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구암·신흥마을 등 산단 인근 주민들 대기오염 조작 처음으로 ‘규탄’ 집회
주변 신풍·소라·해지·송도·삼일·묘도·주삼 주민들도 일제히 현수막 내걸고 ‘규탄’

▲ 여수산단 주변의 신풍리 도성·구암·신흥·덕산마을 주민들이 지난 24일 LG화학 여수공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일부 기업과 측정대행업체가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해 불법 배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조작 업체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산단 인근 마을 주민들의 분노와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분진과 악취 등의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살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산단 인근의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구암·신흥·덕산마을 주민들이 적발된 기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처음으로 여는 등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검은색 X표시를 한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4개 마을 주민 30여 명은 지난 24일 LG화학과 여수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적발된 기업의 총수들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보상,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 여수산단 주변의 신풍리 도성·구암·신흥·덕산마을 주민들이 지난 24일 여수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은 산단의 분진과 악취, 소음 등으로 고통이 심각한 상황에서 배출 농도를 조작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주민을 대상으로 위해성 및 건강 영향조사를 당장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대기업이 천문학적 수익을 내면서도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조작한 데 분통을 터뜨렸다. 한화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000억 원, LG화학 여수공장은 7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집회에 참여한 도성마을의 한 주민은 “여수산단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주민들이 갑상선암·폐암 등으로 사망하거나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주민들이 참고만 살았는데, 산단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피해 받는 주민들은 생각도 않는 것을 보면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주민들이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산단 주변의 소라면주민자치위원회가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이 산단 소음·분진·매연 등으로 밤잠을 설치는 등 환경문제로 인한 고통을 수십 년 겪고 있는데 여수시, 전남도 등 행정당국과 산단 기업들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울분을 삭였다.

특히 산단과 직선거리로 1.9km 거리에 불과한 도성마을 주민들은 산단에서 날아오는 매연과 분진, 악취와 소음 등으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두통과 목이 아프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등 생활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수십 년간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되면서 건강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회가 최근 석면조사 전문기관인 산업보건환경연구소(주)에 의뢰해 실시한 도성마을의 축사와 빈집, 창고 등의 석면 슬레이트 조사 결과 11만3763㎡(3만4413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암1·2구, 신흥, 덕산마을 역시 산단에서 날아오는 분진 등의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 마을 위치.
   
▲ 여수산단 주변 해산동 해지마을 주민들이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율촌면 여동리 송도이주대책위가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전남도의회 최무경 의원은 지난 5일 도정질문을 통해 “도성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째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와 악취, 산업단지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전남도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과거 광양만권 산업단지 주변 주거지역 대기오염물질 조사를 할 당시 산단과 가장 가까운 도성마을은 빠지고 더 먼 거리에 있는 여수시 주삼동·해산동·묘도동, 광양시 태인동·금오동 지역은 대기환경조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도성·구암·신흥·덕산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산단 주변의 신풍·소라·해지·송도·삼일·묘도·주삼동 주민들도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산단 주변에 기업들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붙이는 등 집단행동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여파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환경부 조사결과 여수국가산단 내 적발된 오염물질 배출사업장과 측정대행업체는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8843건은 실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측정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4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 여수산단 주변의 소라면 대포마을 주민들이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주민들이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산단 주변의 삼일·주삼·묘도 주민들이 산단 주변에 내건 규탄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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