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선 불공정을 이유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권오봉 시장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당 대표까지 나서 복당은 절대 없다던 민주당은 우습게 됐다.

여수 갑·을지역위 반대에도 26일 최고위 의결

경선 규정을 문제 삼아 탈당해 무소속으로 여수시장에 당선된 권오봉 시장이 1년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민주당은 26일 제96차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원자격심사위에서 복당 허용이 결정된 권오봉 여수시장과 정현복 광양시장에 대한 복당을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락에 관계없이 복당은 없다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일부 당원들의 반발과 당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권오봉 여수시장이 지난 24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여순사건 지역민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청 제공)

권오봉 시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여수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뒤쳐지자 민주당이 정한 후보 경선 규정이 불공정하다며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권 시장은 선거 당시 “당락과 관계없이 복당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이후 민주당 복당 신청을 했으나 지금껏 결정이 보류돼 왔다.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던 복당은 순탄치 않았다. 권 시장의 복당 신청에 대해 민주당 여수갑·을지역위원회는 지난 23일 긴급 운영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권 시장의 복당을 불허해 달라며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건의서를 보냈다.

갑·을지역위는 건의서에서 “권 시장이, 민주당이 다수인 여수시의회나 당원들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일방 통행식 불통정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중앙당이 갑을 지역위원회에 권 시장의 복당관련 의견을 물었을 때, 지난 4월 운영위원회에서 절대 다수가 반대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는 권 시장의 복당을 승인했다.

이로써 권 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편해진 갑·을지역위와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일부 민주당 소속 여수시의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오봉 시장은 지난 24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여순사건 조례안 재의 요구 철회 기자회견을 하면서 복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다시 당적을 갖게 되면 그동안 여러 불편 최소화와 시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민주당 중앙당 및 전남도당, 여수 갑·을지역위가 지방선거 기간인 지난해 6월 7일 여수시청 현관 앞에서 당락에 관계없이 무소속 권오봉 여수시장 후보의 복당 절대 불가를 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료사진=동부매일신문)

추미애 당 대표 “절대 입당 NO” 결국 거짓말한 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권 시장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민주당 중앙당 및 전남도당, 여수 갑을지역위는 6월 7일 여수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락에 관계없이 무소속 권오봉 시장 후보의 복당 절대 불가를 천명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근거한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경선을 실시했다”며 “짧은 몇 달 만에 입당과 탈당을 거듭한 권오봉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민주당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이 촛불혁명으로 세워준 국민의 명령을 받은 정당이며, 탈당한 무소속 후보 한 명이 자기 마음대로 복당을 결정할 수 있는 허약한 정당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이당저당을 기웃거리다가 뒤늦게 민주당에 입당한 사람이 겸손히 신의를 지키기는커녕 입당신청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탈당하더니 무슨 염치로 또다시 복당을 입에 담냐”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행정을 잘 알기 때문에 여수시장이 되겠다는 후보가 철새처럼 입당, 탈당, 복당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2300여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도 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6월 8일 여수를 찾아 권세도 후보 지지유세에서 “무소속 후보(권오봉)가 당선될 수 없고, 당선되더라도 앞으로 절대 입당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추 대표는 “민주당은 가짜가 섞일 수 있는 허술한 당이 아니다”며 “확고한 정체성과 민심을 받들 줄 알고, 일에 매진하는 시민이 인정해 뽑힌 인물들이 모인 당”이라고 했다.

전날 권세도 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복당한다고 하는데 입당까지 해서 경선직전에 탈당한 사람을 당에서 받아줄리 만무하다”며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침했다.

▲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해 6월 8일 여수를 방문해 권세도 후보 등 여수지역 당 후보들 의 지지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18일 권세도 시장 예비후보 캠프를 방문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당선돼 재입당한다는 것은 당의 혼란을 키우게 되고, 이는 정치적 후진국임을 자임하는 꼴”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은 원칙을 지키는 공당으로, 당을 뛰쳐 나갔다가 다시 입당하려는 인사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권 시장은 지난해 6월 7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경선은 경선 불공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바보처럼 경선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이는 시민의 선택을 정당이 가로막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당헌당규를 보면 1년 안에 복당을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복당 여부는 당이 결정하겠지만 자신은 시민을 위해 무조건 복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오봉 시장이 이번에 복당하면서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의 이 같은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 여수갑·을지역위원회가 지난 23일 권 시장의 복당을 불허해 달라며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보낸 건의서 일부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건의서를 보면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가 내년 총선 승리를 감안해 복당을 허용했다는데, 권 시장의 시민 지지도는 바닥이며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들의 지지율도 최악인 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여론조사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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