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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먼지 ‘석면’ 수십 년 마셔도 여수시는 건강·환경영향조사 ‘모르쇠’여수시가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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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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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어 폐축사로 둘러싸인 마을 공터에서 놀고 있는 도성마을 아이들. (사진=여수신문 박성태 기자)

석면안전관리법에 안전관리 시책 수립·시행 명시
여수시, 비산 가능성·위해성 유무 조사한 적 없어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간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되면서 생활 불편과 건강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여수시 등 관계기관이 석면 피해 전수조사는 물론 건강·환경영향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수시는 석면 철거 계획 수립이나 주민 건강 피해 우려 해소 등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관련기사 : 여수 도성마을 ‘1급 발암물질’ 석면 노출 수십 년…손 놓고 있는 여수시>

석면안전관리법 제3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석면으로 인한 환경과 국민건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석면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석면안전관리법 제25조 ‘슬레이트 시설물 등에 대한 석면조사’ 1·2항과 시행규칙 제35조는 슬레이트가 사용된 시설물에 대해 환경부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슬레이트 사용 실태 및 노후화 정도 △슬레이트 석면의 비산 가능성 △해당 지역의 공기·토양·물의 석면 농도 현황 △거주자 또는 지역 주민의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 유무 △그 밖에 슬레이트 석면의 위해성 조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파손돼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모습. 폐축사 바로 옆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이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하지만 여수시는 2011년 4월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실태조사 외에는 도성마을 주민 건강과 주변 환경영향을 조사한 적이 없다. 결국 여수시가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에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사유 재산인 슬레이트 지붕 건물에 대해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없고, 현행법상 축사 석면 슬레이트 철거 작업에 따른 막대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당장의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주거용 건축물에 대해서는 국비보조사업으로 철거를 추진하고 있지만 축사나 공장과 같은 건축물은 국비 철거비 지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시장님 지시에 따라 올해 도성마을 주택에 대해 석면 슬레이트 조사를 실시했으며, 희망 가구에 한해 석면 슬레이트를 철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도성마을 석면 슬레이트 주택 철거 대상은 1가구다.

한센인 마을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위해서 보건복지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센인 정착촌 나주 호혜원의 사례를 참고해 전남도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수시나 정부, 정치권이 미적거리는 사이 주민들은 ‘죽음의 먼지’를 마시며 ‘침묵의 살인자’에게 건강을 맡기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모습. 회색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드론=심선오 기자)

석면 위험 지역 근처에 살아도 피해 발생 위험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은 주로 노출원에서 일한 직업력이 없어도 인근에 살던 주민들에서도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석면광산이나 공장, 조선소 등 석면 위험 지역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석면의 노출원에서 최소 2㎞ 안에는 위험지역이라고 보고 영향조사도 이에 근거한다.

실제 석면방직공장인 부산 제일화학 반경 2㎞ 내에서 석면피해 인정자가 가장 많았다. 석면폐증 2급인 한 부부는 제일화학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제일화학 근무자들을 상대했고, 또 다른 부부는 제일화학 정문 앞 2층 주택에 살았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제일화학 옆 다른 사업장에서 경비일을 했는데 석면폐증 2급 진단을 받았다.

석면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계기도 이곳 제일화학에서 1976~78년 일했던 원점순씨가 퇴사 26년 뒤 악성중피종(흉막·복막에 발생하는 암)으로 숨지면서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모습. 회색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드론=심선오 기자)

폐축사 등 석면 철거 노력·건강영향조사 실시 지자체 늘어

석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슬레이트 빈집은 물론 폐축사에 대한 철거 노력, 인근 지역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40년이 넘은 대한방직 전주공장 건물 지붕의 대규모 석면이 방치되면서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전남대 석면환경센터에 공장 주변 석면슬레이트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다. 지붕, 천장, 외벽 등 석면 면적은 8만5684㎡이다.

김제시는 새만금지역 수질 개선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낡고 훼손된 상태로 방치된 농촌 지역의 휴폐업 축사 철거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제시는 올해 4억5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제시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총 6억 3000만 원을 투입해 7100㎡의 축사를 철거한 바 있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슬레이트.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슬레이트. (사진=마재일 기자)

충남도는 올해 석면 피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석면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충남방적 예산공장 인근 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한 만 50세 이상 주민과 청양군 비봉면, 홍성군 결성면 등 폐석면 광산에 10년 이상 거주한 주민 1200여 명이다. 이에 따라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와 흉부 X선 촬영 등을 진행하고 의심자에 대해서는 2·3차 정밀 검진을 실시하게 된다.

창원시도 지난해 7월부터 대형 조선소와 수리조선소, 석면 공장 등이 가동됐거나 현재 운영 중인 진해구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피해 의심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했다. 부산시와 경북 영주시 등도 2012년부터 과거 석면 공장이나 석면 광산 인근 지역, 노후 슬레이트 밀집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했다.

경남도도 최근 석면을 생산하는 공장이나 관련된 제품을 다루는 지역의 노동자는 물론 인근 주민에 대해 건강영향조사 및 평가, 석면 피해에 대한 구제제도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남에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과거 석면공장 등 노출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적 석면노출 석면 건강영향조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거제·창원·양산·김해지역 2150명 대상자 중 949명이 참여해, 19명이 석면피해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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