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단체, “국가의 무법과 위법, 불법으로 당한 억울한 죽음”
여순사건 희생자 첫 재심 주목…대법, 21일 오후 2시 최종 결론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불법 체포돼 구체적인 범죄 증명도 없이 유죄 판결을 받아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첫 재심재판 개시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오는 21일 오후 2시 장 씨 등 3명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시민단체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의 신속한 재심 개시 결정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여순사건유족협의회는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명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을 선고할 예정”이라며 “이들 희생자는 계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인에 대한 3심 제도를 무시하고 군법을 적용해 사형이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희생자들은 1948년 11월 14일 형법 제77조(내란), 포고령 제2호 위반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용된 계엄법은 정작 사형이 집행된 1년 후인 1949년 11월 24일에야 제정됐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광주호남계엄지구사령부 호남지구고등군법회의가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적용한 법조문은 무법이며, 민간인 신분임에도 군인에게 적용되는 군형법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무법과 위법, 불법으로 죽임을 당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은 “이번 대법원의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 선고는 향후 진행될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대우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면서 “늦었지만 대법원이 신속한 재심 개시결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에 적극 나서기를 강력 촉구한다”고 말했다.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촬영일 1948. 10.

장 씨 등은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순천에 거주하던 민간인으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돼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숨졌으며, 지난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들이 불법적으로 사살됐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들이 이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자 1심과 2심은 장 씨 등이 영장 없이 체포·구속됐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이 1·2심의 결정을 유지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첫 재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한편, 여순사건 유족협의회는 오는 20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유족회는 특별법이 20대 국회 내에 제정될 수 있도록, 조속한 심의와 국회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한편, 특별법 제정 촉구 호소문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여수·순천·광양·구례·보성 등 전남동부 지역민 1만1311명(1949년 전남도 집계)이 희생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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