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사회의 전남대 여수캠퍼스 특수교육학부 광주 이전 반대 움직임과 국회 교육위에서 학부 광주 이전 안건이 보류되자 학생들이 심각한 학습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공하원 학회장.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학 특수교육학부의 광주로의 이전 반대 움직임이 일면서 국회 교육위에서 해당 안건이 보류된 가운데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애먼 학생들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난 2006년 대학 통합으로 인한 통합양해각서 미이행에 따른 지역의 인구감소, 인재유출, 지역경제 손실 등 지역사회 피해에 대한 정부와 학교 측의 무성의가 부른 사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은 여수지역의 학부 광주 이전 반대 움직임에 반발해 지난 23일부터 여수·광주캠퍼스와 여수시청 앞, 국회의사당 앞 등에서 집회를 열고 학부의 광주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역발전 논리에 앞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여수시 항의 방문은 물론 이전 촉구 서명운동, 시험 거부까지 벌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여수캠퍼스에서 지역사회의 학부 광주 이전 반대 움직임에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특수교육학부 학생들 “학습권 침해 심각”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특수교육학부 공하원(3년) 학회장과 정재혁(3년) 부학회장은 “특수교육학부의 이전 문제는 캠퍼스의 공동화 현상이나 지역사회의 여론에 의해 좌우될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해결 방안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 회장은 “현재 여수캠퍼스와 광주캠퍼스로 이원화된 학사 운영으로 인해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며 “유아·초등·중등 특수교육전공으로 구성된 특수교육학부가 사범대학과 하나의 공간에서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회장은 “교차 수강을 하는 복수전공 학생들은 매주 2회 250km를 오가며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동시간과 강의시간을 포함하면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며 “이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체력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중등특수교육전공 학생들은 학부 내 다른 전공에 비해 임용 합격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셔틀버스가 오전, 오후 각 1대 씩 운영되고 있으나 배차와 제한 인원으로 인해 학생 사비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와 수업 선택에 제한을 받으면서 중도 이탈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공하원 학회장과 정재혁 부학회장. (사진=마재일 기자)

공 회장은 “여수와 광주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갖지 못해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캠퍼스는 사범대학이니까 광주캠퍼스에서 지원을 받으라고 하고, 광주캠퍼스는 특수교육학부는 여수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으니 여수캠퍼스에서 지원을 받으라고 한다”며 “어느 캠퍼스에서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타 사범대 학과와의 교류가 제한되고 사범대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공 회장은 또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인한 교수님들의 부재로 학생들은 전공학습에 필요한 지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며, 교수님들의 이동에 맞춰 시간표를 운영하다 보니 타 전공 학생들은 비정상적인 시간표가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특정 요일에 강의가 몰리거나 심지어는 야간에 강의가 편성되기도 한다고 했다. 학생 개인 상담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 개인의 심리‧정서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은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학교에 제기해 왔지만 교수님들은 광주캠퍼스의 사범대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해 오랜 기간 불편을 참아 왔다고 밝혔다.

공 회장은 “교육권을 지키는 교사를 꿈꾸는 사범대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 받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학교와 교수님들의 모습에 많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학생이 여수시청 앞에서 지역사회의 학부 광주 이전 반대 움직임에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학생들 분개…우리의 사연도 귀담아 달라”

전남대는 여수캠퍼스의 특수교육학부 이전과 관련 2020년부터 광주캠퍼스로 입학정원을 배치 받는 것에 합의하고 학부의 점진적인 이전과 오는 11월 완공 예정인 교육융합센터에 학부의 공간 배치를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하지만 여수지역 시민단체의 반대로 인해 특수교육학부 이전이 무산 될 위기에 처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의 특수교육학부를 광주로 이전하는 안건은 보류됐다. 전남대 정병석 총장은 지역민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센 만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한 뒤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학생들은 반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전남대 여수캠퍼스 사범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광주캠퍼스 입구에서 학부 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특수교육학부 학생회 제공)

공 회장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이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위상회복 추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여수갑 지역위, 여수참여연대,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최근 내건 현수막과 광주 이전 결사반대 공동성명을 접하고 경악했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들은 ‘특수교육학과 광주 이전이 웬 말이냐? 전남대학교는 여수교육 말살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여수캠퍼스와 여수시의회 인근에 내걸고 지난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도 했다.

정재혁 부학회장은 “학부 학생회와 학생들은 이런 갑작스럽고 비논리적인 상황에 분개하고 있으며, 우리의 입장을 표명하고자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미래 특수교사를 꿈꾸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사연도 귀담아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정 부학회장은 “학부가 이전하면 여수캠퍼스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희가 당연히 가져야 할 학습권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왜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지난 22일 전남대 여수캠퍼스 특수교육학부 광주 이전 반대 기자회견. (사진=독자 제공)

지역민들 “여수캠 중장기 활성화 방안 제시가 우선”

이처럼 특수교육학부의 이전 문제가 자칫 여수 지역사회와 학생들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면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전남대 측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는 통합 당시 약속했던 합의사항 이행 방안은 물론 여수캠퍼스의 중장기적인 활성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이전 반대 움직임은 학생들의 주장과 맞서고 있다.

지역민들은 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인재 유출로 인해 지역 교육환경이 붕괴되고 지역 경제마저 침체되는 상황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특히 특수교육학부는 여수캠퍼스에서 최고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이전 시 여수캠퍼스 위상과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남대가 지난 2005년 여수대와 ‘상호 대등한 통합’을 골자로 통합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사실상 ‘흡수 통합’을 진행했다는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전대 여수캠퍼스는 통합 이후 이미 11개 학과가 통폐합됐고 학생 수도 40% 가까이 줄었다.

지역민들은 통합 이후 통합양해각서 미이행에 대한 교육부와 전남대의 사과나 이행을 위한 정책 제시도 없는 상황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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