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고물 뿌리 뽑자 (상) 명절 때만 되면 도심 뒤덮는 정치인들 불법 현수막

명절이면 국회의원·시도의원·정당이 내건 불법 현수막 천지
자정 노력 필요…평택시의회, 명절 현수막 게시 자제 실행
정치인·정당에 현수막 과태료 부과한 적 없어 ‘형평성 어긋’
숙박·아파트 분양 등 불법 게릴라 현수막 난립…공해 수준
시, “시민 민원 폭주에 휴일에도 못 쉬고 철거”…행정 낭비

여수 도심을 불법 광고물이 뒤덮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전단 외에도 불법광고 차량까지 가세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을 노리고 횡단보도 입구 바닥에 부착하는 바닥광고, 사람을 동원해 현수막을 들고 있는 형태의 인간 현수막 등의 불법 광고물도 생겨나고 있다.

여수시가 수거 보상제 실시, 강력한 행정처분과 철거활동으로 불법 광고물을 근절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도심에 불법 현수막을 계속해서 내거는 이른바 ‘배짱 업체들’은 과태료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등 행정을 비웃기 일쑤다. 불법 전단이나 명함도 무작위로 배포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정치인들이 명절이면 경쟁적으로 내거는 불법 현수막도 무질서를 부추기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불법 광고물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점과 불법 광고물 근절 대책을 모색해본다.

▲ 올 설 명절을 맞아 여수지역 주요 도로 곳곳에 정치인과 정당, 단체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설·추석 명절이면 도심이나 농어촌 지역 가릴 것 없이 지역 곳곳에 게시된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내걸린 현수막 때문에 시민 불편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 다퉈 경쟁을 벌이듯 붙여 놓고 철거 할 때는 ‘나 몰라라’ 하면서 공무원들이 휴일에도 출근해 현수막을 철거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자신의 홍보를 위해 불법으로 내건 정치인의 현수막 제거에 결국 혈세가 투입되고 행정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현수막은 지정된 게시대에 걸어야 하지만 정작 법을 준수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불법을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명절 때마다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근절 대책 마련이 요구되지만 여수시는 손을 놓고 있다.

이러는 사이 여수시는 평소에도 숙박시설·아파트 분양 광고 등 각양각색의 불법 현수막들이 온 도시를 도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현수막까지 가세하면서 불법 광고물 천국이 되고 있다.

설 연휴에 들어가는 지난 1일경부터 이른 바 명당으로 꼽히는 주요 사거리와 도로에는 이용주·주승용·최도자 국회의원, 도·시의원, 정당, 조합장 후보, 각종 단체들이 내건 명절 인사 현수막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여기에다 최근 화태~백야 구간 연도교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 받은 걸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현수막도 부지기수다. 일부 정치인들은 큼직한 자신의 얼굴 사진까지 넣었다. 이 불법 현수막들은 설 연휴가 끝나고도 며칠은 더 걸려 있었다. 현재까지도 유력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 올 설 명절을 맞아 여수지역 주요 도로 곳곳에 정치인과 정당, 단체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단체가 지정한 현수막 거치대 이외에 설치된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다만, 선거운동기간 후보자들 공약, 정당의 특별한 행사, 안전사고 예방·교통 안내 등 공익성·긴급성 게시물은 일정 기간 게첩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명절 기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의 문구를 달아 거리에 내거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마구잡이로 내걸린 현수막은 미관도 문제지만 교통안전과 보행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인파와 차량 통행이 잦은 교통 요지에 걸려 있어 운전자들의 시야를 빼앗기 때문에 위험천만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여수시 서교로터리 횡단보도 앞 전봇대와 신호등 사이에 걸린 현수막이 바람에 못 이겨 신호등과 함께 넘어지면서 횡단보도를 덮쳤다. 다행히 지나가는 보행자나 차량이 없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이 현수막은 당시 국민의당에서 내건 현수막이었다.

시민들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도·시의원들이 불법에 앞장서고 있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치인이 내건 현수막은 특권 의식의 산물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설 연휴기간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시민 서모씨는 “명절 때만 되면 무질서하게 내건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도시를 도배하고 있다. 시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름만 알리려는 것은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도·시의원들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올 설 명절을 맞아 여수지역 주요 도로 곳곳에 정치인과 정당, 단체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시민 최모씨는 “관공서나 정치인, 정당들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도심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는데도 단속을 느슨하게 하는 것 같다. 일부 현수막은 수 주일간 걸려 있더라. 이건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힘 있는 사람과 단체는 불법을 저질러도 눈감아줘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단속권한이 있는 여수시가 근본적인 근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서 행정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주말이면 업체들이 게릴라식으로 대량 게첨해 도시미관을 크게 훼손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정당 등에 게시대 외에 현수막 게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질서하게 내걸린 불법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폭주한다. 직원들이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에 대해 여수시의 적극적인 단속은 사실상 어려워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 단속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마련해야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난처한 듯 말을 아꼈다. 불법인 것은 알지만 단속할 경우 정치인들의 항의(?)를 받을 수 있어 현실적인 부담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수시가 불법 현수막을 내건 정치인이나 정당 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없어 똑같이 불법을 저지르는데도 일반인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치인과 정당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불법 현수막을 대량으로 내건 업체들은 과태료도 납부하지 않는 등 행정을 무시하고 있어 처벌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불법인 것은 알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같은 지역구의 다른 의원이 현수막을 내걸면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욕 먹는 것은 잠시지만 충분한(?) 효과는 거두기 때문에 계속 걸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30일 여수 웅천에 내걸린 불법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평택시의회는 올 설 명절 연휴기간 동안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 조성을 위해 새해 인사 등 인사말이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실행했다. 불법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 우려 등 정치인 현수막이 특권 의식의 산물이란 비난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7년 인천시 남동구는 추석 때 정치인들의 명절 현수막을 불법 광고로 규정, 5800만 원이 넘는 과태료를 물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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