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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
“고은을 빼자고? 그럼 미당은…?”교과서 적폐청산에 대한 논의를 촉구하며
젊은 기자들 8기 교육부  |  yspa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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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5  09: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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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 최영미의 〈괴물〉에서

아직은 모른다. 정말 고은이 성추행을 일삼아 온 사람인가는. 한쪽에서는 그렇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급기야 고은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모를 일!

만약 고은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런 시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되겠느냐는 논의가 일었다. 성추행 물의를 일으킨 고은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인지를 두고 평론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쪽에서는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고은의 교과서 퇴출을 반대하고, 한쪽에서는 “교과서는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는 장이기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인의 작품의 배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교과서 퇴출을 찬성한다. 이에 재해 교육부에서는 각 출판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 교육부가 취할 수 있는 입장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현재 문학 교과서에서 미래엔과 신사고 출판사에 각각 고은의 〈머슴 대길이〉가 실려 있고, 지학사 출판사에는 〈어떤 기쁨〉, 창비 출판사에는 〈선제리 아낙네들〉가 실려 있다. 그중에 〈선제리 아낙네들〉은 2011학년도에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하였다. 한번 수능에 나온 문인은 그의 작품을 좀 더 광범위하게 공부해야 하는 게 학교 현실이다.

   
▲시 또는 쓰레기.《친일, 청산되지 못한 미래》에서는 친일시를 ‘쓰레기’라고 불렀다. ⓒ문서희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켜 보자. 아직 성추행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시인들에 대한 논의에만 머물지 말고, 이미 그 죄악상이 드러난 친일 문인들의 작품이 대한민국 교과서에 아직도 버젓이 실리고 있는 현실로 눈길을 돌려보자는 것이다. 그중에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인물이 바로 미당 서정주다.

미당은 1942년을 시작으로 친일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이로 인해 2002년 2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자체 조사하여 발표한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자 1차 명단(708명)’에 포함되었다.

미당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에는 〈오장 마쓰이 송가〉가 있다. 이 시는 ‘자살 특공대’인 가미가제 특공대가 되어 전사한 조선청년의 죽음을 숭고한 애국행위로 찬양하며 일본군 입대를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이 시를 썼다. 자기만 살자고 조선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구국대원
구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 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 서정주의 〈오장 마쓰이 송가〉에서

그런데 미당의 작품이 교과서에 대거 실려 있고, 국가에서 출제를 책임지고 있는 수학능력시험에 두 번이나 출제되었다. 2001학년도〈귀촉도〉, 2004학년도〈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등이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었고, 문학 교과서에는〈추천사〉(지학사)와〈신선 재곤이〉(천재교육-김), 〈견우의 노래〉(천재교육-정) 등이 실려 있고, 국어 교과서에는 〈귀촉도〉가 실려 있다. 문학 교과서에서 미당이 드리운 그늘은 생각보다 크다.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는 나치협력자에 대한 처벌이 매우 단호했다. ⓒ남초은

잘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치 협력자에 대한 드골의 대숙청과 달리 이승만이 친일 민족반역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영국에서 망명정부 ‘자유프랑스’를 이끌던 드골은, 우리로 친다면 ‘백범 김구’와 같은 분이다. 그런데 드골은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었고, 우리 역사에서 김구는 암살되었다.

대신 등장한 이승만이 민족정기를 결딴냈다. 친일 민족반역자들은 이승만에 의해 고위직에 등용되어 해방 후 지배세력으로 군림하게 된 과정은 그대로 질곡이다. “나치협력자 방치는 국가에 악의 종기를 그대로 두는 것과 같다”는 프랑스의 분노는, ‘칠일협력자 방치’로 인한 ‘악의 종기’로 지금도 신음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유효하다.

그런 프랑스가 과거를 정리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기억에 바탕을 둔 진실과 정의’였다. 특히나 가혹했던 지식인에 대한 프랑스의 청산은 경이롭다. “지식인이라면 최소한 저항하지 못했다면 침묵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결연함이 묻어 있는 이 말에 전율이 느껴진다.

그런 프랑스이기에 지금도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에는 친나치 문인들의 작품은 가르치는 것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그들의 작품을 싣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연구 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교사와 학생.‘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국어를 배우는 학생’에게 같이 물었다. Ⓒ김지현, 남초은

우리는 같은 질문은 학생과 교사에게 해 보았다. 여수충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한별 학생과 여수여자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신장현 국어 선생님이다. 그분들은 같은 대답을 해 주셨다.

- 작품을 바라볼 때 작품 자체로만 봐야 할까요? 작가의 삶도 포함해야 할까요?
(학생)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삶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을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작품에는 작가의 어떤 삶이 표현되어 있는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어떤 삶을 보여 주려고 하는지 찾아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교사) “글이란 글쓴이의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통해 작가와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았으면 싶은, 아니면 느꼈으면 싶은 것들을 감성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작품이 작가를 그려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작품을 감상함에 작가의 삶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교과서에서 고은뿐만 아니라, 미당도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학생) “만약 고은의 범죄가 사실이라면, 그런 작품들은 읽는 것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작품이 아무리 좋다 한들 그런 작가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교재인데, 고은이건 미당이건 문제 인물의 작품은 모두 다 삭제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이 많은데 굳이 그들의 작품을 왜 공부해야 하나요?”

(교사) “작품은 작가의 소산물입니다. 작가와 작품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로 끊을 수 없습니다. 작품을 통해 얻는 감정의 정화가 독자들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모습이 각고의 고통을 수반한 진실한 모습이 아니라면? 가치관의 혼란은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문학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당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민들에게 묻다. 작품을 평가할 때 작가의 삶도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민들에게 물었다. Ⓒ강민주

시민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여수 해양공원에서 많은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작품을 평가할 때 작가의 삶도 포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77%), 그렇지 않다(23%)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미당과 고은 중 누가 더 나쁜가’에 대한 질문에 ‘미당이 더 나쁘다(45%), 고은이 더 나쁘다(49%), 둘 다 나쁘다(6%)’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교과서에서 그들을 퇴출하자는 데는 다들 동의하였다.

교과서에서 ‘고은을 가르친다는 것’은 ‘고은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고은처럼 살아도 된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만약’ 고은의 범죄가 사실이라면 “남녀평등? 그런 건 개나 줘!” 하며 은근히 충동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과서에서 ‘미당을 가르친다는 것’은 ‘미당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미당처럼 살아도 된다는 것’을 부추길 수도 있다.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친일매국’을 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책을 읽으면서 성장해 나가고 교과서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기본을 배운다. 그런데 미당이라니? ‘그런 미당’이 쓴 시 한 편을 다시 읽으면서, 교과서의 적폐청산 논의가 왜 시급한지 생각해 보자.

앞에서 보여 준 〈오장 마쓰이 송가〉가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찬탈한 일본제국주의에 바치는 헌시라면,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는 5․18로 정권을 찬탈한 군사반란자 전두환에게 바치는 송시다.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여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1995년 구속되어 1심에서 사형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97년 사면·복권은 되었지만 추징금 2,200억원은 아직 납부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전두환’을 위한 미당의 송시다.

처음으로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 서정주의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에서

   
▲한국인들. <젊은기자들 8기 문화부> 김지현, 강민주, 이보겸, 남초은, 문서희 기자 ⓒ 최민경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8기 문화부> 김지현, 강민주, 이보겸, 남초은, 문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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