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통합청사 논란, 이젠 끝내자 (상)] 여수시가 통합청사 대신 별관 신축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참에 수십 년 째 지역을 분열시키고 갈등의 장으로 몰아넣는 통합청사 문제를 매듭짓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학동 여수시청.

◇ 여수시, 통합청사 대신 ‘별관 신축’

여수지역사회가 1998년 3여 통합(여수시·여천시·여천군) 이후 매듭짓지 못한 통합청사 건립 문제 때문에 청사 건립 얘기만 나오면 시끄럽다. 이는 21년 간 지역을 분열시키고 갈등의 장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돌산청사 직원 재배치 때도 1청사인 본청사 별관 증축안과 2청사인 여서청사 별관 증축안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여수시가 학동 본청사에 별관 신축을 추진키로 하면서 문수청사가 있는 여서·문수동 지역 주민과 시의원 등이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 해묵은 논쟁거리로 전락한 통합청사 문제를 이참에 종지부를 찍자는 시각과 현실적인 선택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17일 여수시에 따르면 최근 본청 건물 뒤편 주차장 부지에 별관을 신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시는 주차장 부지 일부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조립식 건물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별관을 신축하기로 했다. 별관의 총면적은 7200㎡이며 200여면 규모의 지하주차장까지 조성하는데 4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올 하반기에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을 시의회에 보고한 뒤 의결이 되면 본격적으로 별관 신축에 나설 계획이다. 예정대로 추진하면 내년에 설계를 마치고 2021년 공사에 들어가 2022년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입주는 2023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별관이 신축되면 본청의 공간 부족으로 흩어져 있는 부서들이 모두 모여 그동안 민원을 위해 여러 청사로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본청을 방문했다가 관련 부서가 없어 돌아가는 민원들의 불편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본청 건물 뒤 별관 신축 예정 부지.

◇ 시민·공무원 모두 불편…행정력 낭비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 등 3여(麗) 통합으로 여수시가 되면서 여천시청으로 쓰이던 학동 청사를 본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통합됐지만 청사는 여서청사, 문수청사, 진남경기장, 망마경기장, 구)보건소, 여수문화홀 등에 분산돼 있다.

현재 시는 본청에 6국 35과 1755명, 여서청사(2청사) 3과 89명, 문수청사(3청사) 2국 8과 213명, 의회 1국 3과 30명, 구)보건소청사 2국6과 130명, 농업기술센터 1국 4과 94명, 기타 출장소 등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여수시청 공무원들마저도 어느 부서가 어떤 청사에 있는지 정확하게 모를 정도이고, 시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행정의 효율성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민원인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청사 분산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문서고·회의 공간 부족으로 업무효율 저하, 사무 공간 부족으로 편의시설 등 공공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3층짜리 학교 건물로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문수청사가 별관 신축의 불씨를 댕겼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문수청사는 내진성능평가 결과에서도 붕괴 방지가 필요한 CP(collapse prevention) 등급으로 나와 보수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는 2016년 교육지원청과 3년간 대부계약을 하고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입주 당시 14억 5000만 원을 들여 사무실을 리모델링하고 조립식 철골주차장을 만들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공무원 불편 해소는 물론 시민의 편익을 위해 청사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수시가 이번에 통합청사 대신 별관 신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은 20여 년간 지역의 해묵은 대립과 갈등의 씨앗이 된 통합청사 건립 문제로 더 이상 지역의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에서다.

또한, 통합 청사 건립에 드는 막대한 예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2008년 이후 호화청사 건립방지를 위해 지자체 청사신축 보류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노후와 안전 등의 문제로 청사신축이 필요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통과한 경우 청사신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짓는 청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 여수시 문수동 문수청사. 최근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 내진성능 CP등급을 받았다.

◇ 3여 통합 이후 갈등과 반목의 불씨

3여 통합 이후 지역 경제력 및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 통합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컸다. 하지만 원도심 공동화 등에 기인한 통합 전 연고지의 소지역주의가 여전히 잔존해 3개 시·군의 ‘정서적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통합청사 건립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합 여수시는 시청사가 학동청사(1청사·옛 여천시청), 여서청사(2청사·옛 여수시청), 돌산청사(3청사·옛 여천군청) 등 3개로 나뉘어 있었다. 돌산청사는 국제교육원에 내어 주고 그곳의 직원들은 2017년 현 문수청사(옛 여명학교)로 이전했다. 그러나 3개 시군이 통합한 지 20년이 넘도록 통합청사 건립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지역간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옛 여천시·군 인사들이 주축인 된 ‘3여 통합 6개항 이행 촉구 범시민대책회의’가 “‘통합시청의 위치를 현 여천시청(학동 1청사)으로 한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옛 여수시 출신 시의원이 통합청사 소재지를 현 1청사에서 2청사로 변경할 것을 주장하며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옛 여수권과 여천권 지역민간의 갈등과 반목이 재연돼 왔다.

이는 1청사가 옛 여천시로 이전하면서 은행과 관공서 등이 대거 여천으로 옮겨가는 쏠림현상으로 원도심권이 공동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구도심간 통합청사 건립을 놓고 대결 양상이 계속되면서 지역사회는 매번 갈등을 겪고 있다. 이제는 통합청사 건립에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