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 27일 영취산 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결의안 부결
주종섭 의원, 345㎸ 고압 송전탑선로 ‘시민 건강·재산권’ 침해

▲ 여수시 영취산.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동부매일DB)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한 곳인 여수시 영취산에 고압 송전로 건설을 막기 위한 결의안이 부결되면서 고압 송전탑이 건립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수시의회는 27일 제19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주종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취산 고압 송전선로 사업 반대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의원 25명 가운데 기권 7명, 반대 7명, 찬성 11명으로 최종 부결했다.

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에 찬성한 의원은 서완석·문갑태·정경철·민덕희·고용진·이미경·김승호·나현수·전창곤·김행기·백인숙 의원이다. 반대한 의원은 송재향·박성미·정광지·강재헌·김종길·이찬기·송하진 의원이다. 정현주·주재현·고희권·주종섭·강현태·김영규·이선효 의원은 기권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호남화력 1, 2호기의 폐지 결정에 따라 여수산단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2017년부터 345㎸ 규모의 광양 복합 화력발전소-신여수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중이다. 고압 송전탑은 24기가 들어서며 2021년 완공할 예정이다. 해저·지중구간을 제외한 선로 길이는 10.8㎞로, 송전선로는 여수시 월내동, 상암동, 적량동, 중흥동 등 주로 영취산을 관통한다.

주종섭 의원은 이날 “여수국가산단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그 필요성은 동의한다”면서도 “시민의 건강권, 생명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345㎸ 고압 송전탑 선로 건설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특히 “국가 시책이라 할지라도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한전이 여수시를 거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낼 때 의견 회신 기한보다 늦게 보내거나 공문에 번호조차 없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여수시도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산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2017년 12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신청에 따른 협의내용 및 의견청취 결과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송전선로가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과 토지소유자들의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공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여수시 영취산.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동부매일DB)

하지만 이날 일부 의원들은 국가적 사업에 여수시의회가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이번에 보류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다음 회기에 논의하자는 견해를 발표하면서 표 대결로 이어졌다.

강재헌 의원은 “여수화력~광양변전소까지는 송전선로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다 시의회가 반대한다고 국가사업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상 계획까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여수산단 가동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건 발의에 서명했던 송재향 의원은 “시의회 여수산단 특위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번 회기가 아닌, 다음 회기에 채택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주종섭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제189회 정례회에서도 시정 질문을 통해 영취산 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주 의원은 “한전이 고압 송전선로 방식을 처음에 해상관통선로 방식으로 검토했다가 계획을 지중화 방식으로 전면 수정했지만, 결국 철탑 중심선로로 최종 변경해 산업부에 사업 신청을 했다”면서 “공사 예정지 주변 주민들의 의견 청취 과정과 관련 공문 송달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문이 제때 주민들에게 도착하지도 않았고, 해당 공문서 또한 공고번호와 일자가 누락돼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힘든 수준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해당 지역 주민들과 여수시 소관 부서에서도 영취산 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를 한국전력공사에서 무시해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송전탑 건설 반대 의원들은 국내 대표적인 진달래꽃 군락지인 여수의 유서 깊은 명산 ‘영취산’을 보존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오봉 여수시장은 “공고 일자 누락은 착오였으며, 2017년 11월 13일 재공고를 냈다”고 해명했다. 권 시장은 이어 “시도 지중화를 원하지만 지하매설물이 많아 선로확보가 매우 어렵다. 기술적으로 90개월이 걸리는데 2021년 호남화력 2개가 전력생산을 중단하면 산단이나 여수지역에 전력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도저히 공기를 맞출 수 없어 영취산을 경유하는 선로로 고압 송전선을 건설하자는 쪽으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 여수시 영취산. (드론사진=심선오 기자. 동부매일DB)

한편, 주 의원에 따르면 영취산(해발 510m)은 신라 말 견훤과 함께 후백제를 세우고 순천김씨의 시조로 성황신이 된 김총 장군의 활동무대였다. 고려 말 공은 선생이 의로운 불사이군의 결기를 지켰으며, 후학양성에도 크게 공헌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치고 경술국치 때까지 남해안을 지키는 수군역할을 했던 흥국사 의승수군이 활동을 했던 곳이다. 흥국사는 호국불교의 본고장으로 여수 사람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고 많은 문화재와 보물을 간직한 사찰이다. 아울러 정상 인근 도솔암 금성단은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다.

영취산에서는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진달래 축제가 매년 열리며 약 20만 명이 찾는다. 가을에는 수천만 송이의 상사화가 자생하며, 개구리 바위, 구렁이 바위, 동자승 바위 등 숱한 사연을 담은 기암괴석들이 있다. 영취산 정상 부근에는 높이 10m의 폭포가 있고 길이 6m의 석굴이 광양만과 백운산, 지리산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 의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정신계승을 위해 재조명의 가치가 산재한 보물창고의 원형보존이 절실한 지역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