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연·유족협의회, “순천지청, 항고 즉각 포기해야”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촬영일 1948. 10.

대법원이 21일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불법 체포돼 구체적인 범죄 증명도 없이 유죄 판결을 받아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재심 재판 개시를 결정하자 유족과 지역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여순사건유족협의회는 이날 ‘여순사건 관련 대법원 재심 인용 결정 환영’ 논평을 내고 “대법원의 신속한 재심 개시 결정과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에 동참한 것을 적극 환영하며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항고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번 대법원 결정은 제주4.3사건에 이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대한 선고이며, 향후 진행될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고이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순천지청은 제주4.3사건의 제주검찰청의 사례처럼 여순사건 또한 즉시 ‘항고 포기’를 발표해 시대의 흐름이며 ‘역사 바로세우기’ 대열에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 지난 2018년 10월 19일 열린 ‘여순사건 70주기 합동추념식’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분향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전남도의회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강정희)도 이날 대법원의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청구대상’ 검찰 재항고 기각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정희 도의회 여순특위 위원장은 “국가는 법치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3심 제도마저 이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무법과 위법, 불법에 의해 죽임을 당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위 위원장은 “여순사건 관련 유적지를 방문해 당시 얘기를 들어보니 많은 희생자가 단심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됐다는 증언을 많이 들었다”며 “하루빨리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1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내란 및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장 모씨 등 3명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경이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에 대한 체포·감금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알수 있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며 “원심의 재심개시 결정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 지난 2018년 10월 19일 ‘여순사건 70주기 합동추념식’. (사진=마재일 기자)

장 씨 등은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순천에 거주하던 민간인으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돼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숨졌으며, 지난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들이 불법적으로 사살됐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이날 “적법한 절차없이 체포·감금됐다”며 재심 개시를 최종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재심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여수·순천·광양·구례·보성 등 전남동부 지역민 1만1311명(1949년 전남도 집계)이 희생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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