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청년몰, 몰락인가 부활인가 (하)] 자리 잡을 때까지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 꿈뜨락몰. (사진=마재일 기자)

◇ 청년몰 지속가능성 확보 긴요

청년몰에서 창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배워 기반을 다진 뒤 일반상권에 진출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 이바지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몰에서 성공해 바깥으로 나가는 선순환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꿈뜨락몰에 새로운 청년 상인이 들어올 것인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창업이 용이한 청년몰에서조차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는데 외부로 진출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뿐더러 설사 나간다해도 성공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선순환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충분히 사업이 성숙할 기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가기도 하지만 청년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게 하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큰 피해 없이 그만둘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젊은이들을 전통시장으로 유입시켜 청년에겐 기회를, 전통시장엔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점포들이 채 1년도 견디지 못하고 왜 문을 닫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고 냉철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 이후 사후 관리 지원은 충분히 했는지 등 장사가 안 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를 면밀히 파악해 ‘골목식당’ 방송으로 높아진 관심을 연착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 여수시청 각 부서 공무원들은 꿈뜨락몰에서 점심을 먹거나 회의를 하는 등 청년몰 살리기에 동참했다. 꿈뜨락몰 내 점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여수시청 건설교통국 김기채 국장(오른쪽)과 장세길 도시계획과장. (사진=페북)
   
▲ 여수시청 각 부서 공무원들은 꿈뜨락몰에서 점심을 먹거나 회의를 하는 등 청년몰 살리기에 동참했다. 꿈뜨락몰 내 점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여수시청 도시계획과 직원들. (사진=페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먼저, 청년 상인들의 경영과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청년몰이 청년 상인 육성이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청년 상인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눈먼 돈이란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성과·건수 위주로 무조건 지원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지원될 13억 원을 포함해 꿈뜨락몰에 투자되는 사업비는 28억 원이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고객 유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등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개선책도 나와야 한다. 여수시청 각 부서 공무원들이 꿈뜨락몰에서 점심을 먹거나 회의를 하는 등 청년몰 살리기에 동참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지역의 모든 공공기관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가 창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사업가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SBS 예능 프로 ‘골목식당’ 방송 이후 꿈뜨락몰 점포의 음식을 주문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방준용 페북)

◇ 문화와 연계한 테마 발굴 등 새로운 돌파구 모색 필요

청년몰은 전통시장이라는 입지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기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던 제품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을 불러 들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여수 꿈뜨락몰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아이템이 부족하고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입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역과 연계한 고유한 문화 형성 등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과 밀접히 연계한 테마로 지역 주민이 먼저 찾는 활성화 방안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 찾지 않는 시장은 더 이상 그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광객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더해져야 한다.

전통시장은 과거부터 역사와 사회, 문화 등이 집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수 꿈뜨락몰이 입점한 중앙시장은 곱창·족발, 수산물, 분식, 의류, 건어물, 야채·과일 등 먹을거리와 살거리가 널린 일반 전통시장과는 다르다. 1층엔 침구·의류, 3층엔 오락실과 당구장, 노래방 등 꿈뜨락몰의 외연을 넓혀주고 특별히 연계할 만한 ‘꺼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전주 남부시장의 경우 개설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인근 지역인 한옥마을과 한옥마을 야시장으로 동반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한옥마을과 야시장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청년몰도 함께 성장한 것이다.

사실 꿈뜨락몰도 낭만포차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개장 초기 반짝하던 관심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꿈뜨락몰의 한 상인은 “청년 상인들이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성공적인 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은 낭만포차의 명성만을 기대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건물. (사진=여수시청 제공)

물론 청년몰에서 성공해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손에 꼽힐 정도다.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브라더 새우장’ 점포는 대형마트에서 주최한 전통시장 스타상품에 선정된 뒤 2달 동안 3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시장으로 진출했다. 다른 제과·제빵점도 머랭 쿠키, 마카롱 등의 주문량 폭주로 청년몰에서 독립해 일반 상가로 옮겼다. 청년몰이 청년 상인 창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스타상품 프로젝트는 이마트가 전통시장 청년상인과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 상품을 발굴해 스타상품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브라더 새우장’ 외에도 대전 중앙메가프라자 청년 점포 ‘콩드슈’, 충북 제천 중앙시장 청년 점포 ‘아재곱창’ 등 개성 넘치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14개 업체가 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했다.

부산 서면시장 청년몰 점포 ‘폴레폴레(Pole Pole)’는 청년몰에 입점한 지 1년인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식품관에 입점했다. 폴레폴레는 천연 효모종을 이용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수제로 빚어내는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폴레폴레는 서면시장 ‘청년몰’의 판로개척을 위해 열린 롯데백화점 ‘전통시장 상생상품전’에 참가해 1주일 동안 10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전통시장이나 중소상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대형유통점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상생 노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변화하는 유통 환경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면 좀 더 적극적인 상생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선하고 경쟁력을 갖춘 청년들의 아이템을 청년몰 안에만 가둬 ‘청년몰 성공=점포 성공’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지난해 7월 문을 연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입구의 홍보 광고. (사진=마재일 기자)

◇ 자리 잡을 때까지 응원하는 마음 필요…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도

청년몰이 청년들에게는 창업 자금이, 전통 시장엔 젊은 감각이 생기는 ‘윈윈’ 모습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태생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청년 상인이 아닌 일반사업도 아무리 목이 좋은 자리에, 많은 비용을 들여 투자를 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게 장사인데, 청년의 패기와 열정만 믿고 성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란 얘기다.

청년몰 점포를 통해 성공한 청년 상인은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실패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년몰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지속적인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침체된 곳이 새롭게 상권이 형성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권이 형성되고 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과 지역사회가 함께 많은 고민을 통해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고, 응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더욱이 청년들에게 쓰는 예산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이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본다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유통점 증가와 각종 편의점 등 유통 현대화로 전통시장 상권 자체가 죽어 사람이 오지 않는데 그곳에 청년몰을 만든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전통시장을 살리자고 뛰어든 청년들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여수시가, 지역사회가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리고 청년 상인들은 28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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