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간 악취·석면·매연·분진에 고통 ‘방치’
최무경 의원 “마을 환경대책·주민 질병조사 시급”
전남도 “국비 지원 등 여수시와 개선 대책 강구”

▲ 축사와 주택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한센인 정착마을인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째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 받고 있지만 여수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은 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강제적으로 격리돼 차별과 냉대를 받아야 했던 야만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행정·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국제해양관광도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최무경(더불어민주당·여수4) 의원은 지난 5일 도정질문을 통해 “도성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째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와 악취, 산업단지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전남도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도성마을 주민들은 가축 분뇨 악취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이며, 사계절 내내 마음대로 창문을 열지 못한다. 축사 대부분은 1970년대에 지어진 개방형으로 악취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99년 설치된 개방형 가축분뇨공동처리시설이 있지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분뇨가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최 의원은 “도성마을 옆에 있는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은 많은 성지순례자들이 찾고 있는데 악취로 인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돌아가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주변 환경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여수시는 지난 2012년 율촌면 신풍리 애양원 일원 8만4580㎡와 둔덕동 순교지 2000㎡ 일원에 총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기념공원과 순교기념관, 손양원목사 3부자 묘, 순교지 공원 등 손양원목사 유적공원과 둔덕동 순교지 공원을 조성한 바 있다.

▲ 도성마을과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 및 유적공원. (드론=심선오 기자)

최 의원은 특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슬레이트가 빈집과 폐축사로 수십 년간 방치돼 있어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도성마을은 정말 불명예스럽다. 마을의 석면 슬레이트가 11만3763㎡나 되는데, 이 정도의 양이면 석면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회가 석면조사 전문기관인 산업보건환경연구소(주)에 의뢰해 실시한 도성마을의 축사와 빈집, 창고 등의 석면 슬레이트 조사 결과 11만3763㎡(3만4413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석면 조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1월 12일까지 16일간 지붕과 벽체 등이 석면 슬레이트로 돼 있는 축사와 빈집 781동(지번 수 248개)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몸속에 쌓이면 현재로선 별다른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지극히 위험하다. 석면 가루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사람의 코나 기관지 방어막에 걸리지 않고 폐로 들어간다. 폐 안으로 들어간 석면은 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고 길게는 15~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최 의원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부터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석면 슬레이트를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 지난해 8월 도성마을을 방문한 최무경 의원. (사진=마재일 기자)
   
▲ 도성마을의 방치된 폐축사. (사진=마재일 기자)

최 의원은 또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1.9㎞ 떨어진 산업단지에서 날아오는 매연과 분진 등 오염물질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두통과 목이 아프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과거 광양만권 산업단지 주변 주거지역 대기오염물질 조사를 할 당시 산단과 가장 가까운 도성마을은 빠지고 더 먼 거리에 있는 여수시 주삼동·해산동·묘도동, 광양시 태인동·금오동 지역은 대기환경조사가 이뤄졌다. 누구 하나 도성마을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그는 마을 주변의 이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추정되는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주민 가운데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주민들의 걱정과 한숨, 탄식이 이제는 무뎌져만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 대한 질병조사와 건강진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도성마을의 방치된 폐축사. (사진=마재일 기자)

최 의원은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직원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라고 말했다는데, 과연 누가 이곳을 ‘생명의 땅 으뜸 전남’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이제는 가슴 아픈 삶을 살아온 도성마을 주민들을 위해 전남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지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숨죽이며 살아왔는데, 1세대가 받았던 천대와 차별이 2세, 3세까지 대물림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최 의원은 “김영록 도지사가 한 많고 설움 많은 한센인들이 부디 여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악취 저감을 위해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시설을 조속히 준공하고 석면 슬레이트 처리에 대해서는 축사, 창고도 국비지원이 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적극 건의하는 등 여수시와 개선 대책을 강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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