면서 현재 30여명으로 줄었다. 여수모아치과병원과 개인 후원을 받고 있지만 오케스트라 운영은 주민들에게는 박찬 실정이다.

마을의 한 주민은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들이, 그리고 여수시가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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