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꿈이 뭐니?"

어린아이라면 지겹도록 받는 질문이다.
우리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를 만나더라도 당연하게 묻는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너의 꿈이 무엇인지.

그런데 그 질문을 받은 아이가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대답을 하면 어른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아이라면 반드시 그럴듯한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어찌 보면 아이가 꿈을 간직하는 것과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은 이렇게 사람만이 꾸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꿈을 꾸어야 한다.

나는 묻고 싶다. 여수의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수가 10년, 20년 이후에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꿈은 무엇인지.
여수가 지난 10여년 동안 엑스포 하나에 온 정신이 팔려있을 때, 충남 당진군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2004년 초에 현대제철이 11명의 직원을 파견해 이곳에 일관제철소 건설 준비를 할 당시만 해도 충남 당진군 송산면 해안가는 갯벌과 양식장만 있던 쓸쓸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흐른 올해 4월, 이곳 작은 군에는 현대제철을 필두로 830여개의 신규기업이 모여들었고, 협력업체와 건설 인력까지 합하면 약 17만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됐다.

지금도 충남 당진군은 매년 5천명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여세를 몰아 2015년엔 ‘제2의 울산’을 꿈꾸며 이 작은 마을(?)이 거대 도시로 거듭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 기업이 몰려들고, 사람이 몰려들자 돈이 아랫목, 윗목 할 것 없이 지역전체에 원활하게 돌기 시작했다.

도시는 전에 없던 일거리와 업종이 생겨났고, 상가는 상가대로, 개인사업자는 개인사업자대로 호황을 누리면서 전용면적 85㎡(옛 32평) 아파트 가격이 어지간한 대도시보다 비싼 3억원에 거래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경기가 이렇게 호황을 맞이하다 보니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수강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영어학원 '원더랜드'가 지난 1월 당진읍에 문을 열었다. 지금 이 학원은 월 58만원의 고액 수강료를 내고도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10년 전, 950개에 불과하던 음식점이 작년 말 2,901개로 급증했고, 8,332세대에 불과하던 아파트는 2만 4621세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방세도 272억 원에서 지난해 803억원으로 급증했다.
여수시민이 엑스포를 유치하면서 꿈꿔왔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엑스포로 인해 여수에 2조원이 넘는 돈이 풀리고, 생산유발효과만 12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도시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인구도 늘어나고, 그래서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을 시민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30만 시민이 그토록 갈망해 왔던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습이다. 역으로 이제는 시민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박람회 자체를 걱정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소중한 건 잃어버려야 그 가치를 실감한다. 그 좋은 시기 다 놓쳐버리고 지금은 입 달린 사람이라면 여기나 저기나 입만 바쁘고, 마음만 바쁜 모습들이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박람회가 아니라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박람회 시설이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 도시가 선진 도시가 되는 것인가? 그 시설들을 디딤돌로 여수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 그 준비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입으로만 얘기하지 말라는 얘기다. 시민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끔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얘기다. 사회는 훌륭한 인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한 사람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훌륭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도, 악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 시민의 몫이다. 사회가 악해져 있다면 악한 인물에 대해 공감이 클 것이고, 사회가 건전하고 깨끗하다면 그런 사람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오늘도 정치꾼들의 「말잔치」에 귀가 아프고 멀미가 날 지경이다.

오늘도 철없는 사람이 꽃철에 철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말잔치가 아닌 행동하는 여수시가 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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