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청년몰, 몰락인가 부활인가 (상)] 개장 수개월 만에 몰락 위기에 처한 여수 청년몰 음식 점포들의 부활을 위한 방송 출연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주목된다.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건물. (사진=여수시청 제공)

“이런 거 방송 나가도 돼요?”…위생·청결 관리 엉망

SBS 예능 프로 ‘골목식당’에 소개된 여수 청년몰 ‘꿈뜨락’의 위생·청결 실태에 백종원이 분노했다. 분노한 것은 백종원 뿐만이 아니다. 시청자들도 분노했다. 여수시민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프로젝트 세 번째 지역인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편이 첫 방송됐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이 9개월째 운영 중이지만 개장 4개월 만에 폐업이 속출하고 지금은 일 매출이 0원인 식당들도 있을 정도다. 사실상 현재까지는 실패한 청년몰로 인식되고 있다.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각 점포들의 위생·청결 상태를 기습적으로 점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골목식당에 출연중인 정인선이 “이런 거 방송 나가도 돼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위생에 큰 문제점을 드러냈고, 사장들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타코야끼 집은 냉장고 안에서도 먼지가 보였고, 꼬치집은 기본적인 식자재 관리 개념이 부족했다.

꼬치집은 위생 상태부터 재료 관리까지 엉망이었다. 백종원은 촬영에 대비해 겉핥기식 청소를 한 것을 눈치 채고 꼼꼼하게 주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매일 비우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닭꼬치는 뚜껑 없이 뭉쳐져 보관돼 있었다. 백종원은 “정말 가게 관리를 안 하시는 분”이라며 최악의 주방 위생 상태에 분노했다. 특히 보관된 닭꼬치를 본 뒤 “손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기본도 돼 있지 않다”며 경악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사진=SBS)

‘수제 꼬치’라고 했지만 원재료 및 소스 등 모든 재료가 기성품이었다. 백종원은 “기성품을 쓰려면 관리라도 잘 했어야했다. 시설물 관리도 엉망이고 촬영팀 온다고 우리를 속이려고 들었다. 이런 집 출연 시키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백종원은 청결을 지적하면서 “장사가 안 되는 집이 이 정도로 더러우면 며칠간 청소를 안 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수제 꼬치’라고 했지만 사용하는 재료들과 소스들은 모두 기성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백종원을 분노케 했다. 이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8.5%(수도권 기준)로 ‘최고의 1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백종원은 버거집에 대해 “버거는 완성도가 높지만, 여수까지 내려와서 먹을 만큼 특색 있지는 않다”고 했다. 타코야끼집은 겉보기에는 깨끗했지만 구석구석 점검할수록 위생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히 플라스틱 그릇에 드릴로 반죽을 섞어 “스테인리스 볼이나 유리 용기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맛에 대해서도 “기분이 나빠지는 맛”이라고 혹평했다.

2년 간 푸드트럭에서 일했다는 청년 사장을 만난 백종원은 기계 내부에 잔뜩 굳어있는 양념 덩어리들을 보여주며 “이게 청소를 한 것이냐. 여기서 꼬치를 사 먹은 손님들에게 죄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 장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위생·청결 관리에 허점이 노출되면서 청년 상인들뿐만 아니라 주무관청의 위생 관리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솔루션 해주지 말고 출연시키지 마라. 계속 저런 사람들 출연시켜 주면 사람들이 장사 우습게 생각한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 대상임”, “그동안 장사가 안 됐던 이유가 있었네”, “기본기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열정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솔루션 이후 100%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등 출연 음식점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슈 몰이해서 시청률만 올리려는 제작진의 얄팍한 수”라며 제작진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사진=마재일 기자)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이 9개월째 운영 중이지만 개장 4개월 만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문을 닫은 점포. (사진=마재일 기자)

총체적인 문제 점검과 개선책 병행돼야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골목식당 방송을 계기로 침체에 빠진 청년몰이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이미 15억 원이 투자됐고 확장사업과 마케팅 등에 추가로 13억 원 등 총 28억 원이 투입되는데,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아무리 의도가 선의라지만 자칫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기 방송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일반인 출연자나 해당 음식점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불러일으킬 뿐 방송의 효과가 일시적일이고 근본적인 솔루션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꿈뜨락몰에서 특히 문제가 된 위생의 경우 어느 한 사람이 가르쳐서 될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교육과 상인들의 마인드가 필수적인데 백종원의 몇 번의 지적에 변화할 것이냐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부활을 위해서는 꿈뜨락몰 위치의 한계, 국비·시비 등 공적자금 지원사업의 구조적 문제, 관 주도 사업의 문제점, 지자체의 위생 지도 허술, 청년몰 조성사업단장의 책임론, 청년 상인들의 마인드와 책임감 부족 등 총제적인 문제 점검과 개선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입구의 홍보 광고. (사진=마재일 기자)

한편, 여수시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7월 12일 사업비 15억 원(국비 7억5000만 원, 지방비 6억 원, 자부담 1억6000만 원)을 들여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꿈뜨락몰을 개장했다. 빵, 과일, 햄버거, 스테이크, 국수, 덮밥, 음료 등 먹거리 점포 19개, 흑백 사진관, 교복대여, 향초, 꽃, 미용실 등 서비스·판매 업종 10곳 등 총 29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꿈뜨락몰 상인들은 1년간 임대료를 지원 받고 5년간 임대를 보장 받는다.

시는 개장 한 달 즈음인 지난해 8월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7월 12일부터 31일까지 19일간 29개 점포의 매출액이 1억9324만 원으로 집계됐다며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29개 점포 중 먹거리·카페 업종(19개) 매출액이 8434만 원, 판매·서비스 업종(10개)이 1억890만 원이었다. 전체 방문객은 1만6000여 명, 점포 당 일일평균 방문객은 29명, 일일평균 매출액은 35만710원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몇 개월 못 가 매출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했다. 이번에 골목식당에 출연한 타코야끼, 그린몬스터, 꼬치는 맛, 문어쌀롱, 청춘식당 등 6곳이 현재 남아 있는 음식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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